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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기의 시사&이슈

차이나 모델은 ‘중국 특색의 전체주의’다

‘중화민족 부흥’ 민족주의 슬로건 포장한 중국 특색의 전체주의

중국몽 동참 주장하는 자, 공화주의 체제에 대한 반역자에 불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8-26 08:29:25

▲ 최재기 공화주의 칼럼니스트
중국의 애국주의 관수법(灌輸法)
 
“현재 중국인들은 공산당이 옳은 말을 해도 믿지 않고 옳지 않은 말을 해도 믿지 않는 상황이다. 공산당 통치 80년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 경직된 사회 체제와 감시, 사상 통제는 공산당에 대한 냉소주의를 증폭시켰다. 여기에다 극심한 경쟁, 고용 불안과 낮은 임금, 사회적 불평등, 빈부격차 등은 공산당에 대한 냉소주의를 가속화했다.”(김인회,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제8장) 
 
자유가 없는 인민은 인간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없다. 자유 없는 전체주의 통치 체제 아래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인민들이 냉소주의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은 전체 중국 인민들을 대상으로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관수법(灌輸法)이란 ‘물을 대는 방법’이라는 뜻인데, 물을 대듯이 특정한 사상을 인민들의 머릿속에 부어주는 것을 뜻한다. 전 인민을 대상으로 세뇌교육(洗腦敎育)을 하겠다는 것이다.
 
공산당 정권은 통치의 정통성이 없다. 그래서 당의 독재를 정당한 것처럼 만들기 위해 인민들의 느낌과 생각을 조작하고 인민들이 독자적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이 사용하는 관수법은 크게 문자 관수, 언어 관수, 이미지 관수로 나눌 수 있다. 문자 관수는 신문이나 서적을 이용한 것이고, 언어 관수는 강연이나 좌담회를 이용한 것이며, 이미지 관수는 영화나 드라마를 이용한 것으로 가장 감염성이 강한 방법이다. 
 
“사상정치이론 과목의 개혁과 혁신을 추진해 학생이 주체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고, 대화 방식, 체험 방식, 교류 방식을 학습에 운용해 사상성, 논리성, 친화력, 목적성을 강화하고, 관수법에 의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무의식중에 영향을 받아 국가 의식을 정립하고 애국심을 강화하도록 한다.”(중공중앙 ․ 국무원, <신시대 애국주의 교육실시 요강> 제16절)
 
중국 인민을 ‘사상정치이론 과목’, 즉 특정한 사상으로 세뇌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공중앙이 말하는 ‘애국주의’의 내용은 전 인민이 당과 사회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다.
 
“애당, 애국, 애사회주의의 상호 통일을 견지한다. 신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 국가로 조국의 운명과 당의 운명, 사회주의의 운명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다.”(위 요강 제3절)
 
그러나 아무리 인민들을 닦달해도, 그 인민도 인간이라면 내면에서 이성과 양심이 작동하는 법이다. 당이 강요하는 중국사회 현실과 자신의 이성이 판단하는 현실이 다를 때 인간은 양심에 따라 회의가 생긴다. 한 인간이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 사회의 문제점을 말하면 다른 인간도 그 말에 공감하고 전달할 수 있다. 그런 게 인간 사회이고, 인간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 즉 ‘말을 할 수 있는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다른 생각과 다른 세계를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공산당 권력의 정당성을 회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된다.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은 당 중앙이 교시하는 것과 다른 사상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말을 할 수 없도록 틀어막아야 했다. 그런데 사람의 말할 자유를 국가 권력이 직접 틀어막으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고 공화주의 국가 국민들이 비판할 것이다. 그래서 마오(毛) 시대 중국 공산당은 홍위병(紅衛兵)을 키우고 장려했다.
 
홍위병은 국가기관 소속이 아니다. 또 일부를 제외하고는 당원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당 중앙이 조종하는 대로 당 중앙의 교시와 다른 생각을 가졌거나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을 물어뜯고 학대하고 고문해 그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 범죄를 자행하는데도 정부나 당은 뒤에서 부추겼고 홍위병들은 공공연히 ‘혁명 무죄’를 주장했다. 홍위병은 순진한 중·고등학생들이 주축이었고, 이에 과거 황제의 행차에 앞서 길을 쓸어주는 노비처럼 당내 반대파를 쓸어주는 마오 주석의 ‘착한 아이들(好孩子)’이라 불렸다.
 
마오가 사망하고 개혁 개방 선언 이후, 중국 인민들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전체주의 독재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공산당과 충돌하여 1989년 천안문 사건이 터졌다. 공산당은 군대를 동원했고 명색이 ‘인민해방군(人民解放軍)’인 군대가 인민들에게 총부리를 돌려 인민들을 학살했다. 중국 공산당은 권력의 위기를 느꼈다. 사상정치교육을 통해 인민들에게 공산당 정권의 통치 정당성을 세뇌할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다. 
 
