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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땅 안팎서 만난 토속과 이국의 맛

용산 드래곤힐롯지 내 ‘그린스트리트’·이촌역 인근 ‘갯마을’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2-18 11:15:44

▲ 맛 칼럼니스트 유성호
서울에는 거대한 금단의 땅이 있다. 그것도 무려 100여년 넘도록 국민들이 밟아보지 못한 땅이다. 바로 용산 미군기지 터다. 지금은 국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마스터플랜을 품고 미군의 완전한 이전을 기다리면서 부분 개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를 1단계 부분 조성 및 임시 개방 확대 기간으로 정했다. 2단계는 2022~24년으로 본격적인 공원 조성, 3단계는 2025~27년으로 잔여지 공원 조성 및 녹지축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라면 5년 뒤 국민들은 100여년의 공백을 뛰어넘어 온전하게 우리 터를 누릴 수 있게 된다.       
 
110년 만에 국민 품으로 돌아온 용산기지
  
▲ 하늘에서 본 용산 미군기지 전경. 서울 시내 한복판에 금싸라기 땅이 100여 년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는 금단의 땅이었다. [사진=필자제공]
 
미군의 용산기지 이전은 1987년 노태우 당시 대선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된 이래 1990년 한미간 기본합의서와 양해각서 체결로 구체화됐다. 처음에는 수도 서울 방위, 이전 비용 부담 등 문제로 논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참여정부 출범 후인 2003년 한미 정상 간 용산기지 평택이전을 합의하고 2004년 용산기지 이전 협정이 국회비준을 통과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후 오랜 시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05년 용산부지의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국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어 2006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해 공원화 선포식을 열었다.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만들고 2008년 국토해양부에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을 설치해 본격적인 추진체계를 갖췄다.     
 
2009년에는 아이디어 공모, 2010년 스토리텔링 공모, 2012년 UCC 공모 등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민관 거버넌스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용산공원 조성방향 수립을 위한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총 30개의 아이디어를 뽑아 2011년에 만든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 수립을 바탕 자료로 활용했다. 기본계획은 용산공원을 민족, 역사, 문화성을 갖춘 자연생태 및 국민휴식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4년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백지화, 미군이전 연기, 2012년 실시한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결과 등 변화된 여건을 반영하는 한편 생태 중심의 단일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지자체(서울시)와 지역 주민의견을 반영해 한 차례 방향을 변경했지만 기본골격은 유지했다. 앞으로 시민사회와 어떤 거버넌스를 구축하면서 개발될 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금까지 거쳐 왔던 협력적 거버넌스가 더욱 견고하고 디테일하게 전개되길 바란다.         
 
용산 일대는 13세기 고려 말 한반도에 침입한 몽고군의 병참기지로 활용되면서 반갑지 않은 외세 점유의 역사가 시작된다. 한 동안 잠잠했던 이 땅에 19세기가 되면서 외세의 격전으로 인한 화약고가 됐다. 임오군란을 빌미로 1882년 8월 10일 청나라 군대가 먼저 제물포를 통해 들어왔다. 일본은 이틀 뒤에 청나라보다 약간 적은 수의 대대 병력을 이끌고 제물포에 도착했다. 기선을 잡은 청나라 군대는 8월 30일 용산에 주둔했다.     
 
과거 용산은 둔지산 일대 낮은 언덕과 넓은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홍수가 잦았던 곳이다. 한강철교에서 삼각지 일대는 홍수피해로 집들이 들어설 수 없던 황무지 같은 곳이었다. 용산 일대는 남산을 배후로 도성과 가깝고 한강을 접하는 지리적 이점이 있는 곳이다.   
 
이미 임오군란 때 용산의 가치를 파악한 일본은 1894년 동학농민전쟁을 빌미로 8000명의 군대를 용산에 주둔시켰다. 먼저 용산을 차지했던 청나라와 일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결국 청일전쟁(1894~1895)이 일어나고 승리한 일본은 뒤이은 러일전쟁(1904년) 때는 조선주차군사령부를 주둔시켜 승리로 이끌었다.      
 
