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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의 군사이슈

한반도 종전선언·평화협정의 함정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여전…적화통일 위한 통일전략전술의 일환

섣불리 평화협정 맺으면 유엔군사령부 해체·주한미군 철수 빌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진전·군사적 신뢰구축 이후에나 논의 가능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7-28 10:16:43

 
▲박정이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예)육군대장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은 남북한에 막대한 고통과 출혈을 가져온 전쟁을 중지하고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 내에서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장행동의 금지를 보장하여 휴전을 실시할 목적으로 쌍방 군사령관간에 이루어진 협정이며 군사적 성격을 띠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정전체제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쌍방의 위반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었으며, 그나마 유지하던 명맥도 북한의 무력화 시도로 거의 유명무실화된 상태이다.
 
한반도는 6·25 전쟁 정전협정 발효 이후 ‘사실상 적대행위가 종료’되었으나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법기술적으로 전쟁이 종료된 상태가 아니다. 우리 정부는 2006년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래,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 2018년 4·27 판문점선언 등을 통해 북한과 종전선언 추진에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은 최근 미·북 비핵화 협상과정에서 비핵화 전제조건으로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비핵화 진전에 따라 2017년 중에 로드맵을 마련하고 평화체제 협상을 추진하며, 북핵 완전 해결 단계에서 평화협정 체결 및 평화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의 국정과제(95번)를 선정했다.
 
북한은 1974년 미 상·하 양원에 서신을 보내어 ‘조·미 회담 및 조·미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한 이래 1988년 포괄적 평화방안 제의, 1996년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간 ‘잠정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2000년 이후 정전체제를 새로운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는 ‘우리와 미국 사이에 해결할 문제’라는 등 주한미군 철수 및 평화협정 체결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평화협정은 ‘교전 쌍방 간 전쟁상태의 종결과 평화회복을 위한 협정’으로 통칭하여 강화조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평화협정에는 평화성립 일자, 영토 및 경계선, 상호불가침, 전쟁책임, 배상 및 보상, 포로 및 억류자 송환, 참전 외국군 철수, 분쟁 이전의 조약 내지 협정의 효력, 신뢰구축 및 군비통제, 협정 이행 및 이행 감시기구 설치문제 등이 포함된다.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로 촉진하는 계기일 뿐
 
평화협정은 휴전(정전)협정과 차이가 있다. 휴전(정전)협정은 전선별로 교전 쌍방 당사국 또는 군사령관 사이에 일시적으로 교전을 중지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평화협정은 국가 전권대표에 의해 항구적인 평화를 목적으로 체결하는 조약으로 통상 휴전(정전)협정 체결 후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평화체제는 평화조약에 의거 형성된 국제제도 내지 구조를 의미하며, 평화체제는 상호안전보장조약이나 불가침 및 불가침보장조약 등을 체결하거나 전쟁 상태를 법적·정치적으로 종결하고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체결한 평화협정에 의해 성립된다.
 
평화협정은 현재 및 잠재적 긴장상태를 종결하고 현상 회복 또는 유지, 즉 지속 가능한 평화를 약속하는 국가간 공식 약정이다. 평화가 단순히 협정이나 조약 체결 등 문서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평화체제는 장기간에 걸쳐 실질적이고도 단계적으로 제도화되는 것이다.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협정의 체결과 같은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라 양측 간의 평화 의지 확인, 군사적·정치적 신뢰 구축, 군비통제 및 군축, 경제협력 등과 같은 실질적인 평화구축에 달려있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정부는 2018년 내에 남·북 또는 미·북 간에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종전선언 이전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먼저 취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완료 직전에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종전선언은 전쟁상태(혹은 휴전상태)가 종결되고 평화가 회복되었음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선언을 지칭한다. 종전선언은 당사자 간에 맺어지는 ‘정치적 선언’의 일종으로 ‘전쟁상태 종결선언’이라고도 한다. 종전선언에는 전쟁상태 종결의사 표명, 평화의지 확인, 불가침 확약, 평화체제 구축방향 등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으나 항구적인 평화를 제도적으로 담보하기에는 아주 미흡하다. 여하한 경우에도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이 될 수 없고, 전쟁을 법적으로 종결시킬 수 없다.
 
국가 간 전쟁이 발생한 경우 전쟁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함에 있어서 통상 휴전(정전)협정이라는 것이 체결되고, 일정한 휴전 기간이 경과한 후 휴전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종전선언이라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종전선언이라는 것이 일반적이지도 않고 또한 반드시 체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정전협정 제62항은 “본 정전협정의 각 조항은 쌍방이 공동으로 접수하는 수정 및 증보 또는 쌍방의 정치적 수준에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 중의 규정에 의하여 명확히 대체될 때까지는 계속 효력을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을 폐기 혹은 효력을 상실시키는 법적 효과를 가질 수 없다. 한반도 종전선언은 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될 수 있다.
 
핵 있는 상태에서의 평화공존은 환상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될 수 있는 초보적 조치의 가시적 이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북한의 핵 독점 상황 하에서 남북관계 개선보다 북핵 폐기가 우선되어야 하나 판문점선언 이후 종전선언이 한반도 문제의 무게 중심을 핵문제에서 평화협정 체결문제로 전환시키는 양상을 노정하여 우리 사회에 침습된 ‘선 종전선언 후 북핵폐기’의 기조 확산과 ‘핵 있는 상태에서의 평화공존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확실하게 폐기하지 않는 상태에서 종전선언에 합의할 경우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이나 여타 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은 평화체제 구축과정의 한 단계에 불과하므로 실질적 평화는 반드시 신뢰구축 조치가 선행 혹은 병행되어야 실현될 수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원인이 남북 간의 신뢰 부족에 있기 때문에 ‘군사적 신뢰구축→운용적 군비통제→구조적 군비통제’ 과정을 거쳐 점진적·단계적으로 재래식 군비통제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수준의 균형을 맟춰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한반도 재래식 군비통제는 ‘군사적 신뢰구축’ 및 ‘운용적 군비통제’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북한의 현상 도전적 국가성향, 남북 군사력 격차, 평화협정이 북한의 통일전략의 일환으로 도구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반도 평화협정의 지속 가능성은 극히 미약하다고 판단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되기 이전까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본질적인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 소지가 있다. 평화협정 체결 문제는 통일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는 만큼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된 이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여 장기적인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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