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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스토리]-손혜정 극단 마실 대표

“모두가 함께 호흡하며 노는 것이 연극이죠”

관객이 주체가 되는 극 추구하는 연극인

기사입력 2022-04-16 00:05:00

 
▲ 손혜정 대표와 극단 마실은 공연자 중심의 연극 활동에서 벗어나 관객이 주체가 되는 공연을 추구한다.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는 4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손혜정 극단 마실 대표를 만났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손혜정 대표는 봄의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극단 마실은 공연자 중심의 연극 활동에서 벗어나 관객이 주체가 되는 공연을 만들고자 하는 단체다. 2006년부터 ‘달려라달려달달달1’ ‘달려라달려달달달2’ ‘꿈꾸는 거북이’ 다문화를 소재로 한 참여극 ‘사달수드’ ‘파롱파롱파롱아’ 학교폭력 문제를 참여극으로 풀어낸 ‘귀를 기울이면’ 등을 창작하고 관객과 만나고 있다.
 
“마실 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시골에 살아서 그런지 그런 걸 좋아해요. 배우, 스태프, 관객의 구분을 짓지 말고 같이 소풍을 가는 듯한 공연을 하자는 의미로 지었어요.”
 
아이들에게 이야기 들려주며 작품 창작…“학생들 격려에 용기 얻어 배우의 길로”
 
극단 마실을 설립하기 전 손혜정 대표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손 대표는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직접 창작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원래는 연극배우가 꿈이었는데 연극배우가 되려고 하면 어떻게 될 지 몰랐어요. 그래서 그냥 공부하고 교사가 됐어요. 부모님이 선생님이 되는 걸 좋아하시기도 했고 그때 시골에서는 공부 잘하면 다 선생님 됐거든요. 제가 아이들이랑 잘 맞기도 했고요.”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떠드는 애들 있으면 자기들끼리 조용히 시키고 숙제도 서로서로 도와주고 그래요. 그날 하루 동안 말썽 안 부리고 잘해야 이야기를 들을 수 있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날 일기 검사를 하는데 갑자기 아버님 글씨체가 하나 있더라고요. 무슨 얘긴가 봤더니 지난주 금요일에 이야기를 안 해주셔서 딸이 아니라 자기가 너무 궁금하니 제발 이번 주에 완결을 해달라는 내용이었어요.”
 
▲극단 마실은 모두가 어떤 상황에서도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을 추구한다. [사진제공=극단 마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손 대표는 학생들과 연극을 해보기로 했다. 반 전체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1년 내내 연습해서 공연을 하러 다녔다. 손 대표는 선생님은 연극을 더 해도 될 것 같다는 아이들의 말에 용기를 얻어 연극배우의 길을 걷기로 했다. 손 대표는 이때의 경험이 자신에게 준 것이 크다고 말했다.
 
“그때 경험이 제가 즐기면서 하면 그게 연극이라는 걸 알려준 것 같아요. 특별한 기술이나 위대한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되고, 사람들과 함께하면 되고, 나누면 된다는 거죠. 지금도 대본을 완성한 후에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놉시스 정도만 가지고 참여자들과 프리 프러덕션(촬영 이전 작업)을 30회 이상 하면서 함께 공연을 만들어 가요.”
 
손 대표는 처음에는 극단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배우가 될 생각에 학교를 다니고 캐스팅해줄 곳을 찾던 손 대표는 중간에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다. 그러자 캐스팅됐던 배역이 모두 취소가 됐다.
 
“임신을 한 채로 하면 위험하니까 아기를 낳고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낳고 나니까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아기를 데리고 가서 연습한다고 하니까 다들 제발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그때는 너무 서러웠죠.”
 
열정적으로 연극배우를 지망했기 때문에 손 대표의 좌절은 컸다. 당시 손 대표는 매우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마음을 바꿔 아이를 가진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볼 수 있는 극단을 직접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제가 배우를 지망해서 극단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각오라도 확실히 할려고 머리를 밀었어요. 남편한테 머리를 밀어달라고 했더니 괜찮겠냐고 묻다가 결국 밀어줬죠. 거울을 보니까 저 스스로 좀 충격이었어요. 그래도 머리도 밀었는데 뭐라도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놀이터로 가서 거기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했어요.”
 
“머리 빡빡 민 아줌마가 이야기해준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미친 사람인 줄 알고 도망가더라고요.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면서 한 1년 돌아다녔더니 열 번 시도하면 한 번쯤은 들어줘요. 그렇게 이야기를 들려줘서 아이들이 웃는 대목이 있으면 그 부분을 다시 쓰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모으다보니 A4 용지 8장정도가 나왔어요. 그렇게 처음 만든 작품으로 대학로에서 공연했고 그러다보니 극단이 만들어졌어요.”
 
토론 연극·영유아극 등 다양한 공연 시도…“관객의 생생한 반응이 가장 중요하죠”
 
손 대표와 극단 마실은 시끄럽게 놀면서도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왔다. 옛 시대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하던 이야기꾼을 모델로 현장성이 살아 있는 참여극을 추구했다.
 
