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의 시사&이슈] 중국의 착각, 중국의 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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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경제체제로는 지식경제체제와 생산성 경쟁을 할 수 없어
中, 그간 주사파 준동하는 한국서 지식·기술 쉽게 빼돌렸을 것

최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15 06:34:00

싱하이밍주한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를 중국대사관으로 초청해 최근 한‧중관계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미리 준비한 원고로 연설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대담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중국 외교부의 국장급에 해당하는 주재국 대사가 제1야당 대표를 대사관으로 부른 것은 국제예양(國際禮讓)에 반(反)한다. 중국대사의 연설에 ‘이 대표가 마치 강의를 듣는 듯했다’ 한다. 두 사람의 모습은 우리 국민을 능멸하는 전근대적인 무례한 행태였다.

“싱 대사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의 역사와 사회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탁상공론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리고 중국 국민들은 일치단결해서 시진핑 주석의 지도하에 위대한 중국몽을 진행한다는 그런 결심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을 향해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중국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는 등 객관적 원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 ‘탈 중국화’ 추진을 시도한 것이 더욱 주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싱 대사는 ‘양국은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 구도를 형성했다’며 ‘한국이 대 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 시장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면 분명히 중국 경제 성장의 보너스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2023.6.9.)

싱 중국대사의 이 발언에서 중국의 착각이 드러난다.

첫째, 20세기 후반부터 세계는 본격적인 지식경제시대로 접어들었다. 생산요소의 하나인 노동력의 투입량만 늘려서는 수확체감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분업으로 240배에서 4800배까지 생산성을 증대시킨 핀 공장 사례를 제시하였는데, 생산과정을 분업화한 것은 지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지식경제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한다. 동원경제 체제로는 지식경제 체제와 생산성 경쟁을 할 수 없다.

세계의 지식생산자들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엔젤투자나 스타트업 창업 제도 등을 갖춘 미국으로 몰려들지, 모택동주의 계급사회 중국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지식경제시대에 걸맞은 정치경제 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21세기 미‧중 경쟁은 성립될 수 없다.

둘째, 한국과 중국은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다’는 관계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 봉건왕조 명‧청과 조선의 관계일지 모르나 현대 국가들 간의 관계는 아니다. 현대 국가들 간에는 주권평등의 원칙만 있다. 70여 년 전 자유주의 공화국을 말살하려는 북한‧중국‧소련 공산주의 연합군의 침략을 막아낸 대한민국은 그래서 누구보다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에 반대하는 것이다.

현대세계에는 국가적 가치가 합치하는 나라들 간 맺은 대등한 동맹관계와 규칙에 기초한 세계시장의 질서만 있을 뿐 ‘높은 산봉우리와 작은 나라’ 관계는 있을 수 없다.

셋째, 한국은 미‧중 관계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 미‧중 관계의 승패는 결국 세계시장에서 결정날 문제이지 한국이 베팅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 보면 혁신으로 효율적 국가 제도를 운영하여 생산성을 제고한 나라가 경쟁에서 늘 승리했다.

지식과 기술의 생산과 활용이 느렸던 20세기 초반까지는 공산주의자들이 노동가치설로 대중의 시기심을 자극하여 혁명을 통해 전체주의 지배체제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식의 생산과 활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지식의 활용수준에 따라 생산력이 결정되는 지식경제시대다. 생산요소들 중 하나인 노동력을 아무리 많이 동원하더라도 국제적 생산성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인민에게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서는 지식생산자를 양성하기 어렵고 법의 지배와 시장경제 체제가 아니고서는 지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지식생산자를 양성하고 유지하기 어려워 생산성 경쟁에서 뒤쳐지는 전체주의 국가 지배세력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유주의 공화국들로부터 지식과 기술을 탈취해야 한다. 중국은 그간 주사파와 모택동주의자들이 준동하는 대한민국을 통해 지식과 기술을 쉽게 빼돌렸다.

지금 미국은 본격적으로 지식과 기술 유출을 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이 자유주의 동맹국들로부터 얻은 지식과 기술을 전체주의 국가로 유출하는 통로가 된다면 우리의 안보와 경제는 망한다. 우리 모두 자유주의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를 확립하여 지식경제시대에도 번영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국가적 가치관을 분명하게 정립해야 한다.

‘중국 국민들은 일치단결해서 시진핑 주석의 지도하에 위대한 중국몽을 진행한다’ 는 것을 유난히 강조하는 싱 중국대사의 발언에서 낡은 사상에 얽매인 중국의 초조함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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