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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의 문화방담(放談)

긍정과 진취를 심어주는 점토 인물상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02 09:40:27

 
▲ 이재언 미술평론가
/활짝 웃는 코믹한 조각상으로 유쾌-통쾌함 선사하는 김주호
/토우, 장승, 돌하르방 등 토속에서 터득한 조형 어법을 선봬
/서구 거대 조각상에는 없는 친숙함을 강조해 편안함을 제공
/예술, 본질적으로 생활에 뿌리…질 높은 삶을 추구하고 승화
 
조각가가 조각에 처음 입문할 때 소조 모델링부터 배운다. 르네상스 이래 체계화된 해부학 및 공간, 형태, 재료, 기법 등의 많은 교육내용들이 거장들의 작품들을 참조하여 학습된다. 그러면 당연한 수순으로 서양 고대 그리스 고전 양식을 필두로 미켈란젤로, 베르니니, 로댕, 부르델 등의 수많은 거장들의 작품들을 금과옥조로 참고한다. 현대로 접어들어서도 브랑쿠지, 헨리 무어 등의 무수한 거장들을 접하게 된다. 수많은 예술 업적이 그들에게 축적돼 있는 것이 사실이며, 또 배워 마땅한 것들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서양을 추종해온 교육이 야기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마치 예술적 DNA 자체가 우월한 서양예술인 것처럼 콤플렉스를 오랫동안 가졌던 것들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서양에 대해 콤플렉스가 심했던 일본을 경유한 예술교육은 더 많은 것들을 왜곡시켰다. 흠모와 동경의 대상에 슬그머니 자신들의 것까지 포함시켰던 것이다. 모든 미의 기준이나 척도라는 것도 철저히 서구가 만든 프레임 안으로 설정되어 있다 보니 서구인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에 얼마나 목을 맸겠는가. 올림픽처럼 게임의 양상을 띤 비엔날레 같은 경우 여전히 그러한 현상이 답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세상이 개벽하다 보니 우리 문화예술 전반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생활에 뿌리를 두고, 보다 질 높은 삶을 추구하고 승화한 끝에 생산 및 축적되는 문화의 핵심이다. 삶의 양식과 환경, 역사, 정서 등에서 비롯되는 특징들이 살아나는 생동적 예술, 정체성이 선명한 예술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물론 문화예술도 다른 물적 토대와의 연관성이 깊어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호 작용도 정체성이 확고할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문화에 관심을 보인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에서의 엑조티시즘도 자신감이나 우월감이 있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 김주호 작가(좌)와 작품 내손에 햇살, 81x2319cm. [사진=필자제공]
 
우리 미술 일각에서 우리 정체성을 고수하며, 롤모델을 서구의 것이 아닌 우리 전통문화에서 찾아내 현대적 패러다임과 조화롭게 접목시킨 예술가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조각가 김주호가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는 조각을 전공한 대학시절부터 서양 편향의 예술교육 시스템을 거부하고, 롤모델을 전통적 석불이나 토우, 장승, 돌하르방 같은 우리 전통적 조형에서 찾았다. 그럼으로써 고유의 조형어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개성과 미의식을 접목시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계급이나 계층적으로 엘리트나 지배층의 정서와 미의식이 아닌 기층기민의 것이 진정한 우리의 것이라 믿고 토속이나 민속의 것들에도 관심을 쏟는다. 그는 엘리트 출신이지만 그러한 스펙을 다 내려놓고, 서민들의 삶의 터 가까이서 작업하는 전업작가의 길을 택해 90년대 초부터 강화도에 정착, 치열하게 작업을 해왔다.
  
▲ 작품 넉넉한 마음(왼쪽), 보인다-1
  
작가의 작업은 주로 테라코타 인물상이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인물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캐릭터와 같이 단순 명쾌하게 인물의 직업이나 성격을 포착하여 코믹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날을 세운 풍자적인 모습들을 드러낸다. 특히 그가 만든 인물상들은 하나같이 하얀 건치를 드러내며 호쾌하게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마치 장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 작품 와하하(67x21x18cm)(왼쪽), 통큰 사나이
 
사실 서양에서는 작품의 품격과 권위를 의식해 표정이 근엄하다. 낭만주의 양식에서 그나마 그러한 엄격주의가 좀 해소되기는 하지만 신고전주의 이래 대부분의 조각이 경건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금욕주의 수도사 호르헤가 희극적 요소들을 죄악으로 간주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현존하지는 않지만 비극론이 있는 것으로 봐서 당연히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서책)을 불태우는 줄거리가 떠올려진다. 이런 점에서 활짝 웃는 인물상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데는, 웃음이라는 것을 천박한 것으로 보는 서양의 오랜 규범에 대한 질타이자 반박의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비극론에 의한 카타르시스라는 심리적 가치를 인정하지만, 인간의 웃음도 그에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에 역점을 두는 입장이다. 작가는 일단 건강하고 진취적인 미의식의 일단으로 나타나는 환한 웃음이야말로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의 조형은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크기는 권위의 상징이기에 궁이든 성당이든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이라는 믿음이 오랫동안 지배해 왔다. 서양의 조각 작품들 역시 건축에 필적할 기념비적인 크기를 지니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높이가 약 4미터에 달한다. 사실 성경 속 다비드는 십대 소년이다. 그런데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마치 헤라클레스와도 같은 장년의 거인으로 표현되어 있다. 물론 인간의 의지와 힘을 강조하는 르네상스 미학이 저변에 깔려 있다 해도 클수록 좋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김주호 작가는 작품들이 커봐야 1미터를 넘지 않는다. 물론 테라코타 특성상 크기가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크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작가는 서구의 거대상에서 볼 수 없는 친숙함을 강조한다. 편안하게 가까이서 함께 하는 것을 중시한다. 보다 가까이서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긍정의 마인드를 선사하는 작품이야말로 최소의 크기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 믿는다. 작지만 강렬한 경험, 그것이 바로 작가가 가장 강조하는 미의 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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