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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박혁거세는 백마신화, 왕비 알영은 용신화를 낳았다

신라 건국시조 신화체계의 구성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7-29 09:20:49

 
▲ 정재수 역사작가
고대 아시아 국가의 시조신화는 크게 두 가지 계통으로 나눈다. 하늘에서 내려온 북방 유목민 계통의 천손신화(天孫神話)와 알에서 태어난 남방 농경민 계통의 난생신화(卵生神話)이다. 천손신화 주인공들은 하늘··나무 등에서 땅으로 내려오며, 난생신화 주인공들은 알··궤짝·배 등에서 나온다. 매개체는 말··닭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유목민 계통의 지배층이 농경민 계통의 피지배층과 결합해 적절한 신화체계가 만들어진다.
 
박혁거세 백마청란신화, 거란의 시조신화와 유사
 
박혁거세는 말(馬)을 매개체로 한 난생신화이다. 『삼국사기』는 말(馬)·알(卵) 등으로 단순화 하나 『삼국유사』는 백마(白馬)·청란(靑卵) 또는 자란(紫卵)으로 좀 더 구체적이다. 백마청란 신화이다. 백마는 동서양 공히 고대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신성한 동물이다. 주로 중요한 인물의 탄생에 관여하며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박혁거세 역시 백마의 출현으로 탄생의 서상(瑞相·상서로운 조짐)이 극대화된다.
 
그런데 박혁거세의 탄생신화에 등장하는 백마가 거란족의 시조신화에도 나온다. 옛날 백마를 타고 온 신인(神人)과 청우(靑牛·파란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온 천녀(天女)가 목멱산에서 만나 부부가 되어 8명의 아들을 낳는다. 거란족의 시조와 8부락의 기원을 설명한 백마청우 신화이다. 박혁거세 시조신화와 비교하면 골격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백마가 공통으로 등장한다.
 
학계는 두 시조신화의 유사성과 제도의 동질성 등을 크게 평가하지 않는다. 혈연적 연관성보다 문화적 친연성에 방점을 둔다. 그럼에도 박혁거세의 부계혈통이 섭라국의 폐신 출신인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폐신(嬖臣)은 모계중심사회에서 여왕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남성 신하를 가리킨다. 박혁거세의 아버지 혁서거(섭라국 폐신)의 출신에 대한 기록은 없다. 다만 섭라국이 지금의 요동반도 남안에 위치한 점을 감안하면 거란족과의 혈연관계 또한 묵과하기 어렵다.
 
백마는 또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기림왕(15대)은 국호를 다시 신라로 바꾼다(復國號新羅). 김씨 왕조의 미추왕(13대)이 즉위하면서 계림(鷄林)으로 바꾼 국호를 다시금 신라로 환원한다. 그런데 『신라사초』에는 바꾼 사유가 명확히 나온다. ‘부군이 꿈에 백마를 보고 국호를 다시 신라로 바꾼다(副君夢見白馬 復號新羅).’ 당시 부군(副君)인 흘해왕(16대)은 백마의 꿈을 시조의 계시로 이해하고 이를 명분삼아 국호를 신라로 환원한다. 이는 당시 신라지배층의 백마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백마는 박혁거세의 상징이다. 또한 신라 왕의 표상이다.
 
경주 대릉원에 천마총이 있다. 무덤 돌방에서 발견된 장니(障泥·말안장에 딸린 다래)에 그려진 백마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 무슨 근거로 천마(天馬)라는 용어를 사용한지 모르나 다소 불편하다. 천마라는 용어는 문헌기록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백마로 고쳐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알영부인 용 신화, 신라 여왕의 상징
 
▲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장니에 새겨진 백마 모습. [사진=필자 제공]
  
박혁거세의 왕비 알영은 용의 옆구리에서 태어난다. 시조가 아님에도 ‘용(龍)’신화를 가진다. 『삼국사기』 시조 박혁거세 편을 보면 박혁거세와 알영을 가리켜 당시 사람들이 ‘이성(二聖)’으로 칭한 기록이 있다(時人謂之二聖). 이성은 ‘두 사람의 성인(聖人)’을 일컫는 말로 박혁거세와 알영이 매우 특별한 존재임을 나타낸다. 그런데 『신라사초』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성치국(二聖治國)’이란 표현을 쓴다. 소지왕(21대) 때 기록으로 두 성인이 함께 신라를 통치한다고 분명히 명시한다(王及天宮 以賀二聖治國太平萬壽). 이성(二聖)은 박혁거세와 알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해서 신라 사회 전반을 지배한다.
 
