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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산책’

팔도 노포식당 맛 유람 언제 다 가보나

서울 제외 60년 넘은 식당 전국 백여 곳…공화춘·하얀집·내호냉면·안일옥 등 이름나

젠트리피케이션·감염병 등 지속 가능 위협…정부서 ‘백년 가게’ 지정 가업 승계 독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7-16 11:25:34

▲ 유성호 맛칼럼니스트
지난 호에서는 50년 이상된 서울 노포식당을 소개했다. 이번 호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노포 식당을 살펴본다. 사농공상의 엄격히 구분하는 유교 문화 때문에 장사를 천시했기 때문에 장인정신을 존중했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외식업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짧은 외식업 역사와 대물림 문화까지 약했던 것이 백년 식당이 드문 이유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굵직한 근현대 역사가 노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했고 최근 들어서는 젠트리피케이션, 코로나19 등이 노포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시대 접어들어 농사기술 발달로 식재료가 풍부해지고 민가에서는 음식 조리서가 쓰여질 정도로 식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상차림이 다양해지고 의례 음식이 발달했다. 명절이나 절기 음식, 지역별로 특산물을 이용한 향토음식도 활발하게 개발됐다. 상밥집과 장국밥집 등이 우시장이나 길거리에 천막을 치고 임시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관(館), 가(家), 옥(屋)이란 상호를 단 음식점이 등장했다. 강제합병으로 국권이 상실되면서 궁중의 조리사(숙수)들이 궁을 나와 인근에 음식점을 차렸다. 숙수였던 안순환이 1909년 지금의 세종로 동아일보사 일민미술관 자리에 명월관이라는 고급 요정을 차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무렵 청계천을 끼고 발달했던 수많은 주막이 상밥집에서 장국밥집, 설렁탕집 등 전문 음식점으로 발달해 갔다. 특히 장교동 설렁탕, 무교도의 장국밥은 서울 장안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면서 이들은 이문옥(현 이문설렁탕), 청진옥 등으로 자리 잡았다.
 
격변기 호구지책으로 외식업 시작
 
▲ 일제강점기 경성에 소재한 명월관 본점 현관 사진엽서다. 명월관은 1903년에 지금의 동아일보사 자리에서 명월루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업한 요릿집이다. 종로 태화관, 서린동 장춘관 등이 명월관 지점이었다.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외식업은 역설적이게도 ‘먹을거리’가 없어서 장사를 시작한 경우가 많다. 생계유지를 위한 호구지책이 많은 이들을 외식업 전선에 뛰어들게 했다.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이라는 불안정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뚫고 나가기 위해 선택했던 것이 바로 식당이었다. 식당은 다른 사람을 먹이는 일이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먹을거리이기도 했다.
 
개항기 해외 문물이 유입되면서 음식 문화도 많은 영향을 받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외식문화는 한식과 양식, 저가와 고가라는 구조를 보이면서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개항기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영업하는 곳은 이문설렁탕 인천 차이나타운의 공화춘, 나주 하얀집, 부산 내호냉면 등이 있다.
 
인천에는 1905년 문을 연 공화춘을 비롯해 평양옥(1945), 삼강옥(1946), 신일반점(1950), 우리옥(1953), 명월집(1962) 등의 노포가 있다. 공화춘이 처음 문을 연 곳은 자장면박물관이 들어섰고 인근에 같은 상호를 내건 중국음식점이 영업 중이다.
 
삼강옥은 동인천역과 배다리 철교 중간인 과거 참외전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깡시장으로 불리던 경매시장에서 야채를 사고 팔기 위해 오가던 상인과 농민이 주요 고객으로 아침 한 끼에 설렁탕 수백 그릇을 팔 정도였다고 한다. 옛 메뉴에서 불갈비를 빼고 설렁탕 전문점으로 변신을 도모했다. 창업주-며느리-아들(창업주 손자)로 3대가 가업을 잇는 노포다.
 
