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의 시사&이슈] 누구도 본인 사건의 재판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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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총선 치를 때마다 '정치개혁특위' 구성
여야 불문 기득권 담합... 권리·권한 남용 반복
선수가 게임 규칙 만들고 고치는 것은 반칙

최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4-20 08:33:39

“국회는 지난 3월30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전원위)를 구성했다. 본격적으로 절차가 진행되는 건 4월10일부터다. 10일에는 비례대표제, 11일에는 지역구, 12일에는 기타 쟁점에 관해 토론한 뒤 13일에는 종합 토론을 연다. 전원위는 국회의장을 제외한 의원 299명이 모두 참여해 안건을 놓고 토론하는, 국회의원 전원의 의견을 듣는 기구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제시한 3개 안(案)이 토론 대상이며, 이를 압축해 단일안을 도출한 뒤 이 안을 다시 정개특위, 법사위, 본회의 순으로 의결해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조선일보, 2023.4.10.)

우리 국회는 총선이 있는 4년마다 선거제도를 바꾼다. 그럼에도 선거구별 인구수 편차가 심해 국민이 행사하는 표의 등가성을 훼손하는 선거제도를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다. 광주시(145만)는 대전시(146만 명)보다 1석을 더 많이 배정받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게임의 규칙인 선거제도를 선수인 국회의원들에게 맡겨 담합하여 정하기 때문이다.

근대 계몽주의자들은 시민이 스스로 다스리는 나라 근대 공화국의 중심기관은 의회라고 생각했다. 그런 중심기관의 구성방법을 헌법에 규정하는 등 의원들은 손 못 대게 했다.

“제1조(입법부) 제2항(하원)

3. 하원의원의 수와 직접세는 연방에 가입하는 각 주의 인구수에 따라 각 주에 할당한다. 각 주의 인구수는 연기계약 노동자를 포함한 자유인의 총수에, 과세대상이 아닌 인디언을 제외하고, 그 밖의 인구수의 5분의 3을 가산하여 결정한다. 인구수의 산정은 최초의 합중국 의회를 개회한 뒤 3년 이내에 행하며, 그 뒤는 10년마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한다...”

대표적 근대 공화국으로, 1788년부터 실행된 미국 헌법 하원에 관한 규정이다.

한국과 다른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 의회의 구성방법을 아예 헌법에 규정하여 의원들은 게임의 규칙에 손대지 못하게 했다. 둘째, 인구비례 원칙을 명확히 밝혀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고 있다. 주별 배정 의원 수는 10년마다 인구 조사로 확인된 인구수에 비례하도록 할당하여, 표의 등가성 시비 자체를 원천적으로 없앴다.

미국은 한국처럼 선거가 있을 때마다 구성하여 국회의 주요 정당과 의원들의 기득권을 담합하는 정개특위 자체가 없다. 미국의 선거특위는 선거 때마다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 10년 단위로 인구 조사를 하여 배정된 의원 수에 따른 선거구 획정만 할 뿐, 의원 정수 등을 다툴 수 없다. 선거의 주요 규칙은 현 의원들의 권한 밖이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수시로 자신들이 ‘헌법기관’이며, ‘국민의 대표기관’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특권과 정파적 이익을 내세울 때는 이런 주장을 하지만, 민주공화국에서 국회의 의무와 국민에 대한 책임에 관해서는 모르쇠한다. 헌법기관이라면 마땅히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그 구성방법을 규정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게임의 규칙 담합에 몰두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인권보호나 민주화운동을 핑계로 선수가 게임의 규칙까지 담합하려는 권력 남용의 사례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공직자는 공복(公僕 public servant)이라는 공화정의 정신은 없이 현재의 공직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다.

특정이념에 경도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에서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 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고 형사소송에 관한 대법원규칙 변경을 예고하였다. 인권보호라는 고상한 핑계를 댄다. 긴급과 비밀을 요하는 압수·수색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또 하나의 ‘검수완박’으로 반(反)헌법적 발상이다. 모든 압수‧수색을 다 심문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일반 국민들이 아니라 ‘50억 클럽’에 줄 댈 수 있는 유력자들만 특수계급이 되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김명수 본인을 포함한 권력 편에 선 유력자들을 비호하려는 저의가 드러난다.

인간은 권력을 쥐게 되면 남용하기 쉬운 본성이 있다. 그래서 근대 공화정 국가에서는 권력은 헌정주의 원리에 의해 제한받고 그 행사는 권력분립에 의해 견제 받도록 하고 있다.

헌법 제108조에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관들이 자신들과 특정 정파적 이익을 위한 규칙을 만드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 민주화운동을 핑계 대더라도 의회 다수파가 ‘운동권 퍼주기 법’을 통과시켜 자기 지지 세력을 사회적 특수계급으로 만드는 것도 반 헌법적 행태이다.

“아무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 (Nemo iudex in causa sua).”

이 로마법 정신을 위배하여 통과시킨 모든 것은, 법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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