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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견 차이로 약 한 달간 계류돼 있던 전세사기 특별법이 드디어 큰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피해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제 막 출발점을 지난 것에 불과하다.
여야는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25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시행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최우선변제금 최장 10년간 무이자대출 집행 △특별법 적용 보증금 기준 5억 원으로 확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 확대 △전세사기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 활용 등이다.
피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했던 상황에서 그간 네 차례 회의에서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해 자칫 장기전이 될 뻔했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빚에 빚 더하기’라는 비판을 해소하고 법 시행에 속도마저 내야 하는 절반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법안의 국토위 소위 통과 직후 피해자들은 ‘선(先)구제 후(後)회수’가 아닌 최우선변제금을 무이자대출로 지원하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대출을 실행해 사기를 당한 것인데 또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야당에서 최우선변제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안건을 지속 제안했지만 여당은 사인 간의 계약을 세금으로 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럼에도 최우선변제금 적용 시점을 근저당 설정 시점이 아닌 현재 시점으로 한 점, 긴급복지지원 대상에 전세사기를 포함해 기준을 완화하고 생계비·의료주거비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넣은 것 등은 소기의 성과라 볼 수 있다.
여전히 입주 전 사기 피해자·다가구 피해자 등 피해 사각지대를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여야 역시 추후 지속적으로 특별법에 대한 수정·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합의를 전제로 법안을 소위 통과시켰다.
그렇다면 이제는 피해구제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해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인천을 시작으로 동탄·대구 등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전 재산을 잃고 길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빠진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더 많은 안타까운 사고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사실 특별법이 시행되더라도 피해접수를 받아 대상을 심사하고 그에 따른 지원책을 제공하는 과정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전세 제도의 특수성과 타인의 재산권 등을 고려하면 당장 법안의 사각지대 형성은 불가피한 일일지 모르지만 결코 이러한 사각지대를 방치해서도 안 될 것이다. 우선 당장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이들의 절망을 헤아리기 위해서라도 속히 구제 절차부터 돌입하자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합의 과정에서 약속했던 추후 특별법에 대한 수정·보완을 성실히 이행해 피해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들이 없도록 법안 내용을 소급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여느 때와 같은 정치적 갈등은 내려놓도록 하자.
또한 피해구제와 동시에 정부는 이 같은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세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 맡기거나 전세가율을 제한하는 등 모든 방안에 대해 현시점부터 검토 단계에 돌입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법안 소위 통과가 끝이 아닌 시작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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