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이권 카르텔’ 의혹을 반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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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 KT 이권 카르텔 의혹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18 00:02:30

서울중앙지법 공정거래조사부가 16일 오전 KT 사옥과 KT 텔레캅 본사·KDFS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회의 기록과 이메일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KT는 보안 계열사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관리업체 KDFS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 KT의 ‘이권 카르텔’에 대한 비판이 계속해서 나온 만큼 검찰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구로에 위치한 KT텔레캅 본사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으며 올해 3월에는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이 구현모 전 KT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올해 4월 해당 자료를 공정위로부터 전달받았다.

한편 KT 새 노조는 이번 수사에 대한 논평을 발표해 “검찰 수사와 별개로 KT 내부는 여전히 이권 카르텔이 활개치는 분위기다”며 “현장은 일부 임원들에 의해 무법천지로 돌변해 허수 경영과 인권 침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설관리업체 KDFS는 2010년 KT 영업부문에서 분할됐으며 KDFS 지분의 42.25%는 황욱정 KDFS 대표이사가 보유하고 있다. 황욱정 대표는 이전에 KT 인천마케팅단장·자산경영실장을 지냈으며 남중수 KT 전 대표의 측근이다. 황욱정 대표는 배임수재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중수 전 KT 사장의 ‘옥바라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DFS 홈페이지의 CEO 인사말을 참고하면 부동산 관련 비즈니스와 함께 KT종합시설관리 협력업체의 업무를 주요 사업으로 내걸고 있다. 이에 더해 KT 동우회와 함께하는 기업 비전을 표방하고 있으며 실제로 KT 퇴직자들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남중수 전 KT 사장의 최근 행적을 찾아봤더니 올해 3월에 KT 동우회 회장에 단독 출마했다는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과거 공기업에서 흔히 있던 ‘전관예우’와 같은 사례를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한 대목이다. KT 역대 사장들의 상당수가 비리 의혹이 있었고 일부가 사실로 밝혀진 것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물론 공정위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고 시민단체나 KT 새 노조의 고발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도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CEO 선임 문제로 경영 공백을 겪고 있는 KT에게 이러한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정치권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난 ‘진짜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사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비리 행위가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이를 제지하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이다. KT가 외부 압력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KT가 먼저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상태가 돼야 한다.

KT에 대한 베스트 시나리오는 이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KT에 개입하기 위한 정치권의 술수였다는 결론이 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KT는 외부 압력을 차단할 정당한 명분이 생긴다. 그러나 만약 ‘이권 카르텔’이 진짜라는 것이 드러난다면 KT는 이것에 대해 어떻게 말할 것인가.

현재 KT의 과제는 명확하다. 비리가 없었다면 앞으로도 깨끗한 경영을 이어 나가면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고, 비리가 있었던 것이 맞다면 이전의 카르텔을 깨끗이 잘라 내고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깨끗하고 독립적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KT를 기대한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