신라는 고구려, 백제와 달리 독특한 ‘이성(二聖)’ 통치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고구려와 백제는 남왕 중심의 단일 지배체제라면 신라는 남왕과 여왕의 공동 지배체제이다. 남왕과 여왕은 동등한 권력의 주체로써 신라 사회를 공동 통치한다. 특히 여왕의 힘이 강하면 남왕을 계속해서 교체하며 여왕의 권력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신라 중기에 활약한 광명(光明)여왕이다. 『신라사초』에 따르면 자황(雌黃·여황제)의 존호를 받은 광명은 미추왕·유례왕·기림왕·흘해왕·내물왕 등 5명의 남왕(남편)을 순차적으로 바꿔가며 19명의 자식을 낳는다. 이는 신라가 여왕을 배출하게 된 배경이다. 우리가 잘 아는 선덕여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단지 왕력에 포함된 특수한 경우이다.
 
이런 까닭으로 알영은 박혁거세 왕비를 넘어서는 신라 여왕의 시조로 자리매김한다. 그래서 박혁거세와 동등한 별도의 신화체계를 갖는다. 용은 알영의 상징이다. 또한 신라 여왕의 표상이다.
 
참고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보면 알영이 태어난 용의 옆구리 방향이 서로 다르다. 『삼국사기』는 오른쪽이고 『삼국유사』는 왼쪽이다. 이는 오늘날의 좌파·우파 정치성향의 표현이 아니다. 좌우는 방위 개념보다 서열 개념이다. 좌가 먼저이고 우가 다음이다. 박혁거세와 알영을 옹립한 세력집단은 진한6촌이다. 박혁거세는 돌산고허촌의 소벌(도리) 집단, 알영은 알천양산촌의 알평 집단에 의해 각각 옹립된다. 이는 두 집단 간 서열경쟁의 결과물이 방위로 표출된 것이다. 『삼국사기』는 소벌 집단을, 『삼국유사』는 알평 집단의 전승기록을 따른다.
 
초기 신화체계 구성은 파사왕 시기가 유력
 
▲ 3성 시조 신화체계 구성. [자료=필자 제공]
  
박혁거세의 백마신화와 알영의 용신화는 언제 만들었을까. 초기신라가 천년수도 경주에 입성한 시기인 파사왕(5대) 때가 유력하다. 파사왕은 서기 94년(파사15) 알천(경주 북천)에서 군대를 사열하며 공식적으로 석탈해의 사로국을 병합하고 경주의 새 주인이 된다. 기원전 57년 경기 북부지역에서 서라벌로 출발한 신라가 150여년의 기나긴 장정을 끝내고 드디어 한반도 동남쪽 끝자락인 경주에 안착한다.
 
경주에 입성한 파사왕의 신라는 외부세력이다. 이들이 지배층을 형성하며 피지배층인 경주의 토착민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힘의 지배차원을 넘어 매우 특별한 존재임을 부각시켜야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시조 박혁거세의 백마신화와 알영의 용신화가 박씨 왕조에 의해 정립된다.
 
다만 박혁거세의 난생신화는 좀 더 후대에 추가된다. 김씨 왕조의 단일지배체제가 확립된 내왕(17대) 이후가 유력하다. 내물계의 김씨 왕조는 같은 북방 계통인 김알지를 원조로 받아들이면서 ‘흰 닭이 가져온 금궤에서 태어난’ 즉 백계금궤(白鷄金櫃)신화를 만든다. 이에 격을 맞춰 시조 박혁거세 신화에도 ‘난생’ 개념이 덧붙여진다. 그래서 박혁거세 신화는 이전의 ‘백마신화’에 ‘난생신화‘가 추가되며 ’백마청란‘ 신화체계로 재구성된다.
 
신라는 3성 시조 국가이다. 박혁거세의 박씨왕조, 석탈해의 석씨왕조, 김알지의 김씨왕조다. 이들 시조의 신화체계는 각기 다르다. 박혁거세는 백마가 등장하는 알(靑卵), 석탈해는 까치가 등장하는 알(卵)+궤(櫃), 김알지는 흰 닭이 등장하는 궤(金櫃)이다. 각각의 시조신화는 시조의 상징인 말·까치·닭 등 매개체를 달리하며 알(卵)과 궤(櫃)를 적절히 조합한 신화체계이다.
 
따라서 신라의 시조신화체계 구성은 다양성과 복합성의 결합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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