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격에 韓 쫓기는 신세”… EU 배터리 시장, 정부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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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EU 배터리 시장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
中 14.9%→34%… 韓 68.2%→63.5% 역성장
점유율 격차 압축… “자금조달 능력, 성패 좌우”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14 12:35:45

유럽연합(EU)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간 점유율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와 기업의 신속한 대응 없이는 중국의 자금 지원과 우수한 가격 경쟁력으로 우리나라가 추월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4일 ‘글로벌 배터리의 최대 격전지, EU 배터리 시장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EU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4.9%에서 지난해 34%로 상승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68.2%에서 63.5%로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이 EU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이같은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미국 배터리 시장은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EU는 중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개방적이기 때문에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EU 배터리 시장은 우리 기업이 선점해야 할 중요 시장 중 하나다. EU 배터리 시장은 2030년 전 세계 리튬 이온 배터리 수요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EU 내 신규 설비투자 및 증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우리 기업의 배터리 공장이 EU 내에서 가동되기 전인 2016년과 가동 이후인 지난해를 비교했을 때, 대(對)EU 양극재 수출 증가로 국내에 유발된 생산액은 53억6000만 달러·부가가치액은 12억1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U 배터리 시장의 성장이 국내 배터리 소재 및 장비 업체들의 수출 증대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선제적으로 수반되는 수주 산업이기 때문에 생산 설비를 빠르게 확충할 수 있는 자금력과 기술력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에 중국이 자금 지원과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EU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것은 우리 기업으로선 위협적이다.

보고서는 “공장 건설과 수율 확보를 위한 시 운전 기간 등을 고려할 때 향후 1~2년 내 수주 경쟁의 결과가 5~6년 이후의 시장점유율을 좌우한다”며 “단기적인 자금 조달 능력이 수주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무협은 우리 기업이 EU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 동등한 조건 아래 경쟁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확대·핵심광물 공급망 확충·투자 세액 공제의 실효성 강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국가 첨단전략 산업 진흥기금’(가칭) 등을 조성해 한국수출입은행 신용공여 한도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외자원 개발·핵심광물 비축 등에 나설 수 있도록 ‘공급망 기본법’ 등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김희영 무협 연구위원은 “배터리는 국가 첨단전략 산업이자 수출·생산·고용 등의 파급효과가 큰 우리나라 주력산업”이라며 “향후 1~2년 내 EU 시장에 충분한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과의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EU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대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집중적 자금 지원과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