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의 시사&이슈] ‘투기는 어렵게, 투자는 쉽게’ 그래야 경제가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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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 투기에 참여하면 국부 줄어들어
가상화폐, 발행·거래 엄격히 제한·관리해야

최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18 09:10:53

김남국 의원의 이른바 코인 ‘투자’ 때문에 난리다. 그의 선거구 주민들 반응도 엇갈린다.

“안산 시민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0대)씨는 5월 9일 이번 논란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상화폐는 주식하고 달리 도박성이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게는 안 봐요. 실망이야’라고 말했다. ... (김 의원을 옹호하는 상인은) ‘배운 사람이 그 정도 생각은 했어야지’ 라면서도 ‘재테크를 한다는 건 그 사람 사정이지 뭐. 자기가 투자해서 손해를 봐도 자기 책임, 이득을 봐도 자기 책임’ 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2023.5.14.)

대체로 김남국과 더불어민주당 지지 여부에 따라 시민들의 판단이 갈리지만,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한 가지는 일치하는 것 같다. 과거에는 국민들이 사행성이 짙은 거래를 ‘투기’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조작된 선동에 의해 코인을 사고파는 것도 ‘투자’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투기(speculation)와 투자(investment)는 모두 인간의 교환행동을 표현한 개념이지만, 투기는 가치생산과정의 매개 없이 거래가 완결된다는 점에서 투자와 다르다. 투자는 가치생산과정을 매개하여 사회적 분업을 심화시킴으로써 공동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부를 증가시키는 경제행위지만, 투기는 공동체의 부를 늘리는 것과 무관하고 참여자 모두의 수익과 손실을 합치면 제로섬이 되는 경제파괴행위다. 위 안산 상인이 코인 거래는 ‘도박성’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의 손실을 바탕으로 특정인이 수익을 얻는다는 뜻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가상화폐 코인의 발행과 거래를 엄격히 제한하고 관리해야 한다.

코인 거래자들끼리 코인으로만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그들 간의 취미생활이므로 다른 사람들이 굳이 관여할 이유가 없다. 도박 중독증에 대해서는 국가가 대처해야 하지만, 도박장 내에서 발행되는 칩의 모양과 양에 대해 시비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도박장의 칩이든 김남국의 코인이든 결국 특정 국가의 화폐로 교환된다면, 그것은 국민경제 내 신용팽창을 유발하고 신용체계를 흔들 수 있다. 신용팽창이나 신용교란에 대해서는 국가의 신용관리당국이 자국의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

또 가상화폐는 적국이 공작 대상국의 공직자에게 뇌물로 제공하기 쉽다는 위험이 있다. 컴퓨터로 이른바 ‘채굴’된 가상화폐를 인터넷을 통해 여러 가지 코인으로 교환하여 세탁한 후 상대국의 정치인 등 유력자들에게 뇌물로 제공하면, 뇌물 공여자와 액수, 출처를 밝히기 쉽지 않다. 적국이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공직자들을 매수하는 것은 미국의 건국자들이 가장 주목한 반역의 유형으로, 건국 당시부터 아예 헌법에 탄핵사유라고 규정하였다. (미국 헌법 제2조 제4항).

그래서 미국 등에서 가상화폐의 발행과 유통을 제한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대두하는 것이다. 미국은 재산등록대상 공직자에게는 가상자산의 종류 뿐 아니라 거래소까지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도 재산등록대상이 되는 정치인 및 공직자 모두를 대상으로 보유한 가상자산과 그 거래 내역을 전수조사 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신용팽창은 상승과 호황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위기와 침체로 끝날 과정을 시작하게 한다. 이 과정의 핵심은 자본평가를 오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의 신용팽창 정책이 없었을 경우보다 애초에 더 많은 자본이 축적된다하더라도, 잘못된 장소, 잘못된 방식으로 자본이 사용되도록 이끌고 가는 부정확한 평가에 의해...자본이 손실된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 '경제학의 인식론적 문제들' 제8장)

현대 시장경제를 잘 설명하는 오스트리아 학파 경기변동이론의 핵심 내용이다. 시장경제 체제의 국가들에서 근거 없는 신용팽창은 자본평가를 잘못하게 하여, 잠시 동안 호황을 거친 후 깊은 불황을 야기하여, 결과적으로 자본의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신용관리당국에 의해 관리되는 은행의 신용팽창도 이 정도 악영향을 미치는데, 아예 관리되지 않는 가상자산 등에 의한 신용팽창은 더 큰 국부 손실을 야기할 것이다.

안정되고 공정한 신용관리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영역에서 ‘법의 지배 원칙’에 해당한다. 공직자가 코인에 투기하는 것은 정치사회 영역에서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한 나라에서 투기로 이득 얻는 사례가 만연하면 사회적 분업에 참여하여 열심히 일하고 공동체의 부를 증대시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든다. 많은 국민이 투기에 참여하면 나라의 생산성은 정체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국부가 줄어들게 된다.

‘투기는 어렵게, 투자는 쉽게’ 이루어지도록 국민경제의 제도를 정비하고, ‘공작과 자금세탁, 뇌물과 투기’에 대해 법을 엄격히 집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제성장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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