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들은 왜 동남아 등에서 접선·회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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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간첩활동 차단 위해서는 해외 대공망 구축 시급
국정원 대공수사권 유지시켜 경찰 등과 협업해야

유동열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31 10:14:08

새해 벽두부터 터진 제주간첩단·민노총 침투 간첩단·창원간첩단 등 일련의 간첩단 사건을 보면 공통적으로 하나같이 수차례 동남아에 나가 북한 공작원을 접선·회합하고 돌아와 지하망을 구축하고 암약해왔다는 점이다.

제주간첩단의 경우 총책격인 K가 2017년 7월 29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북한 간첩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김명성을 접선하고 귀국 후 지하조직 'ㅎㄱㅎ'을 결성하고 각종 지령사항을 수행해왔다. 또한 민노총 침투 간첩단을 보면 총책격인 S가 2016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조를 접선한 이래 간첩망 전원이 시차를 두고 2020년 1월까지 무려 10회에 걸쳐 베트남 하노이, 캄보디아 프놈펜 및 중국 베이징·광조우·다롄 등에서 접선·회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창원간첩단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해방이후 간첩공작을 개시한 이후 1990년대까지는 주로 육상이나 해상 또는 수중으로 간첩을 침투시켜 왔다. 이를 직접침투 방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는 직접침투 방식을 최소화하고 주로 제3국을 우회하는 우회침투방식에 주력해 왔다. 물론 이전에도 1985년 검거된 간첩 신광수 사례처럼 일본 우회침투나 1996년에 적발된 ‘국적세탁 간첩 깐수’처럼 해외 우회침투방식으로 침투시킨 적도 있었으나 주력은 아니었다. 북한에서 직접 침투한 간첩을 적발한 것은 1997년 부부간첩(최정남, 강연정)사건이 마지막이다. 물론 이후에도 직접 침투하는 간첩이 있었겠지만 안보수사 당국에 검거된 것은 이 사건이 마지막이었다.

북한에서 직파된 간첩들은 공작원칙에 의거 연고선(緣故線)을 통해 또는 북한에 이념적으로 경도된 국내 특정세력들을 포섭하여 지하망을 구축하고 이를 확대해왔다. 또한 지하당 핵심인자들을 대동(帶同) 월북시켜 평양근처 초대소에 수용하고 간첩 밀봉교육 후 다시 국내로 복귀시키는 공작을 수없이 진행시켜 왔다. 포섭간첩들 사이에서도 ‘당의 직접지도를 받았느냐’(북한에 다녀왔느냐)의 여부에 따라 서열과 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북한의 대남공작 지도부는 직파간첩들이 구축해놓은 지하망을 지도·검열하기 위해 이른바 (중간거물급) 검열간첩들을 남파시켜 대남공작 성과를 직접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남북공동선언을 기점으로 북한은 해외 우회침투 방식을 주력으로 하고 필요(긴급상황 등) 시 직접 침투를 배합하는 방향으로 침투방식의 대전환을 가져왔다. 이때부터 검거되는 간첩들은 대부분 제3국을 경유하는 국적세탁 우회침투간첩들이었다. 또한 2010년 이후부터는 탈북민를 활용한 대남공작이 본격화되었다. 당시 국내 입국한 탈북민이 무려 2만 명을 넘어서자 북한의 대남공작부서에서는 날로 어려워지는 대남 침투루트 확보책의 하나로 탈북루트를 활용한 이른바 ‘역(逆) 합법침투공작’을 생각하게 됐다. 탈북민으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을 국내에 합법적으로 침투시키는 안정적인 루트 공작선(工作線)을 확보한 것이다. 2010년에 적발된 황장엽 암살조 정찰총국 간첩 김명호·동명관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이후 검거된 탈북민 위장간첩만 해도 20여 건에 달한다.

이후 북한은 기 포섭된 간첩들을 해외로 소환해 직접 대면 보고를 받고 공작성과를 평가하며 사상교양과 실무 간첩교육을 진행하고 새로운 지령을 하달하는 방식으로 지도해왔다. 2011년 적발된 왕재산 간첩단을 보면 조직원을 일본에 유학시켜 합법형식의 연락선을 확보하고 1993년에는 일본 서해안에 침투한 간첩선편으로 조직원을 북한에 보내 김일성을 접견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중국·말레이시아 등지에서 33차례나 접선·회합한 바 있다.

2011년 적발된 청주간첩단(자주통일 충북동지회), 2015년 목사간첩망, 2016년 일명 PC방 간첩망과 이번에 적발된 제주간첩단(ㅎㄱㅎ), 민노총 침투간첩망, 창원간첩망도 베트남·캄보디아·중국·말레이시아 등 주로 동남아지역에서 북한 공작조를 접선·회합했다. 북한이 접선장소로 이들 국가를 선호하는 배경은 첫째 북한공관이 상주하고 있어 이를 발판으로 합법활동이 자유롭고 비상시 지원·협조가 용이하며, 둘째 선진국에 비해 보안활동이 느슨하며, 셋째 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찾는 여행지여서 관광객으로 위장하여 출국하기 편하고. 넷째 비상시 북한으로 복귀하기 용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해외 대공망이 없이는 북한 간첩의 검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내년부터 대공수사권을 단독 행사하는 경찰에 의존하는 것은 북한의 간첩공작에 비단길을 깔아 주는 격이다. 물론 경찰도 국내 간첩수사역량이 풍부하나 해외연계 간첩수사는 매우 열악하다. 북한의 간첩활동을 제대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해외 대공망 구축이 시급하나 단기간에 역량을 갖추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유지시켜 경찰 및 국군방첩사령부 3개 안보수사기관이 경쟁 또는 협업하면서 북한의 간접공작을 차단하는 역량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유동열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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