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배 빨라요”… 5G 광고는 ‘너무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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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통신 3사에 336억 과징금
할당받은 주파수에서 구현 불가
실제 사용 속도는 최대 801Mbps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25 12:00:42

▲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광고에 대해 336억 원의 과징금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광고에 대해 과징금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동통신 3사가 광고한 서비스 속도와 실제 속도의 차이가 꾸준히 논란이 되는 가운데 28Ghz 주파수 할당 취소가 결정되면서 정부가 칼을 빼든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4일 SK텔레콤(SKT)·KT·LG유플러스가 5G 서비스의 속도를 거짓·과장하거나 기만적으로 광고한 행위,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부당하게 비교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공표 명령과 함께 총 33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소비자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속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려진 내용으로 광고했으며 20Gbp의 속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듯한 인상을 전달했으나 실제 서비스 속도가 20Gbps라는 점을 실증하지 못했다.

조사 결과 이동통신 3사가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 및 대역폭으로는 20Gbps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28GHz 고주파 대역을 지원하는 휴대전화 단말기 기종도 출시된 적이 없다.

여기에 이동통신 3사는 5G 서비스 실제 속도가 2Gbps를 넘는 것처럼 광고했으나 광고 기간 동안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평균속도는 약 3~4% 수준인 656~801Mbps에 불과했다.

또한 이동통신 3사는 구체적인 속도 측정 결과와 함께 △5G 속도도 SK텔레콤이 앞서갑니다 △전국에서 앞서가는 KT 5G 속도 △5G 속도 측정 1위! U+가 5G 속도에서도 앞서갑니다 등의 배타적인 표현을 사용해 각자 자신의 5G 서비스 속도가 다른 사업자보다 빨라 품질이 우수한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동통신 3사는 독립적인 기관의 실증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으며 자사 소속 직원이 측정한 결과를 활용하거나 타사의 LTE 서비스 속도와 자신의 5G 서비스 속도를 비교했다. 또한 특정 지역 또는 장소에서 측정한 결과를 마치 서울·전국 등에서의 전체적인 품질인 것처럼 일반화했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만 취사선택 해 광고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 속도 및 품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 소비자의 알 권리 및 선택권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상품·서비스의 핵심적인 품질·성능을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부당광고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소비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여에 대해 이동통신 3사 관계자들에게 입장을 물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의결서가 도착하지 않은 만큼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다는 대답을 받을 수 있었다.

SKT 홍보실 관계자는 “20Gbps는 글로벌 통신 단체 ITU에서 정한 이론상의 속도로 2018년 5G 도입 당시 마땅한 기준이 없어서 이에 따라 설명한 것인데 이것을 과장광고라고 판단한 결정은 매우 아쉽다”며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대응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최근 28Ghz 주파수 할당이 취소됨에 따라 정부가 이동통신 3사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8Ghz 주파수는 기존에 이동통신 3사가 광고했던 최대 20Gbps의 속도를 제공하는 주파수로 ‘진짜 5G’로 불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3사에게 28Ghz 대역을 할당하면서 1만5000개의 장치를 구축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28Ghz 대역 장치는 약속한 물량의 10% 수준이었다. 이에 과기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게 할당된 주파수를 취소하고 SKT는 이용 기간을 6개월 단축했다. 5월31일 SKT의 이용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 28Ghz가 할당량만큼 구축되지 않았고 정부는 새로운 사업자를 모색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통신 서비스 ‘스타링크’가 국내에서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되며 28Ghz 대역을 할당받을 새로운 후보로 지목됐으나 28Ghz 주파수에 뛰어들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28Ghz 대역 구축이 지지부진한 이유로는 28Ghz의 경제성 문제가 꼽힌다. 28Ghz는 대량의 트래픽이 발생하는 메타버스·AR·VR 등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미래 산업 육성에 힘쓰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빠른 28Ghz 구축이 필요하지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관련 산업이 충분한 성장하지 않은 시점에서 투자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처음 28Ghz 도입 때에는 데이터 트래픽이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현재 데이터 트래픽은 기존에 사용하는 3.5Ghz로도 감당할 수 있고 수요도 확신할 수 없는데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