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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의 도시인문학
팬데믹이 가져온 직주근접에 대한 새로운 기준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03 09:30:45
 
▲ 유영이 도시공간문화 전문 칼럼니스트
 3기 신도시 5개 지구의 공공 사전청약이 진행되었다. 연령대 상관없이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가장 최근 계획된 도시에서의 삶은 어떠한 모습일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주목된다.
 
3기 신도시는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며 자족 도시로 만들겠다는 방향으로 2018년 경기도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시 교산지구, 인천시 계양 등 대상지를 중심으로 발표되었다. 자족성, 말 그대로 스스로 충족시킨다는 의미로 독립적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도시가 자족적이라는 의미는 잠만 자고 출퇴근하는 베드타운형 도시가 아니라 주택, 산업, 기타 시설 등 삶의 질을 일정 수준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경제와 환경, 시설적 측면이 함께 충족되는 도시를 말한다.
 
특히 1,2기 신도시에 비해 3기 신도시는 직장과 거주지가 가까운 ‘직주근접’ 또는 ‘직주일체’를 위해 일자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해졌다. 통근이 가능한 거리에 집과 직장이 위치하고, 통근이 편한 대중교통이 자리잡는 계획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이나 창업 환경을 적극적으로 유치, 조성하고자 한 계획이 돋보인다.
 
그러나 일과 삶의 거리에 대한 개념은 2020년 코로나19 유행의 시작과 함께 변화해왔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대면 근무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인식이 기업이라는 조직의 체계에도 확실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더 큰 집을 선호하고 지내기 편한 실내 환경을 찾는다는 뉴스도 접할 수 있다. 일과 휴가를 접목하여 놀며 일하는 개념인, 워케이션(Work+Vacation)까지 등장했다. 일하는 장소와 시간대는 이제 사무실을 벗어나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로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직주근접의 기준은 팬데믹 이후, 그 이전과는 다른 상황에서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물리적인 회사의 위치와 일하는 장소, 지점의 위치가 달라도 된다는 새로운 전제가 주어진다. 이제 동료는 공간을 공유하는 조직이 아니라 회의를 위해 시간을 공유하는 관계가 되어간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자족가능한 도시라는 것이 꼭 내가 일하는 조직이 내가 사는 도시에 자리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 시스템에 접속하는 장소가 사무실이 되는 시대, 직주근접의 가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 Kristin Wilson
 
유행처럼 번지는 공유 오피스,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에도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해보아야 할 것이다. 일부 3기 신도시 계획에서 일자리 창출과 자족성을 이야기하며 청년 창업과 소규모 공유 오피스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창업을 너무 공간 지원으로만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다른 도시와 다르게 해당 신도시가 가진 이점을 차별화하여 소개하지 않고, 창업가들을 위한 공간이 지원된다는 내용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거주 장소와 공유 오피스가 분리되어 있기보다는 사무실이 집, 작업실로 쓰이는 팬데믹 이후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소형 주거 시설과 오피스의 결합 모델을 새롭게 구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기업의 위성 사무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대면, 비대면 업무가 가능한 유닛형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겠다.
 
또한 창업은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창업을 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면 기업의 성장에 소홀해지기 쉽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기 신도시 중 판교 신도시의 사례를 보면, 게임회사의 산업 집적화를 통해 관련한 기업이 모여 네트워크가 가능했다. 나아가 판교 게임 콘텐츠 특구로 제도적 지원이 더해지며 각종 규제가 완화되는 등 도시의 유무형의 지원 제도가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입주기업, 창업 기업의 숫자보다 새로운 도시에 터를 잡은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기업 유치에도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3기 신도시 계획에는 주요 기업의 의향서, 수요조사 등 방식이 활용됐다. 그러나 앵커기업 유치라는 계획에서 기업 전체를 도모하기보다 변화하고 있는 산업을 반영하며 확장될 시설을 도입하는 방식 또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물류센터, 촬영스튜디오, 데이터센터 등. 사무가 아닌 연구소 중심으로 신도시를 활용할 수 있다면, 산업의 형태가 변화하는 현재 상황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장소와 사는 곳이 반드시 접해있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3기 신도시는 1,2기 신도시의 아쉬움을 해결하고, 계획 당시 도시에 대한 해결책을 담았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우리 삶의 큰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으로 소멸 위기에 있었던 지자체들이 새로운 활기를 찾았다는 기사를 만났다.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센터를 구축하고 워케이션을 중개하는 기업 또한 등장했다고 한다. 직주근접이 필수였던 시대에서 일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찾아 사는 곳을 옮기는 자유로운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일은 새로운 생활양식을 반영한 생활의 패턴을 만드는 일이다. 결국 변화하는 사업 환경을 감안하되, 사업 성사를 위한 기본 조건, 교류, 교환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일에 대한 개념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도시 공간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일하는 장소와 시간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지도를 펴고 구상하는 물리적 계획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연계되는 도시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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