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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터진 이른바 제주 간첩단, 민주노총 침투 간첩단, 창원 간첩단 등의 관련자들에게 과연 어떠한 법 조항이 적용될지 궁금하다. 1일 자주통일 민중전위 지하망(일명 창원간첩단) 관련자 4명이 구속되었고 이를 계기로 간첩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에게 적용될 법조항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합·통신죄다. 국가보안법 제8조에서는 “국가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통상 ‘이적인식’이라고 함)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나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간첩사건 관련자들이 수차례 해외에 나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공작원들을 만나 회합하고 첨단 암호화 방식인 스테가노그래피를 활용하여 이메일과 사이버 드보크 방식으로 통신을 했기 때문에 이 조항이 적용될 것이다.
둘째, 특수 잠입·탈출죄이다. 국가보안법 제6조 ①항에서는 이른바 이적인식을 가지고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를 잠입·탈출죄라고 한다. ⓶항에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거나 받기 위하여 또는 목적수행을 협의하거나 협의하기 위해 잠입·탈출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특수 잠입·탈출죄라고 한다. 일반 잠입·탈출죄보다 엄한 형량이다. 최근 적발된 관련자들은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거나 목적 수행을 협의하기 위해 해외로 출국하고 다시 귀국하였기 때문에 이 조항이 적용될 것이다.
셋째, 고무 찬양죄이다. 국가보안법 제7조에서는 이적인식을 가지고 북한 노선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들 관련자들이 북한 공작원과 회합·통신하며 그 지령을 받아 ‘김정은 위대성’ 선전과 주한미국 철수 등 북한의 대남혁명노선 등을 선전해 왔으니 이법의 적용을 받을 것이다.
넷째, 편의 제공죄이다. 국가보안법 제9조에서는 북한 공작원이라는 것을 알면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장소를 제공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해 주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들 관련자들이 편의를 제공해 준 것이 확인되었다면 이 조항이 적용될 것이다.
다섯째, 금품 수수다. 국가보안법 제4조에서는 이적인식을 가지고 북한 공작원에게 서 금품을 수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노총 침투 북 연계망 등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조로부터 공작금을 수령했기 때문에 이 조항이 적용될 것이다.
여섯째, 반국가단체 구성·가입죄다. 국가보안법 제3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이제까지 북한 지령에 의해 결성된 지하조직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국가단체를 적용해 왔으나, 사법부의 인식 부족으로 2011년 왕재산 간첩단에도 반국가단체 구성가입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일곱째, 목적수행(간첩)죄이다. 실정법상 간첩죄는 형법 제98조(간첩)·군형법 제13조(간첩)·국가보안법 제4조(목적수행) 등에 규정되어 있다. 형법 제98조에 명시된 간첩죄는 적국(敵國)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해야 적용할 수 있는데 북한은 헌법상 국가가 아닌 반국가 불법단체에 불과해 이의 적용이 어렵다. 따라서 북한과 연계된 간첩 활동은 형법상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고 국가보안법상 제4조 목적수행(간첩)죄를 적용한다.
또한 군인이 간첩 활동을 하면 군형법상 간첩죄를 적용한다. 목적수행(간첩)죄는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은 자가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 때 적용하는데, 대표적으로 형법 98조에 규정된 행위 즉 간첩 활동을 하가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할 때 최고 사형·무기징역에서 사안에 따라 10년·7년·5년·3년 및 최하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여기서 핵심은 국가기밀의 범위를 해석하는 문제이다. 최근 판결 행태를 보면 사법부가 목적수행(간첩)죄 적용에서 국가기밀의 범위를 매우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북한 공작원과 연계되어 금품수수, 회합·통신, 잠입·탈출, 고무찬양, 편의 제공의 죄를 범한 자라도 목적수행(간첩)죄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2015년 목사연계 지하망사건이 대표적 사례이다. 해외에서 확인된 것만 3차례 북한 공작원과 접선, 회합·통신하고 1만8900달러의 공작금까지 수수했는데도 목적수행죄 적용이 안 되었다.
최근 국민정서상 간첩 활동과는 너무 거리가 먼 판결이 속출하고 있다. 사법부의 정의구현이 간첩을 위한 것인지 자유 대한민국을 위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간첩들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사법부가 제공하고 있다는 볼멘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정치권에서도 국가안보를 위해 대립과 갈등을 멈추고 북한의 간첩 활동을 억지하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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