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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돌을 맞이한 ‘2023 화랑미술제’가 4월12일 프레스오픈을 개막, 13일부터 16일까지 일반 관람자 참여의 아트페어가 시작되었다. 아트페어는 수많은 작가들이 초청돼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미술의 장터이자 축제이다. 형편이 된다면 좋아하는 작품을 구입도 하고, 아울러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대중이 미술을 마음껏 즐기도록 하는 축제다.
관람자가 단순한 구경꾼을 넘어 우리 미술계의 주역이 돼 가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 주는 축제로서 의미가 있다. 보통 작가들이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나 장이 많지는 않다. 기획 및 초대 개인전을 통해 판매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것도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작가한테나 가능한 일이지 보통의 작가들이 기회를 얻기가 쉽지는 않다.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화랑은 크게 두 가지 참여 동기에 따라 움직인다. 하나는 검증되고 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은 작가를 출전시켜 판매고를 올리는 것이다. 적지 않은 금액의 참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판매가 잘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하나는 본격적인 기획 내지는 초대전에 돌입하기 전 일종의 시험 무대로 작가를 아트페어에 출전시켜 여러 가지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다. 실제 판매량이나 관람자들의 표정과 반응 등에서 가능성이 어느 정도 읽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화랑으로서는 미래의 비즈니스를 점쳐 볼 최적의 기회가 된다.
사실 아트페어는 관람자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은 축제지만, 참여 화랑이나 작가들로서는 총성 없는 전쟁터와도 같은 것이다. 판매 표식에 의해 판매 여부를 알 수 있는데, 아무래도 많이 판 작가라면 아트페어가 설레는 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판매를 하지 못한 작가는 참가 화랑의 금전적 손실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물론 책임이야 화랑 몫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곤혹스럽고, 자괴감까지 들 수 있는 자리다. 다행인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미술시장이 활황이었기에 아트페어가 작가들에게나 일반 대중들에게나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화랑미술제는 156개 회원 화랑이 참여하는 최대 미술축제로 기록되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영향력 있는 유수의 회원사들이 참여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도 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경쟁이 치열해져 미술시장의 판도가 참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KIAF·프리즈의 기록적인 흥행이 일시적인 반짝 성과가 아니었던 게 분명해졌다. 우리 미술 시장의 규모가 몰라보게 커져 있음을 실감한다. 우리 대중들의 관심과 구매력 등의 모든 것들이 미술시장의 규모 신장에 원동력이 되고 있음이다.
현재 전국에서 화랑협회 가입을 희망하는 비회원사가 부지기수다. 상당수가 자격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용량의 한계 때문에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번 행사도 코엑스 1층 한 층으로는 부족하여 3층까지 추가로 확보하다 보니 동선이 전례 없이 번거로워졌다. ‘옥의 티’로 지적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회원사들의 숙원을 해소해야 했던 모양이다. 저간의 사정을 알고 나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점점 전시장 확보가 어려워지는 반면, 행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화랑들은 폭증하고 있으니 말이다.
각종 경제 지표들이 뚜렷하게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선 것을 말해 주고 있어, 이러한 현상들이 얼마나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경기 침체 국면에도 불구하고 미술시장이 활기를 잃지 않는다면 우리가 진정한 문화 강국의 면모를 갖춘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문화의 양적 성장이 괄목할 만한 데 비해, 과연 질적인 성장도 이루어지고 있는가가 관심거리다. 단적으로 화랑미술제 자체로만 본다면 우리 작가들의 작품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화랑협회 내 주력사업인 ‘서울국제아트페어(KIAF)’의 경우는 국제적 트렌드나 현대성이 강하게 반영되어 대중들보다는 전문 마케터 및 컬렉터들의 시각이나 관심사가 많이 반영되고 있다. 참가화랑들을 선정할 때부터 추상 계열이나 미디어 등의 작가들이 대거 포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는 바젤과 같은 유수의 아트페어가 견지하는 평가기준의 영향도 있지 않나 생각된다. KIAF의 경우엔 일반 대중의 눈으로 볼 때 조금은 건조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양상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 보니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국내 제3의 작가군의 진출이 눈에 많이 띄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대체로 추상적·개념적 양식을 취하고 있거나 미디어 쪽인 게 두드러지는데, 이것이 KIAF의 작가 기준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 회원사 중심의 화랑미술제에는 일반 대중의 취향이나 선호도가 많이 반영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지역 화랑들의 분포가 많아 구상 계열의 작품들이 주류까지는 아니라 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구상 계열이라는 것도 좀 애매한 표현이긴 한데, 과거에 흔히 보던 아카데믹한 구상보다는 동시대, 특히 젊은 세대들의 미의식과 취향이 반영된 형상성이 주류를 이룬다 할 수 있다. 필자의 눈에도 과거 익숙했던 이름의 대표적인 구상작가들이 잘 보이지 않고, 새로운 감각의 형상을 기반으로 한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들이 선호하는 팝 양식의 작품들이 강세를 보이는 양상을 감안하면, 그 변화의 흐름들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아트페어인 KIAF와 화랑미술제가 상호보완과 역할 분담을 적절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다양한 수준과 미의식을 만족시키는 균형 말이다. 현재 인사동만 하더라도 거리에 외국인들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데, 이제 그들의 발걸음을 이러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장터로 향하게 하는 마케팅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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