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사태 34주년, 홍콩서 8명 체포… 뉴욕엔 기념관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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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잊지 말라” 외친 시민 경찰에 연행돼
뉴욕엔 천안문 기념관 개관… 中 반발 우려

김명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04 13:59:51

▲ 3일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홍콩 경찰들이 천안문 34주년 투쟁을 벌이던 시민을 연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천안문 사태 34주년을 맞아 홍콩에서 시민 8명이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미국 뉴욕에는 천안문 학살 기념관이 개관했다. 각지에서 잇따른 기념행사로 천안문 사태가 다시금 주목받자 중국 당국의 당혹스러움이 커지고 있다.

4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영국 매체 가디언 등 외신은 홍콩 빅토리아 공원 등지에서 천안문 사태 34주년 기념 투쟁을 벌이던 시민 8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홍콩 경찰은 “공공장소 질서 유지 위반 및 선동 혐의로 인권 운동가 4명이 체포됐으며 다른 4명도 치안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경찰에 연행된 시민은 체포 직전 “6월4일을 잊지 말자 홍콩인이여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외쳤고 경찰은 “선동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빅토리아 공원에서 단식투쟁을 벌이던 시민운동가 두 명도 체포됐다. SCMP 등 현지 언론이 공개한 사진에는 빨간 테이프로 입을 막고 “희생자를 애도하며”라는 종이를 들고 서 있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천안문 유혈 진압 사태는 중국 공산당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로 당국은 이와 관련한 엄격한 통제를 가해 왔다. 본토에서는 기념행사나 시위가 엄격하게 금지됨은 물론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의 키워드 차단, 지속적인 검열을 통해 중국 시민들의 정보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왔다. 지난해 천안문 기념일 전날에는 장난감 탱크를 소지하고 있던 반중파 구의원이 검문을 당하기도 했다.

‘일국양제’라는 정치적 특수성 아래 그동안 홍콩에서 시위를 열 수 있었지만 2020년 새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며 홍콩에서 시위 또한 금지됐다. 실제 이날 빅토리아 공원 등 인파가 몰리는 곳에는 친중파 단체가 주최한 ‘홍콩 중국 반환 26주년 기념행사’ 등이 열렸다.

한편 뉴욕 맨해튼에는 중국의 반발 우려에도 ‘천안문 대학살 기념박물관’이 개관했다. 이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2021년 홍콩 천안문 기념박물관이 폐관한지 2년 만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1989년 천안문 시위 참가 후 미국으로 망명한 인권 운동가 저우펑쒀는 맨해튼 6번가에 천안문 기념 박물관을 개관해 30여 년 동안 수집해왔던 천안문 기념 자료들을 공개했다. 박물관 주소(894, 6thStreet)가 천안문 사태 발발일(1989년 6월 4일)을 연상하게 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천안문 시위 주도자로 복역 후 미국으로 망명한 왕단 국립 대만대 교수도 기념관 개관에 힘을 보탰다. 그는 “중국 대사관의 위협 우려로 방문객을 선별해 입장시키기 위한 예약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문 사태는 1989년 6월4일 중국의 정치 개혁을 요구하며 일어났던 대규모 민주화 운동을 말한다. 당시 대학생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수십만 명의 시위대가 천안문 광장에 몰려들었고 당국은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중국 정부는 900여 명이 사망하고 2만여 명이 다쳤다고 발표했으나, 적십자사 등 국제기구에서는 사망자가 최소 수천 명에서 최대 1만 명 이상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명준 기자 mj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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