중·일·미 차례로 점유한 질곡의 용산 역사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본 용산기지. 정면 붉은색 벽돌건물이 드래곤힐롯지호텔이다. [사진=필자제공]
     
일본은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용산에 주둔한 일본군을 앞세워 군사적 압박을 시작했고 1910년 강제병합을 기점으로 군대를 용산에 상주시킨다. 1919년 3.1운동 후에는 용산기지에 있던 조선군사령부를 통해 독립군을 탄압했다. 1931년 만주사변 때는 용산에 주둔하던 20사단이 출동하기도 했다. 1937년에는 중일 전쟁 때는 20사단이 천진으로 파견됐다. 1941년 태평양 전쟁 발발 후에는 지원부대와 병참기지로 바뀌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미 24단이 일본기지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용산에 정착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미국은 휴전이후 용산기지를 다시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에 토지를 공여했다. 1955년 일본 도쿄에 있던 유엔사령부를 용산으로 이전했다. 1957년에는 주한미군사령부 창설,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만들어지면서 미군이 50여 년간 자리를 잡았던 땅이다. 일본이 강점한 60년을 합쳐 110년간 우리에게는 동결(凍結)된 땅이었다.     
 
용산 기지의 지정학적 특성 중 가장 핵심은 서울의 중심이란 점이다. 역설적이게도 외국 군부대가 주둔하지 않았다면 이미 개발논리에 밀려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로 뒤덮였을 수도 있는 곳이다. 북쪽으로는 남산과 북한산, 남쪽은 한강을 거쳐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서울 녹지축의 중심이다. 그래서 용산공원화 사업도 생태녹지축 복원에 많은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군과 미군이 주둔하면서 많은 건축물과 군사시설을 남겼다. 일본군은 막사, 장교숙소 등과 지하 벙커 등 약 154개 동의 건축물을 남겼다. 축조연도나 건축학적으로 따지면 가치 있는 근대 건축물 수준이다.     
 
일제 때 군사시설로는 용산기지 내 메인 포스트에 일제강점기 건물로 미소공동위원회 때 소련군이 주둔했던 한미합동군사지원단 건물이 있다. 동측과 서측에는 각각 5개와 1개의 보병숙소가 남아있다. 사우스포스트에는 일제강점기 감옥과 장교숙소, 단독관사들이 있다. 사우스포스트에 위치했던 총독관저(현 121병원), 사단사령부, 사단장관사 등 주요 건축물은 대부분 훼철됐다. 용산기지 내 조적조 병영 건축물은 근대의 군 시설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건축사적 가치가 높다.     
 
▲ 미군 병력은 대부분 평택으로 떠났지만 일부 보직자들을 위해 지금도 운영을 하고 있는 드래곤힐롯지호텔 전경. [사진=필자제공]
 
호텔 입구에는 흥미로운 건축물이 하나 서 있다. 일제 때 이 자리에 있었던 20사단장 입구 위병소 시설이다.     
 
미군들은 막사, 병영, 가족숙소, 초․중․고등학교, 대형 슈퍼마켓, 호텔, 식당, 편의시설 등 약 1200여 동의 근현대식 건축물을 지었다. 그중 하나인 드래곤힐롯지 호텔은 용산기지 사우스포스트 둔지산 구릉에 자리 잡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뒤편에서 보면 매우 잘 보인다. 구릉이라지만 평지에 가깝다. 호텔이 있던 자리는 원래 남산과 한강을 배경으로 둔지산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았던 둔지미 마을이 있던 곳이다. 1908년 경 일제의 용산기지 조성으로 마을 주민들이 전부 강제로 쫓겨나는 비극을 겪은 곳이다.     
 
그 자리에는 조선 주둔 일본군사령관 관저가 들어섰다. 광복 후 주둔한 주한미군은 이곳에 미8군 클럽을 신축했다. 미8군 클럽은 한국대중음악의 산실이자 거점이기도 했다. 당시 클럽에서 활동하던 한국 가수들이 한때 한국 가요계를 풍미했다. 우리 대중가요의 요람이자 산실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당시 이곳을 거쳐 방송계를 주름잡았던 이들은 이봉조, 김대환, 김희갑, 신중현, 김홍탁 등 연주자, 작·편곡가와 가수로는 한명숙, 최희준, 현미, 패티 김, 윤복희, 펄 시스터즈 등이 있다.      
 
