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상반기 역대급 ‘8조’ 순익… 5대 은행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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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논란’ 속 거둔 실적… ‘사회공헌’ 인색한 보험사들에 비판 여론 거세질 듯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16 10:31:13

▲ 서울 서초동 삼성화재 본사 삼성타운 사옥 표지석 전경. 삼성화재 제공

올 상반기 보험사들이 회계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을 대표하는 국내 주요 5대 은행보다 높은 순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과 카드사가 비판 여론 등을 감안해 상생 금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보험사들은 여전히 사회 공헌에 상대적으로 인색해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취약층 지원에 나서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약 8조1000억 원 수준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손해보험사가 약 4조7000억 원의 순익을 냈고 생명보험사는 약 3조4000억 원의 순익을 거뒀다,

이는 국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8조969억 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보험사들은 보험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내기 때문에 순이익이 카드사와 증권사에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올 상반기처럼 보험사 순익이 5대 주요 은행의 순익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개별 손해보험사들의 올 상반기 순이익을 살펴보면 삼성화재의 상반기 순이익이 1조2151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DB손해보험(9181억 원)·메리츠화재(8390억 원)·현대해상(5780억 원)·KB손해보험(5252억 원)·한화손해보험(1837억 원)·NH농협손해보험(1413억 원)·롯데손해보험(1129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삼성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이 9742억 원으로 거의 1조 원에 근접했다. 이어 한화생명(7037억 원)·교보생명(6715억 원)·신한라이프(3117억 원)·미래에셋생명(1987억 원)·동양생명(1861억 원)·NH농협생명(1415억 원) 순이었다.

이처럼 상반기 보험사들이 5대 은행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둔 것과 관련해 ‘회계 조작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새 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회계를 조작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보험사는 금감원의 IFRS17 가이드라인을 재무제표에 반영 시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전진법’이 아닌 재무제표에 소급해서 적용하는 ‘소급법’을 하는 방식으로 회계 조작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년도 및 그 이후 기간의 손익으로 전액 인식하는 방식이고 소급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에 반영해 당기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올해는 새 회계기준이 본격 적용된 첫 해인데 공교롭게도 첫 해 상반기 실적이 너무 높아 의외라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보험 업황이 작년에 비해 특별히 나아진 바도 없는 상황이라 이 같은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여기에 은행권과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반강제적으로 사회 공헌에 나서는 것과 달리 상반기 5대 은행보다 높은 실적을 거둔 보험사들이 상생 경영에 소극적인 점은 더욱 비판의 소지가 높다.

은행권은 ‘이자 장사’ 논란이 거세지자 올해부터 3년 간 10조 원 이상 규모의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개별 은행의 릴레이 현장 방문에 맞춰 해당 은행들은 사회 취약 계층 대상의 특판 대출 상품 등 금융 지원책을 선보였다.

카드사들도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카드사들을 찾자 소상공인과 취약 차주를 지원하기 위해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상생 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반해 보험사는 현재까지 한화생명이 이복현 금감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030 목돈 마련 디딤돌 저축보험’을 출시한 것이 그나마 주목할 만한 상생 금융 지원책이다. 보험업계 전체 차원에서 상생 금융 지원책으로 내세울만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이다.

물론 보험사들은 예전부터 사회공헌위원회 등을 통해 상생 금융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권과 카드사가 기존의 사회 공헌 외에 추가로 대규모 상생 금융 지원책을 선보이는 상황에서 보험업계의 움직임은 확실히 대조를 이룬다.

이와 같이 보험사들의 상생 금융 행보가 저조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을 상대로 자동차보험료 인하나 취약층을 위한 특별 보험 상품 출시 등을 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태풍과 폭우가 유독 거셌지만 정작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양호한데다 역대급 실적까지 낸 만큼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내리지 않고 버티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화재 등 7개 중·대형 손해보험사의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일제히 70%대를 기록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사업운영비를 감안하면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대로 판단한다.

결국 올 하반기 중·대형 손해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자동차 보험료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태풍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차량 피해가 크지 않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양호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어 (인하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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