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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앞두고 서울 청량리의 한 대형 장난감 매장을 방문했다. 나이 차가 커 보이는 언니와 여동생이 장난감 앞에서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언니는 동생에게 곧 초등학교에 진학하는데 이렇게 비싼 장난감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결국 동생은 언니의 설득에 못 이겨 신발·가방과 초등학교에서 쓸 학용품을 구매하기로 하고 장난감 매장을 등졌다.
그곳 매장에는 7000~8000원대부터 10만 원을 웃도는 다양한 가격대의 장난감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장난감도 고급화 흐름에 따라 수십만 원을 웃도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레고(LEGO) 세트는 저렴하면 2~3만 원대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은 10만~20만 원 또는 그 이상이었다. 장난감에 눈길이 쏠린 아이들과 달리 선물을 사 주려는 부모들의 눈길은 가격표를 떠나지 못했다.
일 년에 하루뿐인 어린이날에도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해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장난감 가격도 덩달아 뛰며 부담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장난감 가격은 10년 전인 2012년보다 12.5% 올랐다. 코로나19의 그늘을 벗어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상황 속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았지만,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고물가 탓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번 어린이날에 전국적으로 비가 쏟아진 만큼 아이와 함께 실내 테마파크나 키즈카페 등을 이용한 부모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테마파크·키즈카페 이용료는 작년부터 많이 올라서 모처럼 나들이를 다녀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월드는 지난해 4월부터 청소년 자유이용권 가격을 5만2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올렸다. 어린이의 경우 가격 인상 대상에서 빠졌지만, 성인 자유이용권 가격도 5만90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올랐다.
롯데월드와 함께 양대 테마파크로 꼽히는 에버랜드도 연간 이용권과 일일 이용권(종일권)을 최대 15.4% 인상했다. 이에 따라 4인 가족이 일일이용권(6만8000원)을 정가로 사면 27만 원이 넘는다. 테마파크·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유통업계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 등 부담이 높아져 부득이하게 이용 요금을 인상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여름 방학 시즌을 맞아 서울·수도권의 대형 키즈카페들도 이용 요금을 줄줄이 올렸다. 아이들 요금뿐 아니라 동반 입장하는 성인 요금도 올라 부담이 더욱 커졌다. 초대형 키즈파크 체인점인 볼베어파크는 지난해 8월 이용 가격을 최대 13.9% 인상했다. 소인(36개월~중학생) 기준 주말권은 2만3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평일권은 1만99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비싸졌다. 동반 입장 성인 가격은 6900원에서 9000원이 됐다.
어버이날에 부모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선물하는 꽃, 카네이션도 가격이 올라 고민거리가 됐다. 화훼업계에 따르면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꽃 가격은 전년보다 내렸지만 유류비·자재비 등 유통에 드는 각종 비용이 인상되면서 지난해 대비 카네이션 가격 인하가 소비자 입장에선 체감되지 않는다.
기자도 어버이날 하루 전 집 근처 꽃집을 찾았다. 다발이나 바구니에 담긴 카네이션의 가격은 기본 5만 원부터 시작이었다. 두 분께 드리려면 1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예쁘게 잘 꾸며진 카네이션을 선물하고 싶었지만 웬만한 소고기 한 상보다 비싼 가격에 냉큼 지갑을 열기가 망설여졌다. 차라리 저렴한 카네이션을 구매하고 용돈을 드리거나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봄철 포근한 날씨 속에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안성맞춤인 가정의 달은 올해 여전히 높은 물가 탓에 온통 돈 나갈 걱정뿐인 ‘걱정의 달’이 됐다. 소비자물가는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로 내려왔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출이 많은 5월 특성상 서민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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