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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기의 시사&이슈

지대 이득 독점 ‘빨대’족(族) 청산해야 청년이 산다

권력자 결탁해 땅값 이득 추구…정상적 시장경제 흐름 왜곡

국부에 ‘빨대’족 설치는 나라는 멸망…가치 생산 기여 절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21 11:25:03

▲ 최재기 공화주의 칼럼니스트
지대 이득과 권력
 
과거 농업 생산 위주의 시장경제 시대에 성립한 고전 경제학에서는 지대(rent)란 토지의 비옥도의 차이에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봤다. 비옥도가 좋은 땅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력으로 많은 생산물을 얻을 수 있지만 나쁜 땅에서는 같은 노동력을 투입하더라도 적은 생산물을 얻을 것이다. 같은 노동력을 투입하더라도 비옥도의 차이에 따라 생산의 차이가 발생하므로, 데이빗 리카르도는 그 생산의 차이만큼 지대(차액 지대)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토지의 경작은 그 생산물로 더 이상 이윤이 생기지 않는 열등한 토지까지 확대된다. 이런 가장 열등한 토지를 한계지(marginal land)라 하고, 그 토지에는 지대가 없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지대가 발생하는 데는 시장의 법칙 뿐 아니라 소유권이라는 권력 요소가 작용한다고 봤다. 따라서 한계지라 하더라도 소유권에 기초한 지대(절대 지대)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산업화를 넘어 지식경제시대가 된 현대 국가에서는 가치의 원천이 달라졌다. 노동 가치에 기초한 농업 지대는 크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정상적인 자원의 흐름을 통제해 이득이 발생하는 곳은 어디나 지대 현상이 생긴다. 현대 국가에서 지대란 ‘권력(power)이 자원의 흐름을 통제해 얻는 특별한 이득’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대출을 통제할 권력을 가진 자가 특정 국가 출신자에게는 무제한 대출을 해주고 자국민에게는 엄격한 제한을 설정한다면, 특정 국가 출신자에게 금융 지대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다. 부동산의 지목을 변경하고 개발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가 특정인에게 지목 변경 등 부동산 정보도 알려주고 이익을 독점하도록 사업을 ‘설계’해주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싸게 강제로 토지를 수용한다면, 특정인에게 부동산 지대 이득을 독점시켜주는 것이다.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가 특정인에게는 범죄 혐의 자료가 있는 장소를 제외한 채 압수수색을 하거나 계좌 추적을 하지 않은 채 영장을 청구하고 다른 자에게는 별 혐의점이 없는 사생활 영역까지 샅샅이 뒤져 모멸감을 안긴다면, 특정인에게 정치적 지대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다. 선거 관리의 권력을 가진 자가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복수의 시민이 감시할 수 없는 선거 과정과 절차를 많이 만든다면, 선거관리 권력자의 편에 선 정치 세력에게 부정 선거의 가능성을 안겨줘 헌정적 지대 이득을 쥐어주는 셈이다.
 
이처럼 현대 국가에서 지대(이득)라는 개념은 첫째, ‘정상적인 자원의 흐름’이라는 부분과, 둘째, ‘특정한 자원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라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지대란 정상적인 자원의 흐름을 조작해 얻는 부당 이득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현대 국가에서 ‘정상적인 자원의 흐름’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정상적인 공화정의 권력 행사 과정과 정상적인 시장경제 과정이라 하겠다.
 
대장동 사건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공권력을 악용해 권력자와 그와 유착한 자들이 정상적인 권력 행사 과정과 시장경제의 흐름을 왜곡하여 지대 이득을 독점한 사건이다.
 
시장(市長)이라는 권력을 악용해 특정 지구 개발 사업을 의회 등 견제 기관의 충분한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설계하고, 객관적 자격 없는 심복을 그 사업의 핵심 자리에 앉혀 자신의 뜻대로 사업을 펼쳤다. 또 최근 사임한 사장의 말에 따르면 위압 등으로 그 사업의 구체적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한 듯하고, 누가 지대 이득을 챙겼는지 알 수 없도록 비밀 금전 신탁을 이용했으며, 특정 재벌의 자회사가 그 회사의 이름으로 그 금전 신탁을 세탁해줬다. 사건화 된 이후 수사 기관은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고, 사법부는 그 권력자가 승승장구하도록 무죄를 만들어줬다.
 