우리옥은 필자가 2019년에 찾았던 곳이다. 당시 기록을 보니 ‘강화도엔 할머니들이 하시는 밥집이 꽤 있나 보다. 집밥 수준의 백반집. 1953년 문을 열어 2대째 딸이 운영하는데, 할머니다. 강화 쌀밥과 호박잎 쌈만으로도 입이 즐거웠다. 순무의 고장답게 순무김치 인심은 최고’라고 적고 있다. 명월집은 김치찌개 단일메뉴 집이다. 곤로에서 푹 끓여서 뭉근해진 김치찌개가 일품이라고 한다.
 
강화 우리옥 소박한 할머니밥상 기억나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인천 평양옥, 우리옥, 경기 안일옥, 옥천냉면, 강원 신다신(구 다신식당), 충남 황산옥의 대표 메뉴. [사진=필자 제공]
 
경기도에는 마방집(1920), 안일옥(1920), 고박사냉면집(1925), 할머니집(1943), 만빈원(1948), 광천정육점식당(1949), 대대면옥(1956), 옥천냉면(1952), 송월관(1956) 등 노포가 있는 가운데 황해도 해주식 냉면이 강세를 보였다.
 
안성에 있는 안일옥은 경기도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라는 ‘노포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전국 3대 우시장이었던 안성장터에서 장터국밥으로 시작했다. 우시장 부산물을 받아와 천막을 치고 시작한 장사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중단되기도 했지만 상호를 살려 가업을 잇는 데 성공한 사례다.
 
양평군 옥천면에 있는 옥천냉면은 황해식당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3대 손녀가 이어받은 해주식 냉면 식당으로 냉면 육수는 돼지고기에 집간장 베이스로 맛을 잡는다. 1.7mm 관창을 통과한 굵디굵은 면발은 투박한 이북 손맛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옛사람 입맛에 맞는 소다까지 들어가 면발에 야성미가 넘친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크고 두툼한 완자와 수비드 방식으로 삶은 듯한 매끈한 수육이 선육후면을 격발 시킨다.
 
강원도에는 다신식당(1953, 신다신으로 변경), 고성회관(1955), 돌고래회집(1956), 봉운장(1953)이 있고 충청북도를 대표하는 노포로는 남주동해장국(1943), 경희식당(1950), 구읍할매집(1950), 전원식당(1952), 옥산장날순대(1955), 재건식당(1955), 남들갈비(1955), 리정식당(1958), 가선식당(1958) 등이 있다.
 
충청남도에는 황산옥(1915), 연춘(1936), 돼지네순대(1938), 충남집(1938), 진주회관(1939), 서울식당(1940), 소복식당(1942), 평양냉면(1952), 부흥원(1951), 이학식당(1952), 만나정(1953), 중화식당(1957) 등이 노포로 알려져 있다.
 
충남 대표 노포인 황산옥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 한만례 씨가 매운탕으로 창업했다. 40년 뒤 2대 한상례 씨가 승계를 했고 다시 40년 뒤인 1995년 현 모숙자 대표로 이어졌다. 지금은 모 대표의 아들 신영수 씨가 가업 승계를 준비 중인 4대 노포다. 생복찜과 아귀찜, 우어회가 유명하다. 우어는 웅어의 충청도 이름인데 갈대 속에서 많이 자라서 갈대 ‘위(葦)’ 자를 써서 위어(葦魚)라고도 한다. 조선 말기에는 행주에 사옹원 소속의 ‘위어소’를 두어 이것을 잡아 왕가에 진상했을 정도로 맛있고 귀했던 물고기다.
 
상호 속에 숨어 있는 실향민 애환
 
▲ 상호만 봐도 이북 피난민이 차린 식당이란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들의 애환이 간판에 고스란히 화석처럼 박혀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전의 사리원면옥, 평양숨두부집. 경북 전통경주할매집, 경남 천황식당, 울산 함양집, 부산 내호냉면, 전북 삼백집, 전남 하얀집 대표메뉴. [사진=필자 제공]
 
대전에는 할머니묵집(1946), 사리원면옥(1950), 평양옥(1951), 평양숨두부집(1951), 태화장(1954), 대들보함흥면옥(1956), 신도칼국수(1961) 등이 있다. 상호만 보더라도 이북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차린 음식점이란 것을 알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들의 애환이 간판에 고스란히 화석처럼 박혀 있다. 
    
