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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의 군사 이슈

북한 전민군사복무제의 딜레마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으로 북한 병력 감축을 견인해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1-19 09:34:57

▲ 박정이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예)육군대장.
6·25 전쟁에서 남침 당시 북한군의 전투력은 약 20만여명으로 국군의 2배에 달했다. 전쟁 기간 동안 29만여명으로 확대 개편됐으며, 종전 후 사회주의 기초건설과 병행해 중국과 (구)소련의 지원을 받아 40만여명으로 전쟁 피해를 복구하고 재건됐다.
 
북한은 사회주의 전면적 건설과 병행해 1962년에 ‘경제·국방건설 병진노선’과 ‘국방에서의 자위정책’을 채택한 이후 급속도로 재래식 군사력을 증강시켰다. 1970년 46.7만여명, 1980년 80만여명에 이어 1989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해 ‘독자적 전쟁 수행 능력 확보’를 위해 진력했다. 1990년대 들어 냉전이 해체되고 사회주의권의 붕괴, 북한의 경제 침체 심화와 한국의 경제 도약 및 북방 정책 추진 등으로 북한은 더 이상 재래식 전력 증강이 어려워지자 핵·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북한은 ‘수소폭탄(Hydro bomb) 실험’이라는 4차 핵 실험(2016년 1월)에 이어,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이라는 5차 핵 실험(2016년 9월)과 ‘대륙간 탄도 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이라는 6차 핵 실험(2017년 9월)까지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선언했다. 2017년 11월 29일 초대형 핵탄두를 장착하고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ICBM인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다며 ‘국가 핵무력 완성’을 주장했다.
 
현재 북한군은 병력과 전략 무기 등의 분야에서 우리 군보다 양적으로 우위에 있다. 북한은 핵 및 미사일 외에 한국군보다 강력한 비대칭 전력을 확보하고 있어 한반도에서 비대칭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방백서 2020>에 의하면 북한군의 병력규모는 128만명으로 추산된다. 2021년 인구 2590만명 대비 4.9%에 해당하는데, 이는 여타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북한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군대에서 일정기간 복무해야 하는 의무병제(헌법 제86조)를 채택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복무 기간은 최근까지 10년(여성 7년)이었는데, 북한의 군사복무자는 신병교육이 종료되면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군인 선서’를 하고 통상 군사복무를 마친 후 일종의 자격증인 ‘만기 군사 복무 증서’를 수여받고 있다.
 
북한의 군사복무자 입대 시기는 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이며, 신체검사 합격기준은 신장 148cm, 체중 43kg 이상이다. 입대절차는 만 14세에 징집 대상자로 등록된 16세 때 두 차례의 신체검사를 받고, 중학교 졸업 후인 17세를 전후해서 군사동원부의 초모 통지에 따라 입대해 약 2, 3개월의 교육 후 배치된다. 복무 중 연 1회의 정기 휴가 15일이 있고, 복무 기간에는 ‘군무 생활 10대 준수 사항’의 규율을 이행해야 한다.
 
북한군 창군 이래 군사복무제와 복무 기간은 계속 변화해 왔는데, 여기에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출생률 등 인구변화, 사회·경제적 환경, 군사·안보 환경, 지도자의 정책적 의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군 창군 시기 형식적 지원제로부터 6·25 전쟁기의 징병제, 전후 지원제를 유지해 오다가 1956년부터 사회·청년단체 간부, 대학생, 군수공장 및 예체능 특기자, 보안원, 독자 등을 제외한 의무징병제로 전환했다. 1956년 후반 민족보위성 명령으로 ‘인민군복무조례’를 발표해 평시 징집대상을 18세∼25세, 전시의 경우 18세∼45세로 징집연령을 정한 의무징병제를 법제화했으며, 1972년 12월 27일 사회주의 헌법 제4장 제72조에 “공민은 조국을 보위해야 하며, 법이 정한데 따라 군대에 복무해야 한다”고 의무병제를 규정했다.
 
1993년 4월 징병 남성 10년, 지원 여성 7년으로 군복무 기간 10년 복무를 공식화하는 ‘복무연한제’를 도입해 입대 시 나이와 상관없이 10년 기간을 복무하도록 했으나, 1996년 10월 북한군 군사복무조례를 개정해 남성은 만 30세까지, 여성은 만 26세까지 복무하는 ‘복무 연령제’로 전환해 실제로 남성은 13년, 여성은 9년 간 장기 복무했다.
 
2002년 신체적·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당 간부, 대학생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군사 복무를 해야 하는 ‘전민군사복무제’를 도입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군 복무 기간은 1956년 3년 6개월에서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10∼13년으로 서서히 증가한 후 ‘복무 연한제’와 ‘복무 연령제’를 적용하면서 복무 기간의 증감이 있었다. 김정은 집권 초기 일시적으로 연장됐다가 전민군사복무제하에서 징집대상자의 감소 및 입대 신체검사 기준 하향, 복무 기간 등이 조정되면서 현재 남성은 7∼8년, 그리고 여성은 5년으로 군 복무 기간이 단축된 상태이다.
 
북한의 복무 기간 변화는 북한군의 병력 규모의 증가 및 유지와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적 수단의 하나로 활용돼 왔다. 1948년 2월 북한군 창군 이래 오늘날까지 복무 기간은 10여 차례 공식·비공식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복무 기간은 점진적으로 연장돼 왔다. 1980년대 초 10년 복무 연한이 유지됐으나 1980년대 말 병력 규모가 100만 명 이상의 병력수준에 도달하자 복무 기간의 증감이 반복됐다.
 
북한은 2000년 전후 태어난 입영 대상자의 자연적 감소와 발육 부진 등으로 향후 현 병력규모의 유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두 차례의 복무 기간 연장과 단축은 선군정치 시기와 달리 장기 복무자의 불만 해소, 12년제 의무 교육 실시 등 사회적 우선권 등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북한군 병사들의 장기복무에 대한 불만, 전민군사복무제의 문제점 등을 고려하면 과거와 같이 복무 기간 연장을 통한 병력유지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군의 경제건설 역할 확대, 장기복무 불만, 전민군사복무제 문제, 여성 징병제 도입에 의한 출산율 저하 등을 고려하면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므로 김정은의 복무 기간 단축 조치, 12년제 의무 교육 실시, 북한군의 장기 복무 문제 해소 노력 등을 고려 시 사회적 요구나 정책적 명분이 주어지는 경우 복무 기간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가 지속되거나 남북 경제 협력이 활성화될 경우 남북 군비 통제에 의한 병력 감축과 복무 기간 단축이 가능하고, 이때 발생한 북한군의 노동력을 사회로 환원시킬 가능성이 증대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병력 감축과 복무 기간 단축을 결행할 경우 ‘평화 의지’에 대한 상징적 효과는 물론 한국민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북한군의 병력 감축과 이에 따른 복무 기간의 단축은 대내적으로 양질의 노동력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하고, 대외적으로 비핵화 국면에서 북한의 평화의지에 대한 신뢰를 증대시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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