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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의 도시인문학

불안을 재치로,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팬데믹시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거리 감각이 예민해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따른 코로나우울증·폐소공포증 등장

강박과 불안을 해소하는 디자인을 선보인 각국 사례 돋보여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7-21 10:26:06

 
▲유영이 도시공간문화 전문 칼럼니스트
 영어에서 나는 본다(I see)라는 말은 나는 이해한다(I understand)라는 의미이다. 보는 것이 곧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이전보다 더 적은 시각적 정보를 통해 세상을 마주한다. 건물과 도로, 지하철과 버스는 그대로인데 마스크에 가려 사람들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대화도 줄고 괜히 차가운 시선만 놓여있는 듯, 건조한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러나 반대로 팬데믹 시대 우리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시각적 정보도 있다. 식사를 하거나 줄을 설 때 지켜야 할 나와 타인의 사이, 바로 거리두기를 하며 나타난 ‘거리’에 대한 개념이다. 길이나 넓이 등 척도는 설계자나 기술자가 아닌 이상 일상생활에서 자주 등장하는 요소가 아니었다. 그러나 distance(거리)라는 명사에 ing를 붙여 동사형을 만들어 거리 두기 운동을 하고 있으니 모든 이들의 거리 감각이 깨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는 본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인간과 문화적 공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근접학(proxemics)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특정 행위를 위한 적정 거리, 즉 공간을 고민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한자어 ‘공간(空間)’에서 볼 수 있듯이 나와 타자 혹은 다른 물체와의 사이, 즉 적정 거리이다. 홀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친밀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 공적인 거리가 일정한 나와의 거리 안에서 벌어진다고 정리한다. 포옹을 하고 비쥬(볼 가까이 입을 맞추는 서양식 인사)를 할 수 있는 친밀함의 상징은 매우 가까운 거리로, 대중에서 연설하는 것과 같이 공공의 장소에서 유지해야 할 거리를 미터(m) 단위를 이용하여 설정했다. 그리고 이 중 우리 삶에 가깝게 녹아든 사회적 거리, 즉 낯선 사람과의 적정 거리를 개인적 거리와 공적인 거리 사이로 묘사한다.
 
거리는 이처럼 단순히 나와 타인 간의 사이를 말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이제 단어의 무게는 ‘거리’가 아닌 거리 ‘두기’로 옮겨졌다. 거리를 보존하여 다른 존재와의 사이를 마련하기 위해 시시각각 나의 공간을 수호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사회적 교류가 감소하고 자유로운 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생계가 어려워지며 가정에도 불화가 찾아오는 등 코로나 블루(Corona Blue·코로나로 인한 우울증)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밀접 접촉자가 증가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다양한 이유에서 집에서 격리된 채 생활하는 인구도 늘어남에 따라 폐쇄된 공간을 답답해하거나 거부하는 증세, 즉 코로나 폐소공포증을 겪는 이들도 나타난다. 몇 만 명이 모여 즐겼던 콘서트 영상 댓글에는 모르는 이들과 함께 뛰고 노래를 불렀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호소가 줄지어 놓여 있다.
 
▲텐트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소재로 디자인한 스튜디오 ’multiply’의 ’패티코트 드레스‘ 출처 (C)multiply [사진제공=필자]
 
이런 가운데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우울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의 한 디자인 회사는 사회적 거리 2m를 확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의상을 디자인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무도회용 가운과 스코틀랜드 전통 킬트에 영감을 받았다는 이 아이템은 군중 속에서 사회적 거리를 지키기 위한 강박 대신 아름다움을 즐겨보자는 밝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이디어로 제시된 사례이지만, 상상만으로도 예민한 감정으로 상대방에게 2m 이상 떨어져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보다 잠깐의 미소가 떠오른다.
 
▲’학교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파란 물결과 함께 ’우리 사이 1m’라는 흰색 표시가 불안감을 해소하는 거리두기 환경을 제공한다. (C)studio5*5 [사진제공=필자]
 
영국 디자이너 폴 콕세지(Paul cocksedge)는 사회적 거리를 두며 교류를 할 수 있는 휴대용 담요를 제안한다. 4명이 모여 나들이하기에 적합한 패턴으로 시안을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게 개방해 놓았다. 격리 중 디지털 기술이 우리를 연결해줄 수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서로 만나 교류해야 하는 오프라인의 생활 또한 필요로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담요나 패션 아이템뿐만 아니라 도시 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한 디자인도 돋보인다. 프랑스 파리의 도시 디자이너들은 길 위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디자인을 만들었다. 프랑스 파리의 모토인 ‘fluctuat nec mergitur!(파도에 휩쓸렸지만 가라앉지 않았다)’를 참고하여 만든 물결 무늬는 파리의 길 위에서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줄서기와 거리두기를 유도한다. 시민들이 코로나로 인해 우울감에 빠지지 않고 즐겁게 생활하길 바라는 희망을 디자인으로 승화시켜 축 처진 도시에 작은 생기를 불어넣는 안을 제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새롭게 해석한 아이디어들은 특히 일정 기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격리 조치를 취했던 국가에서 나타난 경향을 보인다. 디자이너들이 격리 기간 중 떠올린 창의적 요소들을 기반으로 격리 이후 실현한 사례들로, 그들은 디자이너로서 무기력해지는 팬데믹 시대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떠올린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거리두기에 적용한 디자이너들의 재치와 사명감이 돋보인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이후, 도시는 이전보다 더 조용해지고 어두워졌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넘어 심리적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한 요즘이다. 강박과 불안이 아닌 재미를 가미한 사회적 거리두기 아이디어를 통해, 마스크 안 모두의 미소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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