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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의 도시인문학

어색한 회의와 불편한 카페의 공통점

특정 분위기 연출 위한 포인트는 공간과 사람 사이 소통

물리적 환경과 인지-심리-감정 연구하는 서비스 스케이프

공간의 경험, 분위기를 설계하는 요소를 세분-정교화해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13 10:30:29

 
▲ 유영이 도시공간문화 전문 칼럼니스트
 같은 회의를 하고도 전혀 다른 맥락이 담긴 회의록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마다 회의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와 중요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인 요소의 차이가 전혀 다른 기록을 만들어 낸다. 녹취록이 아닌 이상 회의록은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록이 될 수 없다. 분명 서로를 바라보고 의사를 소통(疏通)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영어 단어 ‘communication’의 어원에는 ‘공유하다(to share)’가 담겨있다고 하니 그 의구심은 더욱더 짙어진다.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공유했던 것일까.
 
공간을 조성하는 경우, 이러한 소통의 간극은 해결해야 하는 주요한 과제이다. 특히 공간의 주제를 논하며 추상적인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구성원 간 이해 차이는 극에 달한다. 예컨대, ‘영감(Inspiration)’이라는 개념이 주는 이미지와 분위기는 각자의 머릿속에서 천차만별로 그려진다. 문제는 개별 해석이 추상적인 개념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이다. 물리적 형태를 생각하기 쉬운 개념 또한 다양한 양상이 나타난다. ‘컵’ 하나를 생각해보자는 제안에, 누군가는 커피잔을, 누군가는 맥주잔을, 누군가는 심지어 종이컵을 떠올린다. 각자가 생각하는 컵을 그려오기로 하면 그 차이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혹자는 위에서, 누군가는 컵을 쌓아서, 누군가는 색을 칠해올 것이기 때문이다.
 
▲ 친구와의 만남, 회의, 수업, 사색 등 우리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같은 공간을 소비한다. © The creative exchange/unsplash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각각의 단어가 갖는 이미지와 성질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개개인이 모두 다른 환경적, 사회적 배경에 놓여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단어에 대해 다양한 이해를 하고 있다. 이미 인지한 내용뿐만 아니라 인지의 과정에도 이 차이는 계속된다.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강약 포인트를 가지고 상황을 읽어낸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감각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그 데이터들의 위계와 관계는 개인마다 다르다. 공간감은 측정과 분석이 아닌 개개인의 편집자적 정보 수집과 이를 종합하는 과정 안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어색한 회의, 불편한 만남 등 사건을 중심으로 했던 경험은 우리의 일상으로도 이어진다. 친구와 대화하기 위해 조용한 카페를 찾는 경우, 예기치 않은 소음이나 음악이 큰 바(bar)는 적합하지 않다. 수많은 카페가 건물마다 몇 개씩 존재하지만, 굳이 검색창을 열어본다. 낯선 동네에서는 익숙한 브랜드 체인점을 방문한다. 예측 가능한 환경 안에서 감당가능한 분위기를 얻기 위한 선택일 것이다. 다양한 경험 안에서 수집된 개인의 데이터를 통해 커피 한 잔이 아닌 그 공간의 분위기를 소비하는 문화는 이미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렇다면 편안한 공간,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등 추상적인 단어를 통해 공간을 조성하는 행위는 가능할 수 있을까.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과 조성하는 설계자 사이에서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어떤 공간은 보기보다 집중이 잘되고 편안하지만, 어떤 공간은 생각보다 낯설고 불편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물리적 환경은 우리의 심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특정 공간에서의 경험을 좌지우지한다.
 
▲내 집같이 편안한 숙소, 호텔같은 인테리어는 어떠한 공간의 언어로 우리와 소통하고 있을까. © nathanrjliving
  
1992년 서비스마케팅 학자인 메리 조 비트너(Mary Jo Bitner) 교수는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물리적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비스 스케이프(Servicescape)’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였다. 서비스라는 단어와 경관, 환경을 뜻하는 –scape이 만난 조어라는 점이 흥미롭다. 서비스 스케이프는 공간 배치 등 기능적 요소뿐만 아니라 온도, 공기의 질, 소음, 향기 등 물리적 조건 모두를 통한 인지적 환경에 주안점을 둔다. 특히 서비스 공간에 관여하는 직원이나 고객, 관리자 등 모든 이용자의 인지적, 감정적, 심리적 반응을 대상으로 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제공하는 정보 또는 분위기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느껴지는지, 즉 공간과 사람 간 소통에 주목한 것이다. 따라서 이용자들의 반응은 체류 시간, 사회적 교류의 변화 양상을 통해 측정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공간 안에서 수집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고려하여 총체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길을 헤매다 익숙한 커피 전문점 체인을 찾는 이유는 어느 지역을 가도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서비스 스케이프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션된 음악, 쾌적한 환경, 편안한 의자와 탁자 높이, 옆 테이블과의 거리 등 매우 다양한 환경이 우리의 선택에 관여한다. 커피 맛을 위해 공간을 찾는 이도 있겠지만, 우리가 카페를 향하는 이유는 집과 직장, 또는 학교가 아닌 또 다른 공간을 필요로 함에도 있다.
 
언젠가부터 ‘공간을 판다’는 표현이 낯설지 않게 들렸다. 일본의 큐레이션 특화 츠타야 서점과 관련된 도서의 인기가 높아지고 라이프스타일과 큐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공간이 더이상 물리적인 것의 조합이 아닌 분위기, 라이프스타일, 취향의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 또한 이 무렵일 것이다. 동시대 서비스 스케이프 관련 연구의 흐름은 이러한 논의와 맞닿아 있다. 공간의 편안함, 쾌적함, 매력 등 공간과 사람 사이 소통을 세분화하고 공간의 경험, 분위기를 설계하는 언어를 정교화해 나갈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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