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허위·불공정 매체’는 파산시켜도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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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선언 “모든 인간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가진다”
맹목적 친북 정권의 나팔수 전락한 언론사 부끄러운 줄 알아야

조맹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22 13:40:11

불공정 보도에 대한 ‘철저하고 혹독한 책임’을 묻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언론사 파산까지 각오하라”는 화두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미디어오늘·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의 문제 제기에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가 논쟁에 가세했다. 개념의 혼란이 불러온 난맥상이다. 이 논의를 풀기 전에 기본인권 이론을 먼저 언급하고, 그 논의 진행 과정에 관해 서술하겠다.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지구상의 모든 개인이 ‘알고, 알리고, 토론할 권리’를 명시했다. 인권선언 제19조에 ‘모든 인간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이 권리는 외부의 간섭 없이 의견을 소유하고, 국경을 초월하여 어떤 미디어를 통해서든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받아들이고 확산시킬 자유를 포함한다’라고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유엔 감시하에 선거를 치렀고, 그 근거 하에서 제헌헌법이 제정되었다. 74년 된 헌법에 대해 지금 와서 엉뚱한 소리를 해봐야 영양가가 없다. 정치권이 앞장서서 인권선언에 반하는 논의를 끄집어내는 것은 헌법을 읽지 않고 통치를 한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24일 유엔 연설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는데 ‘DMZ평화지대구상’을 발표했다. 그때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문재인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모욕적인 호칭을 달아 주었다. 청와대 메시지 받아쓰기와 나팔수를 자임하던 국내 언론은 문 정부의 김정은 찬양에 별 토를 달지 않았다. 방송일수록 그 경향이 심했다.

문재인정부 치하에서 언론의 위상은 말이 아니다. 언론 단체들은 권력의 나팔수로 순치된 상태다. 문 대통령 임기 내내 ‘전 방위적 언론탄압의 일상화’라는 평을 받아온 상태에서 언론은 온갖 수모를 받게 되었다. 더욱이 문 정부는 남 비판에는 선수였지만 남이 하는 비판에는 발끈했다.

2020년 9월21일은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해양수산부 서해 어업지도 관리원 소속 항해사 이모(47) 씨에게 북한은 총격을 가해 사살한 뒤 시신을 소각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여당은 대북전단금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소위 김여정하명법이다. 이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세계인권선언도 읽지 않고 정치를 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유주의·시장경제 하에서 언론자유가 허용된 나라인지 의심을 받게 되었다. 마침내 윤석열 야당 대선후보가 ‘언론사 파산’을 운운하고 나섰다. 언론중재법 개정에서 ‘통합형 자율규제’ 조항에 냉소적이었던 그는 언론 관련법의 가혹한 집행을 주문했다.

한국기자협회 주최 ‘2022년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윤 후보는 “언론 보도가 진실이냐 아니냐 문제를 행정기구나 다른 데서 판단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법적 절차, 그에 준하는 준사법적인 언론중재기구를 통해서 하는 게 맞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여기(불공정 보도)에 대한 사법적 재단이 이뤄지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지, 법적 절차에 따라 철저하고 혹독하게 책임을 물어왔다면 아마 지금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좌파 단체들은 대선 직후인 3월10일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언론을 향한 적개심과 편향된 언론관을 잇달아 드러내 커다란 우려를 자아냈다”면서 “기사 하나로 언론사 전체가 파산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고, 소수 매체를 무시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별다른 근거 없이 친여 매체, 정권의 하수인 등 언론을 모욕하는 발언을 쏟아냈고, 선거운동 막바지에 언론노조를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이에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윤 당선인의 후보 당시 발언은 진실한 사실에 근거했으며 ‘정치 개혁에 앞서 (언론노조를) 먼저 뜯어 고쳐야 한다. 말도 안 되는 허위 보도나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해왔다’라는 발언은 드러난 사실에 대한 윤 당선인의 평가로서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라고 했다.

언론이 그날그날 진실을 챙겼으면, 불공정 보도에 대한 ‘언론사 파산’이란 말이 오가지도 않았고, 언론이 비판을 받을 일도 아니다. 이제 위정자든 언론인이든 세계인권선언을 다시 숙독할 필요가 있다. 이 선언은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즉 보편적 서비스의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