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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내 밖의 나’를 발견하는 만큼 행복해진다

바깥 몸의 실증적 현상을 자주 경험할수록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06 09:50:11

 
▲김성수 작가·마음과학연구소 대표
 나라는 존재가 내 밖에 있을 수 있을까. 64kg짜리 몸을 두고 거기까지만 나라고 잘라 말하기에는 뭔가 빠진 듯하다. 피부라는 외피와 그 안에 담겨 있는 여러 생체기관들만을 나라고 한다면 생명의 활동성이 대뜸 단절된 느낌이 든다. 생명은 최소한 물과 공기와 흙과 영양소를 몸 밖에서 공급받아야만 생명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연과의 관계를 통해 생존한다.
 
사회적 생명체로서 나는, 내 밖에 누군가가 존재함으로써, 나다. 나라는 개념 형성도 되기 전부터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왔다면 어떻게 될까. ‘나’라는 존재를 인정해 줄 그 누구도 없으니 ‘나’는 있지만, 있다고 하기 어렵다. 
 
하다못해 돌고래 친구라도 있어야 ‘나’를 성립시킬 수 있다. 영리한 돌고래가 자신을 지칭하는 표현을 쓴다면 당신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저 녀석은 자신을 휘이익, 이라고 하는데 그럼, 이것(나를 지칭함)을 무엇이라고 하지? 그렇게 자문하는 순간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식이 싹튼다. ‘휘이익’이라는 상대에 대응하는 존재로서 ‘나’의 발견이다.
 
어떤 경우든 ‘나’는 ‘너’라는 대응적 존재를 원인으로 성립한다. 내 몸이라는 생명을 있게 하는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흰 상자 안에서만 자란 동물은 시력을 잃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눈이 할 일은 외부 대상을 보는 일인데, 사방이 흰 상자 안에서는 봐야 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주로 햇빛 없는 땅 속에서 생활하는 지렁이는 눈으로 볼 대상이 없기 때문에 시신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냄새도 마찬가지다. 냄새가 있어서 후각이 발달하고, 후각 신경이 발달해 있어서 냄새를 맡는다.
 
나의 ‘바깥 몸’을 알아볼 때 생기는 변화
  
사람은 반드시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시기를 거친다. 아직 몸을 뒤집지도 못하는 유아는 손아귀에 들어오는 물건을 보면 무조건 입으로 가져간다. 입에 넣는다고 한 것이 입 옆으로 가기도 한다. 겨우 입에 넣는가 하는데 그만 손에서 그것을 놓치기도 한다. 
 
아이는 다시 주변을 더듬거리거나 손보다 먼저 입부터 들이대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이 시기를 ‘구강기(Oral Stage)’라고 명명했다. 이른바 성(性)심리 발달의 첫 단계다. 자신의 안팎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 시기는 ‘나’라는 인식 작용이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의 탄생‘은 타 존재의 이름과 형태를 구분하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몸 바깥에 엄마, 아빠가 있음을 알고, 자신과는 다른 물건이 있음을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타 존재의 이름과 형태를 기억하는 순서를 밟는다. 자신과 자신 아닌 것을 구분하면서, 나를 아프게 하는 물건이나 기분 좋게 하는 물건도 분류한다. 자기 손아귀에 쥐고 있다가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이건 네 거야’라고 다른 사람에게 내주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상호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같은 논리로 당신은 내 밖에 있는 ‘그 무엇들’과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내 밖의 나’를 발견한다. 그런 관계를 알아보는 순간 깨우침이나 환희, 의식의 전환, 관계의 반전 등이 일어난다. 나는 공기를 들이마시며, 바깥에 있던 공기가 내 몸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알 수 있고, 그것이 내 몸을 이루고 있음을 각성하기도 한다. 바깥에 있던 밥이 식도를 통과한 순간 내 몸이 된다. 바깥에 있던 향기가 나에게 와서 몸을 이완시키기도 하고, 나의 시선이 꽃망울에 머무는 동안 기분이 바뀌기도 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보면 나를 에워싼 무생물이 바로 나의 ‘바깥 몸’이라는 실증적 현상을 끊임없이 경험하게 된다.
 
경험과 발견은 다른 문제다. 사람의 여섯 감각 기관 중 하나인 마음이 그 다름을 잘 보여준다. 마음은 생각이나 감정을 대상으로 존재한다. 기억, 생각, 감정은 당신의 내면에 잠재해 있다가 조건을 만나면 즉각 드러난다. 운전 중에 다른 차가 급차선 변경으로 앞을 가로막는 순간 당신이 터트리는 감정이나 언어는 미리 준비한 것이었던가. 아니다. 상대 차가 예고 없이 급차선 변경을 해 온 것처럼 당신의 마음 또한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불시에 그런 상황과 뒤섞이면 폭발물처럼 화가 솟구치고, 험악한 말이 터져 나온다. 마음이 그럴 만한 상황과 뒤섞인 것이다. 사고가 날 뻔한 사건을 경험했지만, 그에 반응하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지 못하기도 한다.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면 반복할 확률은 99%다.
 
결국은 ‘내 밖의 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양자 역학에서 말하는 다중우주 가설에 따른 ‘지금의 나와 똑같은 내가 우주 어느 공간에 있다’는 식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 나라는 생명체와 직접 관계하고 대응하는 그것을 일컫는다.
 
‘내 밖의 나’는 때로 외부에서 적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돈을 빌려간 사람이 갚을 생각은 안 하고 나의 험담을 하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철천지 원수’라는 생각이 드는 인연인데, 어떻게 나와 대응하는 관계라 해서 ‘내 밖의 나’라고 할 수가 있나.
 
하지만 내 삶의 구성 안에서 그의 역할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나를 에워싼 모든 공기가 늘 맑고 푸르렀던가. ‘내 밖의 나’는 내 삶을 옹위하면서 늘 선량함, 맑음, 청량함, 따뜻한, 다정함, 기쁨 따위로만 구성돼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오히려 다양한 측면에서 내 삶을 비춰 주는 조명 같은 존재다. ‘철천지 원수’는 삶의 교훈이거나 나의 다른 마음으로서 ‘내 밖의 나’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말은 실상을 드러낸 정확한 표현이다.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그것은 이름과 형상을 갖고 내 마음 안에서 뒤섞인다. 그것은 보는 즉시 나의 의식이 된다. 공기가 코를 통해 몸으로 들어와서 내가 되듯.
 
당신은 ‘내 밖의 나’를 찬찬히 둘러보는 시공간이 절실할지도 모른다. 시원한 공기가 내 안팎을 들랑거리는 감각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향기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잔잔한 멜로디가 내 안에 들어와서 나의 의식과 뒤섞이는 기분을 즐기는 일이 그것이다. 이것은 나라는 존재의 확장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는 일이다. 그만큼 엷어지는 자아의식, 가벼운 인생, 연민, 작고 잘 안 보이는 것에 대해 힘찬 응원을 보내는 시공간이 될 것이다. _()_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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