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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스토리] 김재형 MBTI연구소 연구부장
“MBTI 4개 코드로 한 사람을 모두 설명할 순 없죠”
“MBTI는 도구일 뿐, 도구에 사람을 끼워 넣으면 안 돼”
‘심리적 탈진’ 방지하기 위해 나답게 살아가는 시간 필요
이건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04 00:05:00
김재형 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에 끌려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MBTI 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국내에서 MBTI 유행이 식지 않고 있다. 예능 아이템을 비롯해 취업이나 사교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MBTI 검사와 실제 MBTI 검사가 다를 뿐더러 활용 방법도 우려할 부분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MBTI연구소는 1990년부터 MBTI와 관련해 교육·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기관이다. 최근 MBTI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폭증한 가운데 기자가 만난 김재형 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MBTI 활용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MBTI는 씨앗을 보는 도구개인의 선천적 선호를 알아내는 것
 
대학원 다니던 시절 관심을 갖게 된 심리학자가 있어요. 바로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이었죠. 융은 실질적으로 MBTI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사람이기도 해요. 그때 공부하면서 융이 멋진 학자구나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MBTI 연구소 대표님을 알게 됐고 함께 일할 것을 권유받아 연구소에서 일하게 됐어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MBTI)’를 뜻하는 MBTI는 미국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가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 Myers)와 함께 1944년에 개발한 성격 유형 검사다.
 
김 부장은 MBTI를 연구하게 된 과정까지의 모든 게 준비돼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이 일에 운명적으로 끌렸다고 회상했다.
 
김재형 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MBTI가 도구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일 뿐 도구에 끼워 맞춰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MBTI는 간단히 말하자면 성격 검사 도구예요. 저는 꼭 도구라는 말을 쓰는데, 도구는 수단이에요. 무슨 말이냐 하면 MBTI라는 수단으로 사람의 성격을 본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을 MBTI라는 도구에 끼워 넣기 시작한다는 게 문제에요. 사람을 도구에 끼워 넣어서 보면 볼 수 있는 폭이 제한적이거든요. 게다가 나와 맞는 성격 유형과 불편한 성격 유형으로 인간관계를 분류하니까 문제가 시작되는 거예요.”
 
“MBTI는 선천적 선호를 알아내는 것, 말하자면 씨앗이 무엇인지 보는 거죠. 사과 씨앗을 심은 곳에 배나무가 자라지는 않거든요. 물론 어떤 토양에서 자라는지,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죠.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돌아오게 돼 있어요.”
 
김 부장에 따르면 MBTI는 사람이 선천적으로 선호하는 환경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도구다. 주변 환경에 따라 억눌리거나 자신의 반대 성향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이는 성숙해 가는 과정일 뿐 사람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환경이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어떤 가면을 쓸지 선택할 수 있어야 건강한 거예요
 
특히 아동·청소년기에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그럼 이때는 MBTI가 선천적 선호가 아니라 주변의 환경에 맞춰 옷을 갈아입는 거죠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자신에게 편한 환경을 찾아 가는 과정을 겪게 돼요.”
 
물론 어떤 검사든 초등학교 4학년 이후부터는 언제 해도 상관없어요어렸을 때는 아이가 어떤 색채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걸 보면 되고, 성인이 돼서는 어떤 성향일 때 자기답게 사는 건지를 읽어낼 수 있거든요.”
 
하지만 환경이나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문가의 해석이 곁들여져야 한다는 거죠검사 결과와 검사 대상자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같이 봐야 해요그걸 보고 내가 지금 내 코드대로 살지 못하고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어요그러면 전문가와 상담함으로써 내 생활 속에서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는 방법을 함께 찾는 거죠,”
 
MBTI 열풍이 대한민국을 잠식한 지 제법 오래됐지만 김 부장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을 우려했다. MBTI 검사만 가지고는 자신에게 편안한 환경을 알기 어렵고 전문가와의 꾸준한 상담이 수반돼야 진정으로 편한 환경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천적 선호와 다른 환경에 회복 없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번아웃이 돼요우리말로 하면 심리적 탈진이 오는 거죠. MBTI로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이를 방지할 수 있어요.”
  
누구나 페르소나(가면)를 쓰고 살 수 있어요중요한 건 직장에서는 어떤 특정 성향의 가면을 썼다면 내 사적 공간에서는 본래의 나를 꺼내는 식으로 상황에 맞는 페르소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전문가들은 이런 걸 건강하다고 표현해요이때 내 정체성을 파악하도록 도와주는 게 MBTI인 거죠.”
 
심리 검사는 반드시 전문가가 해야… MBTI는 성찰·이해의 도구일 뿐
 
김재형 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건강한 삶을 위해 ‘나답게 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과정에서 MBTI 검사가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김 부장은 MBTI가 지금처럼 대중화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올바른 방식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리 검사라고 하는 건 심리 테스트와는 질적으로 달라요, 심리 검사는 반드시 전문가가 하는 게 기본 전제입니다. 지금처럼 심심풀이 식으로 심리 테스트를 남발하는 데 그치면 인간의 고유 특성이 아니라 코드만 남게 될 수 있어요. 한 인간을 단지 4개 코드로 설명한다는 건 무리죠.”
 
끝으로 김 연구부장은 MBTI 열풍으로 우리 사회에 인간을 들여다보는 문화가 생겼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에 그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MBTI가 이렇게 대중화되지는 않았어요. 우리 사회에서 객관적 검사도구로 인간을 들여다보는 문화가 시작된 것인데, 이제 전문가들이 역할을 해야 하는 과정이 올 거예요. 지금처럼 심리 테스트 수준에 머물게 할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 역할을 해 줘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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