그린스트리트, 뷔페·단품요리에 와인 즐길 수 있어 
 
▲ 드래곤힐롯지호텔 1층에 있는 <그린스트리트>는 미국의 전형적인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로 스테이크나 햄버거 등 단품요리와 뷔페식을 선택해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진=필자제공]
      
드래곤힐롯지호텔 1층에 있는 <그린스트리트>는 미국의 전형적인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스테이크나 햄버거 등 단품요리와 뷔페식을 선택해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2018년과 2020년 두 번에 걸쳐 갔지만 거의 변함없는 메뉴와 가격, 서비스를 경험했다. 두 번 모두 뷔페를 이용했고 전에는 수제맥주를 마셨는데 이번에는 레드 와인을 곁들였다.    
 
스테이크는 레어부터 웰돈까지 준비돼 있고 채소와 소스, 더운 음식, 찬 음식 등 메뉴구성이 다양하지만 짜임새 있고 한국인 입맛도 충분히 고려했다. 군부대 관할이란 점에서 면세 혜택이 적용돼 질 좋은 와인을 합리적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음식도 같은 적용을 받아 비슷한 규모의 국내 호텔 뷔페보다 저렴하다. 부가세가 없는 관계로 서비스료가 다소 높게 붙는다. 카드 결제를 하면 해외승인이 떨어지는 재미난 경험을 하게 된다. 동시에 이곳이 아직 완전한 우리 땅이 아니란 현실도 직시하게 된다. 이곳은 통행증이 있는 에스코트와 함께 들어와야 하기에 손님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정원을 바라보면서 쾌적한 식사를 경험할 수 있다.                
 
사골육수에 개성식 손만두가 ‘풍덩’ <갯마을> 
 
▲ 이촌역 근처 개성식 손만두가 유명한 <갯마을>. [사진=필자제공]
 
사우스포스트 쪽 영외로 나가면 이촌역이 나온다. 이촌역이 위치한 서빙고로 일대는 국립중앙박물관 내부 식당을 빼놓고는 특별히 먹을 만한 데가 없다. 그런 면에서 경의중앙선 철길 옆 철우아파트 근처에 있는 개성식 손만두 전문점 <갯마을>은 귀한 곳이다.     
 
문 연지 21년 된 이 식당은 원래 동부이촌동 한강아파트 쪽에 있었다. <갯마을>이란 이름은 옛날 한강아파트가 있는 자리에 작은 개천이 흘렀다는 토박이 말을 듣고 지었다고 한다. 개성식 손만두를 만들어 내지만 주인은 북한 출신이 아니다.     
 
이 집 시그니처 메뉴인 만둣국에는 진하고 구수한 사골, 양지 육수에 갓난아이 주먹만 한 손만두가 10개 들어간다. 양지를 짤게 째서 고명으로 얹지 않고 바닥에 깔아서 나오는 게 특징이다. 만두전골과 수육, 녹두전도 잘 나간다.       
 
만두는 떡국과 더불어 국수를 대신해 간단한 주식으로 먹는 음식이다. 과거에는 남쪽보다는 북쪽 지방에서 즐겨 먹었으며 남쪽에서는 떡국을 즐겨했다. 만두는 껍질과 소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속 먹는 만두요 껍질 먹는 송편’이란 옛말이 있듯 만두는 피가 얇아야 맛있다. <갯마을> 만두는 속이 비칠 듯 말 듯 적당한 두께로 식감 좋게 만들었다. 원래 개성만두는 소에 여러 가지 고기를 넣고 모자처럼 빚어 더운 육수에 넣어 익혀 먹는다.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자주 접할 수 없는 가야 유물을 다룬 ‘가야본성-칼과 현’, 풍부한 디자인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핀란드 디자인 10 000년’, 상설전시로 새롭게 선보인 중국, 일본, 인도와 동남아, 중앙아시아, 이집트 등의 유물을 만날 수 있는 ‘세계문화’ 등 전시회가 풍성하다.     
 
박물관 내부에는 한정식, 패스트푸드, 카페 등 좋은 음식점들이 많다. 반면에 많지 않지만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식당 두 곳을 소개했다. 박물관만큼은 식후경(食後景)을 해야 관람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래야 이집트 관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서가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보면서 석양을 맞이하는 호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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