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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토리] 아르헨티나 탱고 댄서 겸 강사 지노
“탱고의 매력은 매혹적 선율 속 불타는 정열”
춤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 자기 미학의 본능적 몸짓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탱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등재
장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19 00:05:05
▲ 아르헨티나 탱고 댄서 겸 강사인 지노(오른쪽)가 탱고의 한 동작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과거에는 춤에 대한 편견이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잖아요. 또 세계가 가까워졌어요. 해외의 다양한 문화도 마음만 먹으면 나의 일상으로 끌어와 즐길 수 있게 됐죠. 탱고를 마음속에만 품고 있었다면 주저 말고 도전해 보세요. 탱고는 음악만 들어도 아름답지만 나의 몸짓이 오선지 위에서 춤으로 펼쳐지면 새로운 예술이 되고, 인생은 더욱 풍성해진답니다.”
 
아르헨티나 탱고 댄서이자 강사인 지노(박준균·57)를 서울의 한 밀롱가(Milonga·탱고 음악과 춤을 즐기는 장소)에서 만났다. 탱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막상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노는 음악이 좋아서 춤이 좋아서 접하게 된 탱고에 매료되어 탱고의 메카 아르헨티나까지 다녀왔다. 그는 정통 땅고(tango·탱고의 스페인어 원어 발음)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탱고는 두 사람이 함께 추는 춤이다. 지금은 보통 한 딴따(tanda·밀롱가에서 춤을 추는 시간)3~4곡의 음악이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10분간은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해 오감을 총동원해서 느끼는 것이 탱고다. 마치 남녀가 한 사람인 것처럼 하나의 영혼인 것처럼 추는 춤, 그래서 탱고를 ‘하나의 심장, 4개의 다리로 추는 춤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음악에서 춤으로 관심 확장… 알아갈수록 무한한 탱고의 매력
 
어려서부터 음악 듣는 걸 무척 좋아했어요. 클래식을 즐겨 들었지만 그 외에도 대중적인 팝, 국악, 유럽·아랍 음악까지 정말 다양하게 들었죠. 그런데 음악을 듣다 보면 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요. 춤을 추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음악이 있고요. 그래서 음악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생겼고, 내가 직접 그런 춤의 미학을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한국무용부터 발레·현대무용 등 춤 공연을 보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리고 젊은 시절 재즈댄스·힙합·벨리댄스·댄스스포츠 등 다양한 춤을 한 번씩 경험해 볼 수 있었어요. 춤의 즐거움을 알아 가는 것이 곧 제가 춤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 계기도 됐죠. 돌이켜보면 그러한 예술적 체험들이 쌓이고 쌓여 음악이나 춤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내가 그 주체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춤도 결국 내 마음의 표현이자 일종의 자기 미학의 표출이죠.”
 
▲ 탱고 댄서이자 강사인 지노는 서울에서 밀롱가 라슘바를 운영하며 아르헨티나 탱고를 알리고 교육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지노가 30대에 탱고에 입문해 프로페셔널 탱고 댄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그야말로 흥미로웠다. 2004년 그가 탱고에 입문할 당시 한국에서 탱고는 생소한 외국 춤에 불과했다. 댄스스포츠라는 형태를 통해서 탱고는 각종 매스컴의 전파를 타며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긴 했으나 아르헨티나 정통 땅고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했다. 말 그대로 땅고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그는 3년 만에 다양한 공연 활동 및 각종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프로의 세계에 입성했다.
 
하지만 댄서 지노의 열정은 훨씬 더 큰 무대를 향해 있었다. 탱고라는 춤의 근원, 그 뿌리가 궁금했던 그는 2008년 탱고의 본고장인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탱고 아티스트의 꿈의 성지 아르헨티나로  
 
탱고는 유럽 각지에서 아르헨티나 드림을 꿈꾸며 이주해 온 유럽인들이 추기 시작한 춤이에요. 이민자들이 고된 하루 끝에 서로의 애환을 달래 주며 추던 춤인 거죠.”
 
유럽 이주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불렀을 시와 노래·애수짙은 음악·서로를 끌어안고 때론 경쾌하게 때론 정열적으로 추던 춤 이 모든 것이 탱고다. 탱고는 태생적으로 다양성을 품고 있는 춤이다. 따라서 탱고의 발상지에 대해선 종종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탱고의 메카는 아르헨티나라는 말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아르헨티나 땅고잖아요. 결국 아르헨티나에 꼭 가봐야겠더라구요. 내가 추고 있는 탱고라는 춤의 본질을 확인하고픈 마음, 근본적인 궁금증과 열정이 저를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가게 만들었죠.”
 
