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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조력존엄사 법안 발의’ 법제화 논란 쟁점 분석
‘품위 있는 죽음’… 의료진 도움 받아 사망하는 ‘조력존엄사법’ 발의
‘웰다잉시대’ 주목 받는 ‘존엄사’→‘조력 존엄사’ 확대한 여론
국민 70%↑ ‘조력 존엄사’ 찬성 “존엄한 죽음, 법제화 필요”
‘죽음은 자기 선택권’vs‘조력죽음 남발될 수 있어’ 찬·반 팽배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06 16:05:57
▲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스스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법’이 6월에 국회에서 입법 발의되면서 품위 있는 죽음을 일컫는 이른바 ‘웰다잉(Well-dying)’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게티 이미지 뱅크] 
 
완치불가의 임종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가 존엄하고 평화로운 생을 마감하기 위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생명을 단축하는 권리에 대한 사안인 ‘조력 존엄사’가 최근 입법 발의되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질병으로 고통을 겪으며 죽음을 맞을 바에는 스스로 품위있는 죽음을 맞을 권리가 있고 이를 존중하자는 게 존엄사의 취지다.
 
안락사를 포함해 의사조력자살(PSA·physician-assisted suicide)’ 등으로도 불리는 존엄사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일컫는다. 선진국들은 이미 소극적 안락사인 존엄사를 인정하는 추세에 있으며 일부에선 인위적 생명단축 행위인 안락사도 부분적으로 묵인하고 합법화하고 있다.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죽음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잘 죽는 것’(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주목을 받는 것이 웰다잉법이다. 국내에서도 죽음에 이른 개인이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행복 추구권에서의 자기운명 결정권에 따라 죽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존엄사법의 취지이다.
 
2016년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웰다잉법이 통과된 것을 기폭제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바로 의사 조력 존엄사법이다. 일각에서는 조력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 및 합의가 부족하고, 생명경시 풍조를 확산시키고 만연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의사조력 존엄사로 확대된 조력존엄사법발의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의사 조력 존엄사법안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조력존엄사는 소생 가망이 없는 환자가, 의사에 의해 처방된 약물을 직접 복용 또는 투약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 연명 의료결정법이 통과된 이후 이번에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으로 조력존엄사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됐다.
 
다만 당시에는 연명 의료중단을 합법화했을 뿐 안락사는 허용하지 않았는데, 이 법에 따라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수혈 등의 연명의료행위를 하지 않아도 의사와 가족을 처벌하지 않게 됐다. ‘의사 조력 존엄사의 경우 의사가 독극물을 처방하고 환자가 복용하는 방식으로 의사가 직접 독극물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일반적인 안락사와 차이가 있다
 
법안은 의사 조력을 통한 자살이라는 용어를 조력 존엄사라는 용어로 순화했다. 현행법상 의사조력자살은 엄격히 금지된다. 의사가 타인의 자살을 조력할 경우 형법 제252조 제2(자살방조죄)에 따라 처벌받는데, 이를 순화하자는 것이다.
 
▲ 환자가 근본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환자 본인이 의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의 삶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고, 의사조력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됐다. [그래픽=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구체적으로 법안에는 조력존엄사 대상자 및 조력존엄사의 정의를 신설(안 제2조제10·11호 신설)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대상자 결정을 신청하도록 하고, 이를 심의·결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를 설치(안 제20조의20조의3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조력존엄사 대상자로서 대상자 결정일부터 1개월이 지나고, 대상자 본인이 담당의사와 전문의 2인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한 해 조력존엄사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안 제20조의4), 조력존엄사를 도운 담당의사에 대해서는 형법에 따른 자살방조죄의 적용을 배제(안 제20조의7)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요컨대 전문가로 구성된 조력사존엄심사위원회를 두고 이들의 심사를 거쳐 의사에게 죽음에 대한 의사를 표시할 때, 이의 임종을 도운 의사 책임을 형법에 따른 자살방조죄 등으로 묻지 않는 식이다. 해당 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 되고 고위공무원, 조력존엄사 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윤리 및 심리 분야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하게 돼 있다.
 
안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80%가량의 성인이 안락사에 찬성한다고 응답을 하는 등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임종과정에 있지 않은 환자라고 하더라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본인의 의사로 자신의 삶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법률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것을 합법화한다는 것이다
 
법안에 대한 국민적 지지 역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올해 713일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조력 존엄사법 입법화 관련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찬성 의견이 무려 82%였으며 반대 의견은 18%에 불과했다. 나이별로도 60대의 찬성비율은 86%였으며 20·30대도 70%를 훌쩍 넘는 찬성률을 보였다.
 
앞서 의료계에서는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환자 부인의 설득으로 중증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뗀 후 환자가 사망하자 해당 의사가 20046월 대법원에서 살인방조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후 연명의료는 철칙으로 인식됐다
 
의사들은 환자가 원해도 치료를 중단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환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이른바 세브란스 병원의 김 할머니 사건에서 대법원이 1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이던 할머니의 생명 연장 치료를 중단하며 최초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가족 동의하, 연명 치료 중단 가능 존엄사법’ 법제화 과정 보니…
 
대법원은 환자 상태에 비춰 볼 때 짧은 기간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할 때는 사망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국가생명윤리심의위가 2013년 제도화 방안을 권고했음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의식이 없는 환자의 불필요한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하려고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부모·자녀)’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6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일명 웰다잉법, 존엄사법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존 기간만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뿐이다. ‘의사조력 존엄사법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임종 과정이 아니더라도 극심한 고통만을 유발하고 근본적인 방식이 없을 때는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지가 삶을 마무리할 권리를 인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824일 국회 토론회에서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한계 및 조력존엄사법안 쟁점’을 주제로 발표한 윤영호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저조한 연명의료중단 결정과 과도한 가족에 의한 결정 등의 문제가 있고, 암 외의 질병으로도 호스피스가 이용 가능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호스피스 이용자의 거의 대부분이 암 환자일 정도로 암 외의 질병으로는 호스피스 이용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해외에서 '조력존엄사'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를 참고해보면 환자의 의사결정능력, 연령기준, 기대여명, 질병의 종류 등을 감안해 이의 여부를 결정하게끔 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윤 교수는 의사조력자살과 호스피스완화의료 확대는 병행될 수 있으며, 조력존엄사 법안의 쟁점을 바탕으로 웰다잉 문화의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연명의료, 호스피스로 대표되는 협의의 웰다잉에서 품위있는 죽음을 위한 광의의 웰다잉으로 나아가, 웰다잉문화 활성화를 위한 기금 및 재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반대측의 박은호 천주교서울대교구 생명윤리연구소장은 생명은 가장 근본이 되는 가치로 생명권과 대비되는 죽을 권리라는 개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박 소장은 특히 권리는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공적인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죽을 권리라는 주장은 단지 내가 선택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것이 가치를 지닌다고 말한다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와 달리 내가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이 그것을 존엄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권리라는 것은 단지 한 개인에게만 의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죽을 권리 주장은 단지 내가 그것을 선택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 죽음이 가치를 지니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발의와 법제화 과정에서의 법적 해석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교수(전 한국의료윤리학회 회장)은 연명의료결정법과 조력존엄사법은 같은 맥락과 윤리 수준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연명의료결정법은 연명의료를 규정하고 임종과정에 진입된 환자가 그 연명의료를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죽음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를 넣은 조력존엄사와는 사회 규범과 의료 조치 및 의료 윤리 측면에서 매우 다르다”면서 조력존엄사’ 법안을 연명의료결정법에 덧붙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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