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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람에게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학교나 직장생활 등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곳. 걱정 없이 편히 쉬는 휴식처가 돼 주는 쉼터인 곳이란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는 흔히 ‘집’을 ‘보금자리’로 부르기도 한다. ‘새가 알을 낳고 사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단어로 아늑한 휴식처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유독 강하다. 결혼하기 위해 집이 필요하고, 부모 품에서 독립하기 위해 집이 필요하고, 어떤 큰 일을 하기 위해서도 항상 ‘집’이 필수 불가결이다.
이렇게 우리의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집. 집을 구하기 위해서 젊은 사람들이 대출 등 여기저기서 돈을 모두 끌어모으면서 ‘영끌족’이라는 단어도 나왔다.
그리고 집만 있으면 된다는 마음에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들로 ‘하우스 푸어’라는 단어도 생겼다.
이렇듯 자신의 모든 노력을 바쳐 결국 자신의 휴식처를 마련했을 때 그 행복감이 얼마나 크고 만족스러웠을까.
그런데 최근 그런 기쁨을 앗아간 ‘전세 사기’ 사건이 지역 곳곳에서 연이어 터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빌라왕’ 사건부터 올해 초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사건 등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손해를 입은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사태가 커지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도 시급히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인중개사들이 대리인을 앞세워 조직적으로 임대인들과 담합을 한 정황도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악성 임대인들이 증거를 은폐하려는 움직임도 드러나고 있다. 거래에 있어 중간에서 누구보다 공정하게 진행해야 하는 공인중개사가 본분을 망각한 채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문제이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수천 채의 집을 빚 내서 구입해 한꺼번에 전세로 내놓은 악질 임대인들도 문제다.
해당 사건에 대해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제대로 된 구제 법안의 부재다. 집값이 내려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손을 쓸 경우 전세 사기와 관련 없는 전세 분쟁 관련자들의 손실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형평성 논란으로 완전한 구제가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해외의 사례를 보면 집을 경매에 넘기지 않고 세입자들을 셋집에 계속 살게 해 주는 것이나 단순하게는 전세 보증금과 집값의 비율을 조정해 계약 가능한 범위를 조절하는 것 등이 있다. 이렇게 해서 전세 사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신속하게 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 거론했듯이 ‘집’이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알고 이 사건을 짚어 본다면 단순한 ‘사기 행각’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비책을 마련하고 관련 법안을 제정한다면 앞으로 추가적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범죄가 사기를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앞으로의 전세 사기 예방 등을 모색하기에 앞서 현재의 피해자 구제에 더 힘을 쏟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하게 대처 방안을 정하지 않으면 언제든 똑같은 유형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집이 언제 경매로 넘어갈지 모르는 위험’ 혹은 ‘내 집이 과연 안전한 자산인지에 대한 불안감’ 등은 없어져야 한다. 그저 내가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집’이라는 단어가 유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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