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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헌식의 대고구리

한나라와의 국경 패수는 고구리·백제의 남북경계

강단과 재야사학 간 논쟁 벌이게 만든 낙랑군 존속기간과 위치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30 10:25:09

▲ 성헌식 역사 칼럼니스트(고구리역사저널 편집인)
사기(詐欺)와도 같은 <사기(史記) 조선열전>은 아래와 같이 시작된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당시 한나라의 연과 조선이 패수를 경계로 했다는 사실이다. 즉 패수의 위치를 찾으면 고대 한·중간의 국경이 어디였는지가 밝혀지는 것이다. 지금부터 그 엄중한 고대사의 퍼즐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조선왕 위만은 옛 연 사람이다. 연은 전성기에 일찍이 진번과 조선을 공략해 복속시키고 관리를 두어 운장에 요새를 쌓았다. 진나라는 연을 멸망시키고 요동의 바깥 변방까지 소속시켰으나, 한나라가 일어나서는 그곳이 멀어 지키기 어려워 다시 요동의 옛 요새를 수리하고 패수를 경계로 해서(至浿水爲界) 연에 복속시켰다”
 
강단·재야사학의 패수 공방전
 
광복 후 대한민국에서 열린 고대사 관련 학술대회에서 가장 많았던 주제는 아마도 ‘한사군의 핵심 낙랑군(樂浪郡)’일 것이다. 이 주제를 놓고 강단과 재야사학 간에 가장 큰 논쟁을 벌인 이유는 바로 존속기간과 그 위치 때문이었다. 강단사학의 주장대로 본국(한나라)이 망했어도 대를 이어 400년 이상 한반도 북부에 존재했다는 희한한 한사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또 낙랑군 지역을 흐르는 패수의 위치에 대해 강단사학은 식민사학의 반도사관에 입각한 한반도북부 패수설을 주장하고 있으며 재야사학은 윤내현 전 단국대교수와 북한의 이지린의 하북성 난하(灤河)설을 인용하고 있다. 일부는 북경의 영정하 또는 조백신하 패수설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과연 어느 학설이 옳은지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 강단사학과 재야사학이 동참한 패수 학술토론회 모습. [사진=필자 제공]
 
이어지는 위키백과의 설명은 강단사학계의 400년 한반도 한사군 이론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낙랑군(樂浪郡, B.C 108~313)은 한 무제가 위만조선을 점령하고 세운 한사군 중 하나로, 현토군과 함께 최후까지 남은 변군(邊郡)으로 한반도 북부를 관할했다. 한나라 멸망 후에도 중국의 변군으로 존속했으며 고구려 미천왕 때까지 420년에 걸쳐 한반도 및 만주 일대의 민족들과 대립하고 교류하면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조선왕조의 실학자들과 한·중·일 역사학계는 낙랑군의 위치를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북부로 보고 있다. 반면 재야사학계와 북한에서는 중국의 요녕성이나 하북성 일대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데, 사학계에서는 이를 학문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한서 지리지>에서 유주의 낙랑군에 속하는 패수현은 아래 기록들로부터 한나라와 조선과의 경계인 동시에 훗날 고구려와 백제의 남북경계로 변했다는 사실을 추출해낼 수 있다. 이름만 같은 패수였지 서로 다른 강이었다는 억지주장도 있는데 어불성설이라 하겠다.
 
△<사기 조선열전>에 당시 한나라의 연(燕)과 조선과의 경계 △<신당서 열전 동이>에 ‘南涯浿水’라 해 고구리의 남쪽경계 △<삼국사기>에 비류·온조가 무리를 데리고 패수·대수를 건너 미추홀에서 살았으며 온조가 위례성에서 한산으로 천도해 북쪽경계로 삼은 곳 △371년 근초고왕이 군사를 매복시켰다가 고구리군을 기습해 승리한 곳 △395년 광개토태왕이 백제를 쳐서 8000명을 죽이는 대승을 거둔 곳 △<고구리사초략> 태조황제 26년(137) 5월 낙랑사람들과 함께 패수의 입구를 공격했다는 등 기록이 있어 고구리와 백제의 남북경계로 상호간 격전지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수경주》 기록에 위만이 망명하면서 건넌 강이며 물길에 대해 “패수는 낙랑군 루방현에서 나와 동남쪽으로 임패현을 지나 동쪽 바다로 들어간다. 허신이 전하기를 패수는 루방에서 나와 동쪽 바다로 들어간다. 일설에는 패수현에서 나온다. <십삼주지>에서 말하기를 패수현은 낙랑의 동북쪽에 있고 루방현은 낙랑군의 동쪽에 있다. 그 현에서 나와 남쪽으로 루방을 지나간다”고 설명돼있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는 강임을 알 수 있다. 패수를 위치비정하려면 이 조건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 수경주의 물길과 반대로 서류하는 강단사학의 한반도북부 패수설. [사진=필자 제공]
 
그럼에도 강단사학계의 패수설들은 위 조건들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 한반도북부 패수설에는 압록강설, 대동강설, 청천강설 등이 있는데 모두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가는 강들인지라, 패수는 동쪽으로 흐른다는 위 <수경주>의 설명과는 완전 반대방향일 뿐만 아니라 물길의 설명도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다. 최초의 자전(字典)인 <설문(說文)>을 쓴 허신이 틀린 건지 강단사학의 패수설이 잘못된 건지 둘 중 하나는 오류임이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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