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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헌식의 대고구리
조선의 일부를 전체로 왜곡한 ‘사기 조선열전’
번조선을 조선 전체인 것처럼 적은 史記 조선열전은 ‘詐欺’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4-16 10:00:54
▲ 성헌식 역사 칼럼니스트(고구리역사저널 편집인)
중국은 주변 이민족의 역사를 자기네 제왕의 본기(本紀)나 제후의 세가(世家)가 아닌 일반 열전(列傳)에 넣는 것이 관례다. 그 효시는 <사기>를 쓴 사마천이 그렇게 정리한데서 비롯된다. 동이(東夷)라는 이름으로 된 열전(列傳)은 서진(西晉) 때 진수(陳壽, 233~297)가 쓴 <삼국지>가 처음이다.
 
후한 이후 서진 이전까지의 역사를 기술한 <삼국지>는 위서(魏書) 30권, 촉서(蜀書) 15권, 오서(吳書) 20권으로 구성된 기전체(紀傳體) 역사서다. 진수는 서진에게 선양한 위나라를 정통으로 보았기에 위왕들은 위서의 본기에 넣었지만 촉과 오의 왕들은 모두 열전인 촉서와 오서에 포함시켰다.
 
또 주변 이민족인 오환(烏丸), 선비(鮮卑), 가비능(軻比能), 부여(扶餘), 고구려(高句麗), 동옥저(東沃沮), 읍루(挹婁), 예(濊), 한(韓), 왜(倭) 등 모두를 위서의 마지막 열전인 권30에 넣어 오환·선비·동이전(烏丸鮮卑東夷傳)이라고 했다.
 
<후한서(後漢書)>는 남북조시대 송(宋)의 범엽(范曄, 398~445)이 후한시대 195년간(25년~220년)의 역사를 기전체식으로 저술한 역사서다. 본기 10권, 열전 80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표(表)와 지(志)는 찬자가 저술 중 대역죄에 연루돼 죽는 바람에 없다.
 
80권의 열전 중 75번째가 동이열전이고 이후는 남만·서남이(南蠻西南夷), 서강(西羌), 서역(西域傳), 남흉노(南匈奴), 오환·선비(烏桓鮮卑)열전 순으로 되어 있다. 동이열전에는 부여국(夫餘國), 읍루(挹婁), 고구려(高句麗), 동옥저(東沃沮), 삼한(三韓), 왜(倭)에 대해 언급돼 있다.
 
▲ 사대모화사학과 일제식민사학에 의해 왜곡된 우리 상고사 체계.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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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서>의 시대적 배경이 위·오·촉 삼국보다 앞서지만 범엽은 동이열전을 쓰면서 이미 세상에 나와 있던 진수의 <삼국지> 동이열전의 내용을 많이 참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외국들을 나라별 또는 종족별로 별개의 열전으로 나눈 점은 다르지만 말이다.
 
<삼국지> 이전에 나온 <사기>와 <한서>는 어떠했을까. 중국사서의 표준이 되는 <사기>는 이민족인 흉노(匈奴), 조선(朝鮮), 서남이(西南夷) 등을 별개의 열전으로 처리했다. <한서>에서는 서남이(西南夷), 남월(南粤), 민월(閩粤), 동해국(東海國), 위씨조선(衛氏朝鮮) 등을 묶은 서남이·양월·조선전(西南夷兩粤朝鮮傳)과 흉노전(匈奴傳), 서역전(西域傳) 등을 열전에 넣었다.
 
문제는 <사기>와 <한서>에서 이민족인 조선을 열전에 넣으면서 당시 단군이 다스리던 나라였던 조선의 전체가 아닌 일부였던 번조선의 위만·우거정권을 조선으로 기록하는 바람에 후세사람들은 기자조선에 이어 위만조선이 조선의 전체였던 것으로 인식하게 됐던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사의 진실은 과연 어떠했을까. 기원전 2333년 단군이 건방(建邦)한 이래 조선은 진(眞)·막(莫)·번(番)의 삼조선으로 나뉘어 진조선과 전체를 단군이 통치하고 막조선과 번조선은 부단군급인 왕이 다스리던 체제였다. 기원전 239년 북부여의 해모수가 정변을 일으켜 당시 대부여로 이름을 바꾼 조선을 무너뜨리고 단군으로 등극했다.
 
유방의 죽마고우였던 연왕 노관이 흉노로 망명하자 그의 부장 위만(衛滿)은 북부여로 망명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이때 번조선 왕 기준(箕準)이 북부여의 승인도 없이 위만을 박사로 모시고 상하 운장(雲障)에 봉했다. 얼마 후 정변을 일으킨 위만에게 패한 기준 왕은 한(韓) 땅으로 도주했다. 이때부터 번조선을 빼앗은 위만정권과 북부여는 적대관계가 된다.
 
이를 현재 동양사학계에서는 기자조선을 계승한 위만조선이라고 한다. 위만과 우거는 중국 망명객이기에 개인열전에 포함되어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남의 나라를 열전에 넣는 것은 심히 잘못된 것이다. 특히 위만이 강탈해간 번조선은 조선의 일부였음에도 이를 조선 전체인 것처럼 인식되도록 <사기>와 <한서>의 조선열전이 편집된 것이 아니겠는가.
 
▲ 한사군 결과도. [사진=필자 제공]
 
 
조선열전의 주 내용은 이러하다. 강도 위만의 손자 우거(右渠)가 번조선의 왕으로 있을 때 한나라와 전쟁이 벌어졌는데 번조선이 시종 승승장구했다. 이에 패색이 짙어 본국으로 퇴각하려던 한나라 장수에게 5명의 번조선 대신들이 우거왕을 죽이고 투항해왔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인 한 무제는 투항한 대신들을 제후에 봉했고 돌아온 참전 장수들에게 패전의 책임을 물어 극형인 기시(棄市)형에 처했다. 이것이 조선열전의 전부다. 이게 역년 2095년의 조선의 역사인가. 또 이 전쟁에서 참패한 나라는 어디인가. 그러고도 식민지 한사군이 설치될 수 있는가. <사기(史記) 조선열전>은 사기(詐欺)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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