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IRA·반도체 실무 협상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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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尹대통령 방미 성과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08 00:02:30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성과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긍정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다지고 기술 협력 강화를 통한 동반상승(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반면 실질적으로 얻은 것 없이 퍼주기만 했다는 비판도 있다.

구체적으로 안보 분야에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다시 확인하며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 또는 전술핵 배치 대신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의 전략자산을 활용하기로 했다. 핵무장을 포기하는 대신 핵우산을 확실하게 씌워 주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북핵에 대한 미국의 보호가 어느 정도 강화될 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경제 분야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긴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결정하고 다수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은 확실한 성과가 맞다. 반면 이번 미국 방문에서 중요한 이슈로 주목받은 반도체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주된 쟁점으로 비난이 일고 있다. 반도체·2차전지가 우리의 주요 수출 품목이자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핵심 분야로 평가받는 것을 고려하면 더 확실한 약속을 받아 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IRA는 국내 기업들이 구체적인 요구 사항까지 내놓은 분야다. 반도체 기업들은 이번 방미에서 보조금 지급 대가로 영업기밀 제공과 초과 이익 공유 등을 요구하는 독소 조항 해결과 중국 관련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한 바 있다. IRA 관련 역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구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 이번 방미에서 IRA·반도체법 관련 언급은 ‘긴밀히 협력한다’로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 달라고 요청했더니 불을 끄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하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정상회담에서 모든 사안을 구체적으로 처리할 필요는 없고 이후 실무 회의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실제로 실무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무 협상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이 IRA·반도체법의 독소 조항을 고집한다고 해도 여기에 대응할 카드가 부족한 형편이다.

미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관대한 제국이라고 불린다. 과거 다른 제국처럼 공식적인 식민지 지배나 타민족 억압 등의 노골적인 행패를 일삼지 않아서다. 그래서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제도를 따르며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당장 미국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가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가 주도하는 세상보다 나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딱히 이견을 제기할 거리가 없다.

앞으로 실무 협상은 한국과 미국이 협력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진행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빠르고 명확한 성과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실무 협상은 그 어떤 협상보다 난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긴밀한 협력’이 공수표가 되지 않도록 힘내 주길 바란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