“2010년까지 아르헨티나에 있는 2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서 탱고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했어요. 저도 한국에서 탱고를 가르친 경험은 있었지만 본토에서 배우는 것은 또 다르잖아요. 좋은 선생님들의 수업을 찾아다니면서 진짜 열심히 배웠습니다. 하루를 빈틈없이 빽빽하게 살았죠. 지금은 작고하신 오스발도 소또(Osvaldo Zotto) 등 유명한 마에스트로들을 비롯해서 탱고사에서 중요한 분들을 많이 만나 배울 수 있었어요.”
 
그는 아르헨티나에서의 경험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탱고의 정수와 다양한 탱고 문화를 직접 체득하고 그 역사를 알아 가며 자신의 춤의 미학에 함께 결부시켜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온 땅게로스(tangueros·탱고 음악인·탱고 댄서·밀롱가 운영 등 탱고와 관련된 일이나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을 통칭하는 말)와 만나고 교류한 모든 것이 자신을 성장시켰다고 말한다.
 
▲ 2011년 9월3일 서울에서 열린 아트탱고 5주년 기념 파티에서 초청 공연 중인 모습. 탱고 댄서 지노(오른쪽)와 유니가 아르헨티나 정통 탱고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탱고 댄서 지노 제공]
 
탱고 역사 100... 다양한 세대가 현재도 즐기는 살아 있는 문화
 
탱고는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쳐요. 1940년대에는 다양한 탱고 악단을 중심으로 풍성하고 깊이있는 창작활동이 이루어지면서 뛰어난 연주 및 음악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소위 탱고의 황금기를 맞게 되죠. 지금도 전 세계에서는 이 당시에 나온 음악들을 중심으로 탱고를 즐기고 있죠.
 
탱고는 2009년에 한국의 강강술래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어요. 탱고의 역사도 벌써 100년이 되는데 오늘날까지 젊은이들부터 나이 지긋하신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춤과 음악으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지금 듣고 계신 곡도 다 1920~1940년대에 만들어진 탱고 음악이에요.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고 노랫말도 멜로디도 참 아름답죠?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밀롱가를 가든지 탱고 하나만으로 국경을 넘어 음악과 춤으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어요.”
 
댄서 지노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교육과 공연·콘텐츠를 통해서 낯설지만 아름다운 탱고와 관련된 문화를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는 밀롱가 라슘바를 운영하면서 탱고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아르헨티나 탱고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한다
 
많은 한국인이 탱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가 바로 영화 여인의 향기의 탱고 장면일 거예요. 배우 알파치노가 탱고의 황제 카를로스 가르델의 유명한 곡 포르 우나 카베사(Por una Cabeza)’에 맞춰 아름다운 여인과 즉흥으로 탱고 춤을 추는 장면은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다 아는 명장면으로 꼽히죠.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피겨스타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 음악으로 아디오스 노니노(Adiós Nonino)’를 선곡했을 때 탱고 음악은 또 한 번 주목 받았다. 이에 아디오스 노니노를 작곡한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함께 커졌고, 지난해에는 피아졸라 서거 30주년을 기념한 다양한 탱고 공연이 기획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유럽·미주 지역에선 오래 전부터 탱고를 즐겨 왔다. 요즘엔 한국과 가까운 일본·홍콩·중국·대만·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등 아시아에서도 사쿠라 탱고 페스티벌’ ‘타이페이 탱고 페스티벌등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탱고 페스티벌이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아르헨티나 탱고가 어떤 춤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탱고 커뮤니티가 성숙·발전하면서 탱고 관련 행사가 연례 글로벌 축제로 자리 잡은 곳들이 꽤 많다
 
지노에게 한국을 비롯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탱고 댄서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남북한 동포가 함께 아브라쏘(abrazo·안는 동작)하고 진정으로 하나되어 춤출 수 있게 되길 소망해요.”
 
두 사람이 온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출 수 있는 춤이 바로 탱고다. 고향을 떠나온 유럽의 이민자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추던 춤 또한 탱고다. 탱고는 이처럼 오묘하게도 한국의 상황, 한국인의 정서에 서린 실향에 대한 짙은 그리움까지 닮아 있다먼 훗날 언젠가 하나의 조국이 된다면 남북민이 자유롭게 마음껏 서로를 끌어안고 탱고를 출 수 있는 날이 오길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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