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순방 보도 저널리즘 본질에 충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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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관련 신중한 보도는 오랜 언론계 불문율
가십성 가짜뉴스 생산·확대는 국익 해치는 짓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4-25 09:23:01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시작되었다. 한국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12년 만이라고 하니, 그동안 한·미관계가 얼마나 소원했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번 미국 순방은 격식을 떠나,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그렇지만 결코 해결이 쉽지 않은 많은 숙제들을 안고 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는 물론이고 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생존과 직결된 적지 않은 현안들을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위협, 미·중 갈등, 한·일 관계 회복 같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문제들에 대한 한·미 공조 체제를 다시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순방 중에 있을 한·미 정상회담은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정상회담 등에서 논의되고 발표될 내용도 그렇지만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도 관심을 끌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동행 취재하는 국·내외 언론들의 보도는 순방 성과에 대한 평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국가 이익과 관련된 중요한 외교 관련 보도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오랫동안 언론계의 불문율처럼 인식되어 왔다. 일종의 암묵적 공조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물론 그것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찬양 일변도로 보도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국가 간에 논의 혹은 합의된 문제들은 양국 입장을 고려해 사려깊게 보도하라는 뜻이다. ‘엠바고’라는 관행도 여기서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몇 차례 대통령 외국 순방 관련 보도들을 떠올려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은 ‘대통령 욕설 파문’, 동남아시아 순방은 ‘빈곤 포르노’, 얼마 전 한·일 정상회담은 ‘일장기 경례’밖에 생각나는 게 없다. 정상 외교의 본질과 관련된 보도는 뒷전이고, 대통령과 영부인 흠집내기 위한 가십성 보도들이 지배했다고 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다.

심지어 보도된 가십성 내용들조차 사실과 다른 악의적으로 편집된 사실상 가짜뉴스에 가깝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가짜뉴스들이 인터넷 매체가 아니라 공정정·객관성을 입에 달고 사는 공영방송을 비롯한 기성 언론들에 의해 생산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야권 성향의 신문들과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공영방송이 가장 앞장서서 그런 행태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들 매체의 윤석열정부에 대한 악의적 보도는 외교 문제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에게 대한 지속적인 ‘샘물에 독 타기’ 보도에 열을 올렸다. 마치 곳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정권과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기성 언론들이 보도한 가십성 가짜뉴스들은 반정부 진영의 인터넷 매체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그렇게 부풀려진 내용들을 다시 기성언론들에 의해 기정사실화되는 순환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순환구조의 먹이감에는 국가 존립이나 국익이 걸린 보도 역시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좌파 성향 매체들에는 ‘반미의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당연히 대통령의 미국 순방이나 한·미 동맹관계 회복이 그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추어질 리 없다. 특히 반미구호를 노골적으로 표방해온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사실과 무관한 무차별 비난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정상 간 합의 내용 같은 정책들에게 비판이라면 다행이지만, 이전처럼 가십성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확산시키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지금 세계 모든 나라들은 총만 쏘지 않았지 국가의 사활을 걸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붕괴되면서 경제 전쟁도 점점 더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언론들은 정치권력 변동에 따라 부침하는 심각한 ‘정치 병행성’에 매몰되어, 저널리즘의 본질을 크게 벗어나 있다. 솔직히 인터넷 매체들의 가짜뉴스를 비난할 자격조차 없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가짜뉴스는 이를 견제해야 할 공영방송과 기성 언론들이 도리어 앞장서서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 미국 순방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최소한 순방 기간 중에라도 책임 있는 저널리즘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십성 흠집 내기 보도나 악의적으로 작성된 가짜뉴스는 자칫 방미 외교의 성과 자체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 물론 공식 발표들을 그대로 받아 보도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미국 순방 기간만이라도 양국 간 주요 현안들에 대한 진중하고 책임 있는 보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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