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의 시사&이슈] ‘상호주의’는 자유주의 공화국끼리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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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의 투표권, 우리 국민의 것과 가치 차이 크게 나
전체주의 국가, 투표로 통치자 직접 뽑는 선거 자체가 없어

최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29 06:32:10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국내 거주 중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베팅’ 발언이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중국에 대한 ‘상호주의 원칙’을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중국에 사는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 거주 중인 중국인 약 10만 명에게 투표권이 있었다’며 ‘하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고 했다.”(조선일보, 2023.6.21.)

많은 정치인, 언론인이 ‘상호주의’를 이야기 한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 국민이 보장받는 권리만큼 우리도 그 나라 국민에게 보장해주는 것을 상호주의 원칙이라 칭하는 듯하다. 중국이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보장하면 우리나라도 중국인에게 투표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상호주의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국민이 행사하는 투표권이 각 나라별로 같은 효과를 낼 경우에만 같은 가치를 가진다는 점을 간과한 어리석은 주장이다.

“중국의 정치제도하에서 각급 인민대표회의는 몇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있고, 광역의회에 해당하는 각 성급 인민대표대회와 구가 설치되는 시급 인민대표대회가 있다. 이 중 현급·향급 인민대표대회의 인민대표는 유권자에 의한 직접선거로 선출하고, 전국 인민대표와 성급 및 시급 인민대표대회의 대표는 모두 차하위급 인민대표대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되고 있다.” (이종휘 중국입법관, '중국의 기초의회 선거제도 개관')

그럴듯한 말로 포장했지만 중국 인민이 가진 투표권의 의미를 분명히 밝혔다. 첫째, 중국에서는 최하위 단위의 대표자 선거만 인민이 직접 투표하고 이 선거에서도 사실상 공산당원만이 후보자가 될 수 있다. 국민의 피선거권에 제한이 없고, 그래서 주사파나 모택동주의 사상을 가진 자도 ‘민주화운동’했다고 포장하기만 하면 출마할 수 있고 파렴치한 전과자도 출마할 수 있는 우리나라 국민의 투표권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둘째, 선거의 제일 하위 단위 투표만 인민이 직접선거하고 하위 단위에서 선출된 공산당원들이 상위 단위를 선출하는 등 여러 단계의 간접선거를 거쳐 실질적 통치자를 선출한다. 국민이 거의 모든 대표자를 직접선거하는 우리나라의 투표권과는 그 가치가 크게 차이난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론 이념에 따른 레닌주의·모택동주의를 체제의 근본가치로 받드는 공산당 국가에서 선거는 일당독재 권력의 정당성 포장용에 불과하다. 전체주의 국가에는 우리나라처럼 투표로 통치자를 직접 뽑는 선거 자체가 없다. 자유주의 공화국이 아니면 투표권 보장여부로 ‘상호주의’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문재인 정권이 자국민의 부동산 취득에는 LTV 규제 등 온갖 금융규제를 하고 중국인에게는 금융상 편의를 볼 수 있게 역차별한 것과 중국인의 건강보험 먹튀를 용인하여 국민이 조성한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킨 사례도 마찬가지다. 사회주의국가 중국에서는 개인의 소유권이 제한되고 법치주의와 시장경제 제도를 보장하지 않는다. 인민은 이용권만 가질 수 있고 토지소유권은 없으며 국가의 이름으로 언제든 인민의 재산권을 부정할 수 있다. 또 의료인 수준의 질적 차이가 큰데 동등한 수준의 의료보장이 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치·경제 체제가 다른 나라 국민들 간에 부동산 등 재산의 취득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을 ‘상호주의’ 원리에 따라 보장받겠다는 것은 허구다.

소련은 1936년 새 헌법, 일명 스탈린 헌법을 선포하였다. 안토닌 스칼리아 미 연방법원 판사는 소련의 권리장전이 ‘훌륭하다’ ‘말로는 우리보다 낫다’고 평가하였다. (폭스뉴스, 2022.9.17.). 그러나 그 헌법 선포 직후인 1937~38년에 스탈린이 70만 명 넘는 공산당원 등을 처형하고 1000만 명이 넘는 인민들을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는 대숙청을 자행할 때 헌법의 권리장전은 작동되지 않았다. 무법천지의 독재 권력 행사였다.

헌법은 사회계약이다. 정부를 구속하고 권력을 분할하며 ‘야심은 야심에 의해 견제되는’ 방식으로 집행되는 시민과 통치자 간의 협정이다. 이에 반해 전체주의 국가의 헌법은 사회계약이 아니라 우리도 헌법을 갖고 있다고 자유주의 공화국에 과시하기 위한 장식품일 뿐이다. 세계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붕괴하고 있음에도 주사파나 모택동주의 운동하는 것을 ‘민주화운동’ 이라고 포장하여 대학운동권을 장악하던 정신나간 시절에, 국내 모 대학 법대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법 연구했다는 자를 교수로 임용하였다. 법이 없는 나라의 법을 연구했다는 것인데 그런 자를 법대 교수로 임용하였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지난 몇 차례 종북(從北) 숭중(崇中) 정권을 거치면서 자유주의 공화국 체제를 폄훼하는 자들이 대거 정치인과 공직자로 등장하여 나라의 근본 가치를 흔들었기 때문에 이 모든 퇴행적 사례들이 생겼다. 선거가 없고 법이 없고 자유시장 제도가 없는 국가와 ‘상호주의’ 따지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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