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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예술과 인생
세계 기록 한국 노인자살 그냥 지나칠 것인가
슬픈 인생의 오후 노인들의 비극
김수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9-08 17:11:50
▲ 김수영 서양화가·예술가
대한민국의 위상이 각 부분에서 나날이 증가 하고 있는 이 즈음 또 다른 세계 기록 보유국이 되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들 중 하루 70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그 중 35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이 수치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놀라운 세계 기록 이다.
 
세계 평균 자살률로 보면 10만명당 28.7명인데 비해 한국은 10만명당 59명이다.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말이 있다. 또 “늙으면 그저 죽어야지!” 라는 말도 있다. 왜 이렇게 노인들이 자연적인 수명연장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길로 선택하는 것일까?
 
현재 65세 이상의 세대는 1950~60년대 태어나 6.25 전쟁과 4.19, 5.16, 그리고 유신시대까지 이 땅의 수난의 역사를 몸소 겪은, 그야말로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살아 온 세대이다.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시작하여 “월급 없이 밥만 먹여 주면 견습생 1년” “공사장, 공장 시다바리 생활 10년”을 겪으며 질긴 인생을 시작한 눈물겨운 세대이다.
 
새벽 별을 보며 출근해서 한밤중에 퇴근하여 파김치 같은 육신을 이끌며 청춘을 다 바쳤지만 자식 농사 제대로 못했다고 비난 받고 쌓아 놓은 재물이 없다고 자식들에게 타박 받으며 주름진 얼굴에 파뿌리가 된 현상 앞에서 그저 남은 것이라고는 좌절과 허무감 밖에 없는 것이다.
 
험하고 고통스러운 인생의 후반에 들어서는 요즘, 부족한 학력과 부족한 재물 습득, 그리고 존경받지 못한 세대가 되어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허무한 인생의 오후가 돼 버리고 만 것이다.
 
세대가 다른 자식들이 이런 부모들을 이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비교적 올바른 정신세계를 구축한 집안의 몇몇 가정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인생말년에 현실에서 소외된 “잉여인간”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몇 해 전에 상영된 영화 ‘국제시장’에서 이와 똑같은 노인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다. 피가 끓는 젊은 시절, 오직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청춘을 바쳐 독일광부로 혹은 중동 사막 열사바람이 부는 곳에 가서 생을 바쳤지만 자식들은 그저 그것이 부모의 당연한 임무이자 책임이라는 듯, 늙고 병든 인생의 오후에는 아무도 관심과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실버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논문과 대책이 나오기도 하지만 복지 차원에서의 실버 대책은 아직도 미미하고 노인복지는 까마득하기만 하다.
 
한국의 복지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에서 20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경제수준이 세계 10위 이내고 국민소득 35000달러 시대에 복지수준은 정말 후진국 수준이다.
 
이 연구에 의하면 경제 활력 부문(고용률, 경제성장률, 생산성 증가율, 물가상승률), 재정지속부문(국가부채비율, 재정적자율, 국민부담률), 복지수요부문(노인인구비율, 빈곤율, 실업률), 복지충족부문(공적연금 소득보장률, 고용보장률, 아동 및 보육지원율) 복지환경부문(자살률, 평균수명, 주관적 행복도, 환경오염), 보건수준부문(암발생률, 영아사망률, 음주량, 흡연량, 의사·간호사·병상수) 등 6개 개별지표를 비교했다.
 
한국은 재정지속부문(4위)과 경제 활력 부문(15위)은 OECD 국가들 중에서 높은 편이다. 복지수요부문(11위) 역시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복지충족부문(31위)과 국민행복도를 나타내는 복지환경부분(33위)에서는 최저 완전 바닥권이다.
 
다른 보도를 보자,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위험한 ‘노령화 국가’로 지목된 가운데, 노인복지 수준은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어제 유엔 세계 인구전망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60살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일본 다음으로 높아 2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3위엔 스페인이 올랐고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상위에 랭크됐다. 상위 6개국 모두 60살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40%가 넘었다. 하지만 한국은 노인복지 분야에서 전 세계 96개국 중 60위로 하위에 머물렀다.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 에이지 인터내셔널’은 세계 96개국을 대상으로 노인들의 연금, 보건시설, 대중교통 편의성 등을 평가해 글로벌 연령관측 지수를 공개했다.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위스가 1위에 올랐으며 한국은 ‘소득안전보장’에서 80위, ‘보건복지’에서 42위, ‘주변 환경 복지’에서 54위로 전체 60위를 기록했다. (출처: 라디오 코리아 뉴스)
 
이렇게 노인 문제는 강 건너 불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내 앞의 불로 여기어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다듬고 들어가서 노인들의 건강의료, 재정 지원, 정신건강 같은 문제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나무가 있으면 뿌리가 튼튼해야 하고 깊고 맑은 샘이 있으면 샘터의 시초가 있듯, 노인들이 이 땅을 일구어 내고 경제발전의 초석을 쌓은 확고한 공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니들이 늙었으니 사회에서 한시바삐 돌아서라!” “당신들은 퇴물이니 아무래도 괜찮아!” “어서 빨리 사라져라. 그래야 당신들의 복지비용이 줄고 내가 낸 세금도 줄어 들 것” 이라는 등식으로 노인을 바라보면 절대 안 된다.
 
현재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664만3000가구이다. 이는 국민전체의 31.7%나 된다. 국가전체로 봐서 3가구당 하나가 1인가구이다. 1인 가구에는 취업을 위한 청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인의 비율이 높다.
 
최근 어느 중학생이 할머니에게 담배를 사오라면서 매를 때리는 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다. 이 영상이야말로 노인 문제를 바라보는 요즘 젊은이들의 시각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생각이 든다.
 
노인들의 몸속에는 이 땅에서 벌어진 온갖 현대사의 살아 있는 증인이요, 모든 경제의 뿌리를 만든 거룩한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고 어서 빨리 선진국 대열에 맞게 노인복지 및 인생의 오후를 책임지는 국가적 자세가 절실하다.
 
노인들이 하루 35명 일 년에 무려 1300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우리의 산 역사가 죽어간다. 이 땅에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만들어 준 노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것도 자신의 목숨을 자신이 끝마치는 비극의 순간이 계속되고 있다.
 
노인들에게 아직도 희망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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