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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의 군사이슈

존폐 위기에 처한 국가보안법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수호법 존치돼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2-09 09:20:08

▲ 박정이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예)육군대장.
국군 창설 시 군부의 가장 큰 시련은 군내에 침투한 좌익 세력의 소요 및 반란 사건이었다. 한국 문제가 유엔에 상정돼 남한 단독정부 수립이 확실해지자 무장봉기의 결정적 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한 북로당은 남로당에게 지령해 ‘5·10 선거’를 저지하기 위한 ‘제주 4·3 사건’을 비롯해 ‘여순 사건’과 ‘대구 사건’ 등을 일으켰다.
 
좌익의 전복 활동과 군부 반란 사태가 극렬해지자 정부는 1948년 12월 1일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같은 달 21일 예하에 15개 파견대를 설치해 엄정한 숙군을 단행했다. 숙군 작업은 1948년 10월부터 1년간 7차에 걸쳐 이뤄졌다. 정부는 1949년 10월 19일 남로당 등 좌익계의 133개 정당 및 단체의 등록을 취소하고 공산당을 불법화시켰다.
 
민주주의는 인민 주권과 다수결 원칙을 철저히 적용할 경우 민주주의 체제를 반대하는 파시즘이나 근본주의와 같은 정치 세력에게도 허용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 민주주의를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요청된다. 즉, 민주주의의 붕괴 원인이 민주주의에 내재적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외적인 별도의 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
 
방어적 민주주의의 이념은 프랑스 혁명 당시 주창한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keine Freiheit für die Feinde der Freiheit)’에서 기원한 것으로 본다. 방어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 그 자체를 파괴하거나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유 체계 그 자체를 말살하려는 민주적·법치국가적 헌법 질서의 적으로부터 민주주의가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그와 투쟁하기 위한 자기방어적·자기수호적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한 국가 가운데 방어 장치를 가장 잘 갖춘 국가는 독일이다. 서독은 1949년 건국부터 기본권을 제한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방어하기 위해 헌법과 여타 법률을 통해 방어 장치를 갖췄다. 대표적인 것을 열거하면 반체제 및 국가안보 위협 정당과 사회단체 해산, 교수의 자유 제한, 반체제 인사의 기본권 상실, 반체제 세력에 대한 국민 저항권 보장, 공무원의 체제 충성 의무 등 8개의 헌법 조항과 헌법수호법, 긴급사태법, 테러방지법 등의 수호법 및 헌법수호청, 연방정치교육센터 등의 수호기구가 있다. 서독은 그와 같이 강력한 방어 장치들 때문에 이룩한 안정된 민주주의와 경제적 풍요를 토대로 동독을 흡수 통일할 수 있었다.
 
독일의 경우 연방 헌법수호청과 각 지방 헌법수호청을 설치해 상호 긴밀한 협력과 상호 지원하에 민주적 기본질서와 존립 및 안전의 보호에 기여하기 위해 헌법수호 전담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국가정보원이 체제방어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관이기는 하지만 체제방어만을 전담하는 기관은 아니다. 국가정보원은 기본적으로 국가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이용하도록 도와주는 기관이므로 국가정보원의 역량 중에서 체제안보에 투입하는 역량은 제한적이며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독일 헌법수호청은 독일 기본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수호 취지를 구체화하기 위한 장치로서 설치됐다. 독일 헌법수호청 활동의 고찰을 통해 방어적 민주주의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유사한 헌법질서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도 그러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기본원칙과 이론들의 연원을 확인해 우리의 제도와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매우 다른 국내·외적 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장치는 극히 빈약하다. 대한민국 헌법에 존재하는 자유민주주의 방어 장치를 살펴보면, 헌법 제8조 제4항 ‘위헌정당 해산조항’은 반체제적 정당을 해산시키는 조항이고, 헌법 제37조 제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제한할 수 있다’도 체제수호를 위한 조항이다. 단지 2개의 헌법 조항만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에 동원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헌법 방어 장치가 매우 허약하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방어를 위해서는 다른 형사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일반법에 존재하는 자유민주주의 방어 장치를 살펴보면, 국가보안법이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유일한 일반법이다. 국가보안법은 이른바 “자유를 위협하는 적에게 자유를 줄 수 없다”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는 남북이 서로 다른 체제 아래에서 대립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지역 중의 하나이다.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수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규범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반체제 세력은 국가보안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폐지하거나 최소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좌파 진영에서는 제21대 국회가 개원되기 전인 2020년 5월 21일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라는 단체를 발족시켰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이 사상과 양심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니 “국가보안법 폐지로 적페를 청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올해 3월 4일 100여개 단체가 참여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이 발족돼 활동 중이다.
 
이와 병행해 국회에는 지난해 10월 22일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고, 올해 5월 20일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이 정의당 의원에 의해 발의돼 법사위에서 심의중이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국가보안법이 폐지 또는 개정될 운명에 처했다.
 
국민들로부터 헌법을 위임 받은 국회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해 국가안보에 위해를 초래하고 헌법 수호 기능을 포기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국가보안법은 북한 공산주의 체제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켜온 최고의 자유민주수호법이다. 이러한 자유민주수호법을 폐지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적들에게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빼앗고 국가를 전복할 자유를 주어 국가 반역을 합법화하겠다는 것으로 국가의 존립 자체를 뿌리부터 부정하는 것이다.
 
지금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고시나 선거 등을 통해 공직에 들어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국가보안법 폐지나 개정이 아니라 더욱 강화해야할 시점이다. 독일이 과거 ‘급진주의자 훈령’ 등을 통해 반헌법세력의 공직임용을 차단한 것을 참조해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의 공직에의 진출을 제한하고 이들을 공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북한 공산주의 체제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켜온 최고의 자유민주수호법이다. 자유민주질서를 뒤엎으려는 시도는 북한 공산주의 집단이 사라진 후에도 극좌 공산주의자나 극우 전체주의자, 지방분리주의자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형법상 내란죄나 외환죄로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계속 존속해야 하는 국가체제 유지의 필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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