모두 정상적인 공화정의 권력 행사를 왜곡했고 정상적인 시장경제의 흐름을 왜곡했다. 지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이다. 바로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본 연구는 1990년대 경제난 이후 북한 경제를 지대(rent)의 창출과 분배, 추구라는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북한 경제의 성격을 규명하고자 했다.…북한 경제에서는 상업적 활동의 기회가 정치적 위계에 따라 철저하게 제한돼 있으며, 새롭게 창출되는 경제 잉여의 상당 부분이 비생산적인 권력 집단에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경제가 정치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북한 체제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1990년대 이후 북한 경제를 이해하는데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결정적 특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북한 경제를 ‘지대 기반 경제’(rent-based economy)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특성을 잘 포착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황예지, 2019.8.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석사학위논문 초록)  
 
젊은 연구자의 시각이 엄중하다. 현 정권이 대장동 사건을 덮는다면 북한처럼 대한민국도 공화정과 시장경제를 포기한 전체주의 국가, 약탈 국가로 타락할 것이다. 국민들이 가치 생산을 하기 위해 힘들게 일하거나 열심히 연구하기보다 권력자와 공모해 지대 추구 행위(rent-seeking)에 몰두한다면 국민 경제는 한순간에 ‘지대 기반 경제’로 몰락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북한 수준으로 떨어질지 여부는 현 정권의 대장동 사건 처리 결과에 달려 있다.
 
가치와 가격
 
우리나라의 자칭 좌파들은 대개 마르크스 이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러면서 좌파를 자처하며 한국의 자본주의가 어떻다느니 논평한다. 주사파 계열의 신문·방송사 직원들은 동류 의식을 가지고 이런 허술한 논평들을 퍼 나른다. 나라의 공론(公論)을 어지럽히고 왜곡한다. 
 
마르크스의 여러 주장들은 근본적으로 노동 가치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그의 주 저작인 <자본론>은 자본주의 경제의 운동 법칙을 규명한 가치 이론(theory of value)이다. 국제 공산주의 운동을 함께 이끌었던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2대 발견으로 ‘잉여 가치론’과 ‘사적(史的) 유물론’을 꼽았을 정도로 (노동)가치론은 마르크스주의에서 핵심적 비중을 가진다.
 
노동에서 지식으로 가치의 원천이 바뀐 현대 경제에서 가치가 무엇인지 따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치란 국제 결제 화폐인 달러로 표시될 수 있는 것이다.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은 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이고, 그렇게 벌어들인 달러로 조성한 국민 경제의 가치 풀(pool)에서 자국 화폐로 표기한 가격으로 가치를 인출하는 것은 가치를 소비하는 활동이다.
 
부동산 값이나 공무원의 월급 등 원화로 표기된 가격은 생산자 계급 국민이 가치 생산을 해 채워준 국민 경제의 풀에서 가치를 인출할 수 있는 일종의 채권이다. 국민 경제의 생산된 가치의 풀을 국부(wealth of nation)라 부를 수 있겠다. 이 국부(國富)에 가치를 보태는 국민이 그곳에서 가격으로 표기된 만큼 가치를 인출하는 사람보다 더 대접받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그런 국민 경제는 발전하는 경제다.
 
가치 생산 뒷받침 없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올리거나 정치적 매수 행위를 위해 통화 증발을 하면 생산자 계급의 부를 권력자나 자산 소유자에게 이전해 주는 셈이다. 지대 이득으로 국민 경제 가치의 풀에서 부를 빨아먹는 ‘빨대’족이 설치는 나라는 멸망한다.
 
가치 생산을 하는 만큼, 즉 국부가 늘어나는 만큼 돈을 풀면 통화 가치는 안정된다. 가치 생산에 기여한 만큼 각 계급이 화폐 가격으로 보상받는 국민 경제는 건실하다. 국가 부채를 엄정히 관리하고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면 개방 경제라도 국부는 유출되지 않는다.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부처 공직자들은 국가 부채 비율을 국민총생산의 40% 이내로 관리해왔다. 기축 통화 국가가 아닌 우리 경제를 지키기 위한 방책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국가 부채 비율을 40%로 유지하라는 법이 어디 있냐고 공직자들을 겁박했다. 그 이후 국가 부채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국가 부채를 확대하고 통화를 증발하면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은 더 빨리 올라간다. 국민 경제는 취약해지지만 지대 추구 계급, 즉 ‘빨대’족의 상대적 이익은 증가할 것이다. 국가 부채가 증대하고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자산 없고 끗발 없는 청년 세대는 더욱 빈곤해진다.
 
현 정권이 정상적인 공화주의 정권이라면 권력을 악용해 지대 이득을 독점한 관련자 전원을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대장동 뿐 아니라 백현동, 위례지구 등에서 발생한 비생산적 지대 이득을 모두 환수해야 한다.
 
각종 지대 이익을 추구하는 ‘빨대’족을 청산해야 청년이 살고 나라가 산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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