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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의 문화방담(放談)

한국인 혼이 담긴 문화의 정수, 공예 가치를 재정립하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01 12:10:11

 
▲이재언 미술평론가
7월 서울 옛 풍문여고 자리에 ‘서울공예박물관’ 오픈
한류 문화 관심 급증하는 때 시의적절 하게 문 열어
문화의 콘텐츠가 광폭으로 오가는 플랫폼 역할 기대
한국 초고속 성장이 궁금하다면 한국공예에 답 있어
 
한국문화가 최고는 아닐지 모르지만 대단한 저력을 지닌 것임은 자타가 공인한다. 우리 민족의 솜씨나 감각, 기발한 아이디어 등은 어떤 민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뭐든 만들어내는 솜씨가 탁월하지만, 그것을 포장하는 기술은 다소 미흡한 게 우리라 한다. 이웃나라와 비교해 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전통을 잘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직면하면 주저 없이 새로운 최적의 것들을 창출해낸다. 한글, 온돌, 거북선, 금속활자, 측우기, 호미…. 쇠젓가락을 써온 민족답게 아이디어와 솜씨가 특출했던 것이다. 오늘의 휴대전화 만드는 것 하나만 봐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단연 돋보인다. 생활 속 아이디어는 또 어떤가. 식탁 하단에 수저통 서랍을 만들어낸 것이나, 원형 의자에 옷이나 휴대품을 수납하는 아이디어 등 끝이 없다. 성격이 급한 듯하나 의외로 꼼꼼함이나 번득임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집약되고 수렴되어 정형화된 문화의 범주가 바로 ‘공예’이다. 지난 20세기 현대미술이 주도하는 제도 내에서 공예에 대한 거리두기는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다. 미술관의 하이트큐브, 조각의 좌대, 그림의 액자 등은 대체로 모종의 경계와 거리두기를 위한 장치들이다. 보석을 가공할 때 잡석과 분리시키듯, 일상의 삶으로부터 예술을 격리시켰다. 그래야 그 순수성은 더욱 빛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삶은 그리 단조롭거나 저급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역동적 에너지와 영감의 보고(寶庫)인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삶을 다양하게 조명하고 가까이서 향유할 수 있는 공예가 더 친근하다. 마치 생활 속에서 사진을 즐기면서 소박한 예술의 기쁨을 누리듯, 공예도 그게 본질이기 때문이다.
 
▲ 서울공예박물관 전경 [사진제공=필자]
  
이런 점에서 7월 서울 도심에 공예박물관이 개관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인사동에서 북촌으로 가는 길목, 과거 풍문여고가 있던 자리에 설립된 ‘서울공예박물관’이 또 하나의 문화명소로 부상한 것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빛나는 전통공예로부터 동시대의 모든 것이 압축된 현대공예까지 망라한 공예전문 박물관으로서 의미가 크다. 시민들의 미적 정서나 미의식이 일반 미술관에서 주로 함양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미술관은 태생적으로 대중들에게 제한적인 향유 기회만 부여한다. 대중들과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는 미술관이 소수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그치지만, 공예관은 폭넓은 다양한 애호가층의 절대 다수를 만족시켜줄 수 있다. 바로 이 점을 당국에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 기획전시장
 
대부분의 시민들은 미적 대상을 대할 때 자신의 삶과의 연관성 속에서 향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과거 공예품들을 통해 삶의 모습과 미의식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오늘의 동시대 문화와 삶의 가치들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진지하게 조명해준다는 점에서 공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동시대 가치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핵심이자 내면의 정화와 치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서울공예박물관은 우리 문화계의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박물관 측에서 천명한 공예의 가치들, 工(기술), 用(실용), 藝(예술), 智(문화)라는 개념이 와 닿는다. 공예는 예나 지금이나 산업과 기술, 미술, 디자인, 인문사회학 등이 끊임없이 교류하고 이합집산 하는 플랫폼 장르이다. 이 플랫폼은 더 나아가 영화나 문학, 음악 등에도 자연스럽게 문호를 열어두고 있다.
  
현재 전시는 상설전과 기획전으로 구성되어 있어 공예의 현상을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상설전으로는 <자수, 꽃이 피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체험형 상설전 <공예마을>이 있다. 기획전으로는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귀걸이, 과거와 현재를 꿰다>, 서울무형문화재 작품전 <손끝으로 이어가는 서울의 공예>, 고(故)예용해의 기록 <아임 프롬 코리아> 등, 그야말로 우리의 혼이 깃들어 있는 광폭의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시쳇말로 국뽕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외국인들의 왕래가 여의치 않지만, 머지않아 관광객들의 유입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류 팬들의 방문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으며, 한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하다. 산업의 급성장이든, 혹은 한류문화의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궁금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과 기술, 예술 전반, 디자인, 의료, 교육, 역사, 음식 등의 다양한 성장의 내용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현장이 바로 공예박물관이다. 한국인의 솜씨와 기술, 세계관, 미적 감각 등이 살아 있는 생생한 문화와 역사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장이 마련됐다는 것 자체가 시의적절하다. 그곳에 가면 우리의 미래까지도 엿볼 수 있으니 이만한 교육의 현장이 또 어디 있겠는가.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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