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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창궐하자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의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기반 미디어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 OTT와 가상세계 메타버스 등 업계가 수혜를 입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점차 수그러들면서 성장세가 둔화되자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메타버스, OTT 분야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를 확대하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특수’ 가라앉나… OTT·메타버스 성장세 ‘주춤’
최근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수혜를 입은 메타버스, OTT 분야 사업자들은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점차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상황에 접어들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세계 최대 OTT 기업인 넷플릭스(NETFLIX)가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 발병 이전인 2019년 3분기 넷플릭스의 매출은 52억4000만달러로 시장 예측치 52억5000만달러를 소폭 밑돌았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19년 4분기부터는 지난해 2분기까지 줄곧 시장예측을 초과하며 승승장구 성장세를 이어왔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매출은 54억7000만달러, 2021년 2분기는 73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시장예측치도 적게는 약 2000만달러에서 많게는 7000만달러(2020년 2분기 매출 61억5000만달러·시장예측 60억8000만달러)를 넘어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3·4분기 넷플릭스의 매출은 각각 74억8000만달러, 77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영국과 미국 등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수그러드는 분위기에 늘어난 콘텐츠 수요로 OTT 업계가 그간 누려온 ‘코로나19 특수’가 가라앉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메타버스 사업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며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메타의 매출은 336억7000만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334억달러를 상회했지만 순이익은 102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112억2000만달러)와 비교해 8% 감소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온라인 게임 플랫폼 사업자 로블록스(Roblox)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메타버스가 흥행하자 업계에서 으뜸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을 거뒀다. 로블록스의 결산 분기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억7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 7억7200만달러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손실도 1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성장세 주춤해도 투자 활발… “국내 기업, 비즈니스 모델 개편해야”
글로벌 기업들은 실적 부진 속에서도 투자를 확대하는 등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고 있다. 게임산업처럼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분야에 진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타사와의 경쟁 판도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자사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자사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2편과 ‘슈팅 훕스’, ‘카드 블래스트’, ‘티터업’ 등 5종류의 게임을 공개했다. 이어 지난 4일 동 게임 개발사인 모바일 게임 개발·유통사 넥스트 게임즈(Next Games)를 6500만유로(약 868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게임업계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경쟁 과열인 것으로 풀이된다. 디즈니+, 애플TV+ 등 경쟁 기업이 등장하면서 넷플릭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즈니+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약 1억3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OTT 업계에서 떠오르는 신흥 강자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 2억2000만명과 비교하면 아직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규모지만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둔화된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라는 평가다.
한편 메타버스 업계에서도 투자 확대에 대한 움직임은 활발하다.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약 82조원의 거금을 들여 인수한 바 있다. 이로써 MS는 중국 텐센트, 일본 소니에 이어 매출 기준 3위에 이르는 글로벌 게임 업체로 올라섰다.
MS가 게임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점을 보건대 게임회사인 블리자드를 인수한 이유는 메타버스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사티아 나델라 MS 회장은 인수 당일 “게임은 오늘날 모든 플랫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분야”라며 “이번 인수는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OTT 기업의 경쟁이 격화되고 메타버스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자칫 국내 기업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윤경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넷플릭스의 부진으로 발생한 반사이익이 국내 OTT 사업자에게 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OTT 기업이 글로벌 거대 기업을 상대하고 과열된 OTT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아시아 및 국내 이용자가 선호하는 니즈 콘텐츠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등 나름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대원 서강대학교 메타버스전문대학원장은 “코로나19의 엔데믹 상황은 메타버스 분야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시간의 문제이지 메타버스의 방향성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면서 “기업들은 단기적인 유·불리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의 본질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이어 “가상경제에 부담감이 없는 MZ세대가 경제의 주축으로 진입하는 만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이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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