이리하여 2000년대에 등장한 것이 분노청년(憤怒靑年)이다. 천안문 사건 이후 애국주의 교육의 결과 자기의식은 없고 빵틀에 찍어내듯 애국주의 사상을 관수(灌輸)받은 젊은이들이 중화 질서를 강조하며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지만 때때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사드 사태 때 롯데백화점의 기물을 부수는 집단 난동을 벌이거나 센가쿠 열도 분쟁 때 일본 브랜드 차량을 방화한 것 등이 그 예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죄 행동에 대해 ‘애국 무죄’를 주장하고, 중국 공산당은 이들을 뒤에서 부추기다가 관련 외국의 비판이 심각해지면 ‘중국 정부와 무관한 일’이라며 발뺌을 한다. 참으로 편리한 시진핑의 ‘착한 아이들’이다. 
 
차이나 모델(china model)은 ‘중국 특색의 전체주의’
 
중국은 미국의 비호 아래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경제가 성장하자 체제 유지에 자신감을 갖게 된 중국 공산당은 일대일로 사업으로 세계 정치·경제에 영향력을 키우면서 아예 자신들의 통치 체제가 서구의 공화주의 체제보다 더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제3세계 권위주의 통치자들에게 차이나 모델, 즉 중국 모델(中國模式)을 따르라고 주장한다.
 
차이나 모델은 정치적 안정을 핑계로 권위주의적 일당체제를 유지한 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형식을 말한다. 경제적 자본주의와 정치적 전체주의를 결합한 형태로, 중국 공산당은 이것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부른다. 그러나 차이나 모델이 과연 역사적으로 지속가능한 안정된 정치경제체제인지 여부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신 냉전의 파고를 견딜 수 있는 체제인지 면밀히 따져본 후 판가름 날 것이다.
 
중국 지식인들은 원래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깊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모두 국가주의자로 변절해 중국 모델을 선전하기에 바쁘다. 왕샤오광(王紹光)은 각종 민주 형식 중 선거가 가장 나쁘다며 응답식(響應式) 민주주의를 주장했다. 응답식 민주주의는 마오쩌뚱의 군중 노선으로 인민의 요구가 있으면 정부는 의견을 듣고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칭화대 왕후이(王暉)는 당 우위의 당국 체제(黨國體制)를 주장한다. 베이징대 판웨이(藩維)는 서양은 권력 위주고 중국은 책임 위주인데, 책임 위주란 국가가 백성을 위해 책임지고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두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 통치를 미화한 궤변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을 강제할 수 있는 능력을 쥐어주면 모든 인간은 그 권력을 남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근대 공화국에서는 권력을 한 곳에 모으지 않고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권력기관을 분립했다. 구체적 권력 행사는 미리 정해된 규칙인 법에 따라 공개적으로 행사하게 한다. 반면 중국 지식인들이 옹호하는 중국 모델에는 권력에 대한 견제 제도가 없고 권력자의 자의로부터 인민의 자유나 권리를 지킬 보장이 없다. 견제 없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모든 사람 위에 군림하는 전제정이 된다.
 
리쩌허우(李澤厚)는 2010년에 중국의 나치즘을 경고했다. “중국은 이미 국가사회주의가 등장했다. 중국 용이 세계를 주재한다는 민족주의가 일단 포퓰리즘과 결합하면 매우 위험하며 대외적으로 전쟁을 발동하고 대내적으로 독재를 하게 된다... 중국 모델이 바로 이러한 위험이다.” 민족주의와 마오쩌뚱 좌파 이념을 결합해 ‘중국 특색의 전체주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위 책 제9장)
 
중국몽에 동참하자는 자는 반역자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몽(中國夢)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TV조선, 2017.12.15.)
 
중국몽은 ‘중국의 꿈’이라는 의미로 아메리칸 드림에서 착안한 말이다.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구는 반드시 중국의 길을 가야하며 중국 정신을 발휘해 중국의 역량을 응집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즉 중국몽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길을 전제한 것으로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하는 중국 특색의 전체주의를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민족주의 슬로건으로 포장한 것이다.
 
포장이 어떠하든 프롤레타리아 독재, 전체주의 체제는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을 보호하는 공화주의 체제와 양립할 수 없다. 중국 특색의 전체주의를 전제한 중국몽에 동참하자는 자들은 모두 공화주의 체제에 대한 반역자들로서 민주공화국의 어떠한 공직을 맡아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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