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막아라… 한은, 2025년까지 은행 차액결제 담보율 100%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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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리스크 줄이기 위해 ‘하루 뒤 차액결제’서 ‘실시간 총액결제’로 전환 준비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19 11:03:07

한국은행이 차액결제 실패를 대비해 은행으로부터 받아놓는 담보의 비율을 2025년 8월까지 10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실시간 총액결제(RTGS) 시스템 도입을 준비한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으로 벌어진 해외 은행들의 지급 불능과 같은 사태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현재 70%인 은행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비율을 2025년 8월 100%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방침이다.

차액결제는 결제 시스템에 참여한 금융기관 사이에 이뤄지는 이체 등의 자금거래를 그때 그때 건마다 따로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을 두고 거래를 모아 마감한 후 각 금융기관의 줄 돈과 받을 돈을 모두 계산해 차액만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 은행 간 소액거래는 차액결제 방식으로 이뤄진다. 구체적으로는 거래 다음 날 오전 11시 한은이 각 은행 사이의 차액을 정산해 주고 결제를 마친다.

각 금융기관이 차액결제에 앞서 미리 지급하는 이 방식은 불가피하게 ‘신용 리스크’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미국 SVB 사태의 경우에서 보듯이 하루나 이틀 같은 짧은 시간에 은행이 갑자기 파산에 이를 경우, 파산 은행을 상대로 거래한 은행들은 다음날 차액을 정산받을 수 없어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퍼질 수 있다.

이에 한은은 위험 회피 수단으로 각 은행으로부터 차액결제 규모의 70%에 해당하는 국채·통화안정채권(통안채) 등을 담보로 받는다. 이것이 차액결제 이행용 담보증권이다.

하지만 현재 70%인 담보 비율은 신용 위험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 은행이 파산해 담보 외 30%의 미결제가 발생하면 현행 손실분담제도에 따라 결제 시스템에 참여한 나머지 금융기관들이 우선 나눠 메꿔야 한다.

이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5월 관련 회의를 열고, 이 비율을 우선 80%로 올릴지 의결할 방침이다. 궁극적으로 한은은 2025년 8월까지 이 비율을 100%에 도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한은은 아예 신용 리스크가 없는 실시간 총액결제(RTGS) 시스템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RTGS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적용되는 이연 차액결제(DNS) 방식과 달리 수취인 계좌에 실시간으로 돈이 지급되는 순간 해당 건에 대한 은행 간 결제까지 완전히 마무리되는 시스템이다.

특히 거래 건마다 바로 은행 간 정산이 끝나는 만큼, DNS와 같은 신용 리스크가 전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RTGS의 대표적 사례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7월 선보일 ‘페드나우’다.

현재 연준은 하루 4차례 차액결제를 해주지만, 우리나라처럼 은행이 중앙은행 결제에 앞서 미리 실시간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에게 송금된 돈을 받는 데 수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 페드나우 등 RTGS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미국의 결제 시스템은 시간·신용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