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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의 도시인문학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현대 도시의 앞날은?
기차 선로의 폭이 우주선 추진 로켓의 폭 결정
현재 공간의 모습은 과거의 방식 위에 놓인 것
유영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0-26 09:50:08
 
▲ 유영이 ‘다이얼로그: 전시와 도시 사이’ 저자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화재로 우리의 일상이 잠시 멈추었다. 연락을 나눌 수 있는 메신저뿐만 아니라 메일, 메신저에 연계된 금융, 택시 호출 등 다양한 서비스가 멈추며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날을 이야기하며 여러 논의가 이어진다. 어떠한 메신저로 대안을 찾았는지에 따라 세대 구분을 하며 여러 메신저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었다. 하필 그날이 생일이었던 사람들은 기프티콘을 받기 어려웠던 그날을 일 년 농사를 망친 날이라고 우스갯소리로 표현하기까지 한다. 
 
메신저로 받은 쿠폰을 쓸 수 없어 식당에 2시간 이상 앉아 있었다는 지인의 사연도 들린다. 주말 저녁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호출 없이 택시가 잡혔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도 남았다.
 
세상을 연결하는 메신저가 멈췄을 때 사람들은 각자의 대안을 찾아 나섰다. 몇 년 전 화재로 통신망이 잠시 두절되었던 때가 떠올랐다. 연락도 되지 않고 결제에도 문제가 생기자 사람들은 급한 연락을 위해 공중전화를 찾아 나섰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마비될 때, 우리는 그러한 기능이 있기 이전에 이용했던 기능과 기기를 기억해 낸다. 기술의 진보로 사라져 간 과거의 수단이 위기가 생겼을 때 소중한 대안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흥미롭다.
 
기술의 변화는 일상을 매우 빠르게 변화시킨다. 손으로 전화기를 표현하면 나이를 짐작해볼  수 있다고 한다.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세워 수화기를 묘사하면 어린 친구들은 아니다. 20대나 어린아이들은 스마트폰이 익숙한 까닭에 휴대폰을 드는 손 모양을 취하며 전화기를 묘사한다. 모니터가 보이면 무조건 손으로 움직여 보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기술에 대한 빠른 적응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도시도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버스·택시와 함께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가 활발해지며 새로운 도시 이동 수단이 도시를 누비고 있다. 차도와 인도로만 나뉜 옛길에서 이제 곳곳에 놓인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를 자주 만나볼 수 있다. 같은 길, 다른 방식의 향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백지 위에 그려지지 않는 이상 도시는 과거의 조직 위에 새로운 기술과 일상이 만나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며 만들어진다.
 
건축 및 도시 이론가 콜린 로우는 그의 동료와 함께 이러한 도시의 현상을 콜라주 시티라 이름 지었다. 콜라주는 시각 예술의 한 기법으로, 천·비닐·나무·종이 등 다양한 재료를 붙여 구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콜라주 시티는 다양한 재료가 시차를 두고 덧붙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처럼 다양한 시대의 변화가 현재의 도시를 구성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콜린 로우가 콜라주 시티를 이야기한 책은 1970년대 후반에 출판되었지만 도시는 한순간 사라졌다가 모두 한순간에 새롭게 건설되는 것이 아니고 작은 변화의 중첩과 적층으로 만들어진다는 측면에서 오늘날 도시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 미래와 과거,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가 진정한 일상을 담는다. © annhwa
 
스마트 도시, 미래 도시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현재의 모습을 부정하고 완전한 전환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을까. 미래와 과거가 반대항에 놓이지 않고 같은 방향성을 갖고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 보면 어떨까.
 
우주선 로켓의 크기가 두 마리 말의 엉덩이 폭과 연관되어 있다는 경로 의존성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 미래는 과거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차를 끄는 두 마리 말의 엉덩이 폭이 전차와 마차의 폭을 규정지었으며, 이것이 훗날 마차 선로 폭의 기준이 되었다. 마차를 대체하는 증기기관 열차의 등장에도 기차의 폭은 마차의 폭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차의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선로의 폭은 우주선 추진 로켓의 폭을 결정했다.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는 현재 공간의 모습은 과거의 방식 위에 놓인 것이다. 기술의 개발은 완전히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과거의 생활 양식을 바탕에 딛고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햇살이 따스한 가을날 강화에 있는 소창 체험관에 다녀왔다. 70년대 활발했던 강화 일대의 소창 산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공장을 개조해 만든 체험관 마당 한쪽에서 소중한 흔적을 발견하고 왔다. 
 
산업이 발달했던 강화에는 전기와 전화 등 당시 신문물의 유입이 활발했다.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수 자원이었던 만큼, 전국에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나무 전신주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과거 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이제는 우리의 기술과 문화, 일상을 기억할 수 있는 매개체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우리가 흔히 봤던 콘크리트 전봇대가 서 있다. 나무의 모양을 그대로 형상화하여 만들어진 기다란 원통형이다. 사각형일 수도 삼각기둥일 수도 있지만, 분명 재료만 바뀌었을 뿐 둘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3기 신도시 계획과 함께 신도시, 즉 새로운 도시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과거와 다른 모습의 도시를 상상케 한다. 사람들의 행위가 데이터로 쌓이고 물자 서비스 등 시스템이 도입되는 스마트한 도시 관리 시스템이 새로운 도시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조감도 속 도시의 모습은 우리가 거닐고 있는 도시의 모습과 완전히 다르지 않다. 100년 뒤 미래 도시를 보여 주는 영화에 나오는 모습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충분히 상상하고 익숙해질 수 있는 약간의 변화를 담고 있는 도시인 것이다.
 
현재 도시의 모습을 부정하고 새로운 도시를 세울 수 없다. 미래를 준비하는 스마트 도시는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도시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우리의 일상으로 적응해나가면서 차츰 만들어 나가는 시공간의 조화로운 예술과도 같다. 스마트폰과 공중전화가 공존하고, 스마트폰 메신저 앱에도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듯, 기술의 다양한 단계가 함께하는 도시가 지속가능한 도시의 모습이다. 과거의 모습 위에 조금씩 변화하며 쌓인 지금의 도시도 충분히 스마트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시각 또한 미래 도시에 대한 논의에 유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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