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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의 연극문화칼럼
대한민국은 지금, ‘낭독극’ 전성시대
뉴욕 전문 극단에서 교육·공연 개념으로 시작
배우·무대장치·조명 없어도 관객 상상력 자극
김건표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26 09:22:05
 
▲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공연축제전문가
 대한민국은 지금, 낭독극이 유행처럼 쏟아지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과 현대연극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브로드웨이·일본·중국·한국에서는 그야말로 ‘낭독극’이 독립된 장르가 되었을 정도로 전성시대다. 희곡은 문학적 장르에 속하면서도 무대공연(연극)을 전제로 공연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희곡의 전통적인 방식의 기능과 효용이 낭독극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낭독극이 교육적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희곡낭독·희곡 읽기·낭독공연·낭독극·음악 낭독극·입체낭독극 등 방식도 다양하다. 두 가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희곡을 음성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읽기’의 ‘낭독’이 있으며 실제 배우들이 극중 인물로 분하고 연극적인 장치를 사용해 희곡을 극으로 입체화시키는 낭독극(낭독공연)의 형태가 있다. 
 
읽기 방식의 낭독은 희곡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단계와 드라마(공연 형태)로서 연극적인 기능(연기·극적 동작과 행동·의상·소품·조명·음향)을 사용해 공연의 한 개념인 낭독극 형태로 공연되기도 한다. 근래에는 전문 공연극장(무대)에서 일반 공연처럼 희곡을 무대화해 배우들의 연기와 연극적인 기술 장치를 통해 전문적으로 공연하는 단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낭독극의 본질은 ‘스테이지 리딩(Stage Reading)’의 개념으로 고대에서는 시극과 희곡·문학작품을 웅변투로 낭독하는 것에서 유래가 됐다. 1945년에 ‘Readers Theater’라는 뉴욕의 전문 극단에서 교육과 공연의 개념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공연의 한 형태로 정착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낭독’ 형태의 역사는 우리나라가 한발 빠르다. 한국 낭독극의 원형으로 ‘조선 후기의 직업 낭독가’인 전기수(傳奇叟)가 있었다. 직업이 소설을 읽어 주는 남자였다. 그 당시 틈새시장을 노린 게 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현대낭독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철저히 1인 중심으로 소설을 전문적으로 읽어 주는 소리 낭독가였다는 점이다.
 
요즘 소설 오디오 북이 보편화되는 추세에 전기수는 시대를 앞서갔던 인물이다. 말하자면 ‘1인 크리에이터 성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탁월한 입담과 소리 연기로 ‘숙향전’ ‘소대성전’ ‘심청전’ ‘설인귀전’ 등 당대 작품들로 돈 많은 양반댁을 찾아다니며 소설을 읽어 주고 돈을 번 인물이었다.
 
생각해 보자. 전기수 입으로 생생하게 전달되는 에로틱한 장면을 상상하며 양반들은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니 단순한 낭독이 아니라 라디오 드라마처럼 소리 연기를 잘했던 것 같다. 
 
일본 낭독극 원형은 일본 전통 예능 중 하나인 ‘고단(講談)’에서 찾을 수 있다. 메이지 시대 이전까지 고샤쿠(講釋)라 불리던 고단은 17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단시(講談師)라 불리는 남자 혼자서 어떤 이야기를 낭송하고 이 낭송을 기본으로 하여 줄거리가 전개된다. 고단은 대본을 읽고 들려주는 것이 중심이다.
 
다양한 극단들이 참여하는 낭독극이 하나의 장르로 공연되고 있고 전국적으로 낭독극 열풍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유가 있다. 낭독극은 공연보다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희곡을 연극적인 특징을 살려 간소하게 공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연극과는 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올해 5회가 되는 ‘중국희곡 낭독공연’을 통해서는 대표적인 작품이 쏟아졌다. 그 예로 극단 하땅세의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연출 윤시중, 류진원 원작)와 고선웅 연출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낭독공연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후 연극무대로 옮겨 성공한 사례들이다. 
 
국립극단 창작공감 희곡낭독회를 통해서도 신선한 작품들이 발굴됐다. 이러한 낭독공연에서는 공연 전 단계로 희곡을 연극화한 것이 쇼케이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단순한 낭독은 특수하지 않은 ‘공간’이 요구된다. 다양한 연극적인 요소와 배우들의 극적 행동과 희곡의 특정 장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의 낭독공연은 ‘무대화’의 개념으로 공연된다는 점이다. 
 
연출은 무대 기술을 활용하고 작품의 사건과 주제·메시지를 부각할 수 있는 장면에서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장면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즉 ‘읽는 방식’에서 배우들은 극 중 인물로 행동해 시각적으로 극적인 경험을 희곡을 통해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을 통해 온전한 연극공연 형태와는 다르면서도 낭독과 연극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
 
희곡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낭독극을 실제 제작 공연하는 사례와 실험적 형태로 공연하는 작품들도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무대의상·무대장치와 조명·음악 및 다양한 연극적인 표현성 등이 연극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이런 요소들이 결여된 낭독극에 우려의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런 점들이 장점이 되어 효율적으로 공연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낭독극 공연이 활발해지고 있다. 낭독극의 방식으로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고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낭독극 전성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집으로 달려가 소설이나 동화·단편 희곡 한 편을 조선 후기 1인 낭독가 전기수처럼 가족을 위해 들려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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