경상북도의 노포로는 전통경주할매집(1944), 장천식당(1948), 포항할매집(1950), 청포집(1954), 경주원조콩국(1956), 안성숯불갈비(1957), 편대장영화식당(1962) 등이 있고 경상남도에는 천황식당(1927), 동부식육식당(1938), 남성식당(1945), 하연옥(1945), 삼대초밥(1947), 낙동강횟집(1948), 장승포식당(1948), 육거리곰탕(1948), 호동식당(1951), 불로식당(1951), 부산횟집(1952), 하동집(1953), 소문난3대할매김밥집(1955), 진짜초가집원조(1955), 진주집(1955), 연화횟집(1955), 약산가든(1957), 평화횟집(1957),  제일식당(1960) 등이 있다.
      
하연옥은 진주냉면 강자라고 자부하는 집이다. 다시마, 멸치, 디포리, 새우 등 해물로 육수를 내고 육전을 채 썰어 실고추, 오이, 배 등과 고명으로 얹어 내온다. 육수는 생소하고 염도가 제법 있다. 2019년 필자가 직접 경험한 맛은 ‘짠맛’이었다. 지역 강자지만 지역 사람들보다 외지인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이는 ‘소문난 잔칫집’이란 의미다.
     
울산에는 함양집(1924), 고래고기 원조할매집(1951)이 있다. 함양집은 울산시청 건너편 골목에 위치한 육회비빔밥 전문점으로 1924년 장사를 시작해 업력이 100년 가까이 된다. 1대 강분남, 2대 안숙희, 3대 황화선, 4대 윤희·윤정아 씨로 이어온다. 창업주-딸-며느리-딸 모계로 가업을 이은 독특한 경우다. 전반적으로 준수한 맛으로 한우물 회는 꼭 맛보라고 추천한다.  
    
우스갯소리로 ‘외식 불모지’라고 일컬어지는 대구에도 현풍원조박소선할매집곰탕(1945), 국일따로국밥(1946), 강성복어식당(1950), 강산면옥(1951), 옛집식당(1953), 동곡원조할매손칼국수(1956), 상주식당(1957) 등 노포가 있다. 국일따로국밥은 경북 지역에서 탕에 밥을 섞지 않았던 유교적 식습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음식을 파는 곳이다. 필자는 전날 과음을 했던 속을 시원하게 풀었던 기억이 있다.
       
부산에는 내호냉면(1919)을 비롯해 박달집(1920), 기장곰장어(1929), 동래할매파전(1940), 조씨집(1947), 송정3대국밥(1946), 18번완당(1947), 부산명물횟집(1948), 평산옥(1948), 급행장(1950), 양산식당(1950), 천안곰탕(1951), 원산면옥(1953), 중앙손국수(1953), 서울깍두기(1955), 새진주식당(1955), 또랑돼지국밥(1956), 양산도집(1956), 산저집(1957), 할매집회국수(1958), 구포집(1959), 한방밀면(1960) 등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삼백집(1945), 진안관(1946), 연산옥(1950), 한국집(1952), 한일관(1954), 압강옥(1956), 백번집(1958), 새집추어탕(1959) 전라남도는 하얀집(1910), 천일식당(1924), 천변식당(1927), 삼대광양불고기집(1930), 신식당(1932), 영명식당(1940), 평화식당(1940), 원조창평시장국밥(1949), 대중식당(1950), 국일식당(1952), 대흥관(1953), 시내식당(1955), 목리장어센타(1957), 완도횟집(1958), 해복집(1956), 두암식당(1960), 덕인관(1963), 광주는 왕자관(1945), 부흥반점(1952)이 있다. 덧붙이자면 시절이 하수상 해서 폐업한 곳도 있을 수 있으니 찾아가기 전에 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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