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 생존자가 들려주는 인생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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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살아 있다는 것의 위대함을 보여준 단 한 권의 논픽션
“지금 포기하면 안 돼, 하루만 더 버텨보자. 하루만!”

이두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3-23 17:47:02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에디 제이쿠 저, 홍현숙 역, 1만6800원, 동양북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최대의 강제수용소이자 집단학살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한 노인이 있다. 그의 체험담과 함께 “불운했지만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자신의 인생을 집약해놓은 회고록이 출간됐다.

소설 속 주인공보다 훨씬 더 소설 같은 삶을 살았던 회고록의 저자 에디 제이쿠. 1920년생인 그는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악명높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한 사람이다.

저자는 19살이던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약 7년 동안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그리고 폴란드에 있는 여러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수십 번 죽을 고비를 넘긴 인물이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서 가족들과 상봉하고 짧은 시간 동안 숨어 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이웃의 밀고로 다시 체포되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인간 이하의 생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를 가스실에서 잃고, 수용소 안에서 나치 간수가 되어 있는 대학 동기를 만난 일,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후 민가에서 도움을 청하다 오히려 다리에 총을 맞고, 친구와 동료가 날마다 죽어나가는 모습을 봐야했던 날들, 부모를 학살한 자들을 위해서 중노동을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면서 날마다 모멸감을 느꼈던 저자의 하루하루, 이 모두가 이 책 안에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이 같은 참혹한 일을 겪은 사람답지 않게 은은한 미소를 띠며 저자 에디 제이쿠는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사랑과 우정, 친절과 희망,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우리 삶의 연료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 책은 그가 100세가 되던 해인 2020년에 출간된 후 호주 아마존 1위에 올랐고 미국, 영국 등에서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르면서 전 세계 37개국에 판권이 수출됐으며 2021 올해의 자서전상, 2021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호주 국민 훈장 수훈자로 선정됐으며 그의 TED 강연 영상은 유튜브 채널을 합쳐 100만 조회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아름다운 언어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 넘치는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에디 제이쿠는 2021년 10월 시드니에서 세상과 작별했다.

이두경 기자 dk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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