극단 마실은 토론 연극도 꾸준하게 시도하고 있다. 토론 연극은 당시에 이슈가 되는 사회적인 사안을 주제로 1부에 상황을 만든 다음 2부부터는 관객이 주인공이 돼 이야기를 진행하는 연극이다.
 
“학교 폭력이 문제가 됐을 때 방관자에 중심을 두고 토론 연극을 했어요. 공연의 주인공은 방관자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보면서 어떻게 하지? 하는 걸 한 시간 정도 보여줘요. 거기서 공연을 멈추고 관객에게 너라면 어떻게 할지 물어봐요. 그중에 한 명은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직접 나와서 해보기도 하고요. 그래서 관객이 따끔하게 한마디 하면 배우가 다시 받아쳐요. 만약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고 하면 또 멈추고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면서 답을 찾아가는 식이죠.”
 
“서울에서 학교 폭력으로 토론 연극을 했는데 그 학교에 ‘그건 아니지’라는 유행어가 생겼대요. 토론 연극을 할 때 누가 ‘그건 아니지’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했거든요. 또 상황이 심각해지니까 여러명이 나서서 ‘그건 아니지’라고 하는 일도 있고요. 그 뒤로는 비슷한 상황이 있으면 교실의 누군가가 ‘그건 아니지’라고 하면 온 교실로 퍼진대요. 그 학교 선생님이 저한테 편지를 보내서 너무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손 대표는 영유아극에도 도전하게 됐다. 손 대표는 영유아극이 현재 연극의 대안적 성향을 띤다고 말했다. 연극은 사람이 관객을 만나는 예술이지만 상당수의 관객이 관망자가 되는 상황에서 살아 있는 관객의 반응을 좀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유아들은 온몸으로 반응하잖아요.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고 춤추고 싶으면 그냥 춤을 춰버리고요. 연극의 본질을 영유아들이 가지고 있는거죠.”
 
“우리는 영유아가 함께 호흡하는 상대 배우라고 생각하고 훈련해요. 아직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아이가 돼보는 훈련 같은 것도 해요. 아이들의 반응이 터져 나오면 이제 상대 배우였던 아이가 주인공이 되는 거예요. 그들의 현존을 관객들이 보면서 살아 있는 연극을 느끼는 거죠.”
 
최근 뉴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이 연극보다는 다른 매체를 찾게 됐고 특히 아이들이 연극 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손 대표는 연극이 아이들에게 자신을 찾아가는 중요한 과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극은 지금의 내 마음과 생각에 집중하는 예술이에요. 요즘에는 다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너무 익숙하잖아요. 지금 내가 원하고 말하고 싶은 것이 뭔지 고민하기 힘든 거죠. 이런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나는 무엇이고 내 뿌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찾을 수 있어요.”
 
▲ 손 대표는 연극이 아이들에게 자신을 찾아가는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딸(왼쪽)과 함께 자리한 손 대표. ⓒ스카이데일리
 
“삼십년쯤 전에 러시아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는 저녁을 먹고 예술 공연을 보는 게 익숙하더라고요. 예술을 따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 경험 자체가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손 대표는 영유아극을 만드는 국내외의 단체들과 만나서 노하우를 나누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막힌 상황에서 더 좋은 연극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공연이 막혔지만 특히 영유아극은 차단된 상태죠. 아이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위험할 수가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니까 공부를 하고 노하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공연이 중단되면서 연극의 길이 지속가능한 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들었어요. 이제까지는 제 힘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는데 길을 잃은 거죠. 그런데 많은 단체와 워크숍을 진행하고 보니 같이 나눌 때의 힘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겨나가고 싶어요.”
 
손 대표와 극단 마실은 올해 위드 코로나가 진행되면 영유아극을 통해 아이들과 양육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는 워크숍과 공연을 영유아와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예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영유아의 발달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보고서를 봤고 저희도 스스로 피부로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온라인 워크숍을 2년간 진행했고 참여자들을 통해 필요성과 도움을 얻었다는 피드백을 받았거든요.”
 
“저희 공연팀과 함께 손잡고 이러한 활동이 영유아 발달과 양육자의 정신건강 등에 도움이 되는지 연구 관찰을 원하는 연구자도 찾고 있어요. 즉 공연 예술의 필요성을 용감하게 정면으로 부딪혀서 묻고 실제 결과를 보고 싶은거죠.”
 
마지막으로 손 대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연극에 대해 물었다. 손 대표는 지역에 가면 찾을 수 있는 카페나 맛집처럼 그 지역에서만 찾을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크고 대단한 연극은 이미 잘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지역의 이야기를 지역 사람들과 예술가들이 모여서 어울리는 공간에서 연극을 하는 거죠. 다른 곳에 없고 여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런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양준규 기자 / jgyang@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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