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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사업을 그대로 밀어붙이면 수조 원짜리 기반시설이 미래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좌초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동서울변환소 증설반대 시민대책위원회 등은 ‘동해안~수도권 500kV HVDC(초고압직류) 송전망 건설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정부에 공식 정책요구안을 전달했다.
송전망 건설 사업은 강원 삼척블루파워(2.1GW)와 강릉안인(2GW) 등 대규모 상업운전 석탄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280km 장거리 송전 인프라 구축 계획이다. 강원, 경북, 경기의 10여 개 시‧군 지역을 관통하며 하남시 감일동 동서울변환소에 도착하는 구조다. 일부 구간은 이미 공사에 들어갔지만 종착지인 변환소 증설은 하남시의 인허가 보류로 지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문제 삼는 것은 공사 일정이 아니라 사업 방향이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할 때인데 오히려 과거의 석탄 기반 체계를 고착화시키는 선택을 정부가 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사업 완료 후 불과 몇 년 만에 무용지물이 되는 기반시설 즉 좌초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이 사업이 이재명 정부가 공약한 에너지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분산형 재생에너지 확대’, ‘송전망 최소화’, ‘2040년 탈석탄’ 등을 정책 협약으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HVDC 송전망은 석탄 전력에 기반한 장거리 송전을 전제로 하며 지역 자립형 재생에너지 체계와 정반대에 위치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전력난 해소를 위한 필수 인프라라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서도 김 사무처장은 “수도권 시민들이 쓰는 전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 초대형 산업시설이 추가로 들어서면서 과도한 전력 수요가 생긴 것”이라고 짚었다.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산업시설을 위해 지역 주민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장거리 송전망을 확장하는 것은 정책의 본말이 전도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정기획위원회에 △송전선로 사업 전면 재검토 △동서울변환소 증설 중단 △지역 분산형 전력체계로의 정책 전환 △신규 송전망 구축 기준 재정비 등 4대 요구사항을 담은 정책 전환안을 제출했다.
시민단체들은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은 단순한 인프라 건설을 넘어 국가의 에너지 전략과 기후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되며 실질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100과 탈석탄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석탄 송전망을 확장한다면 결국 국민이 이중의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앞으로도 정책 간담회, 제도 개선 제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후속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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