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의 영화세상] 분노한 교사들 “전교조는 끼어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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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24 06:31:30

마카로니 서부영화 ‘황야의 분노’(1967)에는 총잡이 고수가 제자에게 사격 기술을 가르쳐 일등 사수를 만들지만 오히려 그 제자의 총에 맞아 죽는다는 스토리가 나온다. 마치 오늘날 우리나라의 전교조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한때 10만에 육박하던 회원 수는 4만3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젊은 교사가 주축을 이루는 교사노조에게 대표 노조의 위상도 내줄 정도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은 꺼지는 불에 물 끼얹는 격이 되어 전교조에 부메랑처럼 되돌아가고 있다. 학부모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23세의 여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사건은 갑이 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괴롭힘에 속수무책인 채 초라한 을이 된 교사들의 현실을 상징한다. 내가 만난 전·현직 교사들은 이 일을 마치 자기가 당한 일처럼 공감하고 있었다.

전교조가 학생인권 신장을 외치며 학교 안에서 학생들을 ‘갑 중의 갑’으로 만들어 놓는 바람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교육상 필요한 야단도 못 치는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학생들이 무슨 일을 해도 교사가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 버린 학생들은 교사를 겁내지 않고, 조금이라도 학생에게 훈계라도 할라치면 학부모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온갖 민원을 쏟아 낸다. 숨진 교사의 추모집회가 몇 차례 열렸지만 전교조는 사건의 원인으로 비난받으며 얼씬조차 하지 못했다. 학생의 권리를 키워주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전교조에게 역풍으로 돌아온 것이다.

1989년 법외노조로 출발한 전교조는 권위주의적 교육 현장을 민주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듯 보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관행처럼 만연했던 촌지 풍토를 없애려는 노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밖에도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체벌 폐지·우열반 폐지·일제고사 폐지 등의 활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평준화 교육을 주도함으로써 교육의 질적 경쟁력을 후퇴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보다도 좌경화 이념 교육·사회적 이슈가 나올 때마다 목소리를 내는 등 좌경화된 이념 단체의 본색을 드러냈다. 세월호 사고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때도 전교조 교사들은 시국선언을 내며 진상규명 등을 요구했다.

수업시간에 한국 현대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인물에 대해서는 터무니없이 매도하고 북한 김일성 등에 대해서는 무한정 찬양하는 따위의 일들이 수시로 벌어졌다.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6·25 전쟁은 미국이 북한의 남침을 유도해서 일어난 전쟁’이라고 가르친 경우가 있었고 ‘이태원 압사사고는 미국 문화 주입이 빚은 결과’라는 주장도 나왔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에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몇몇 학교가 검정교과서를 채택한다고 선언했을 때는 해당 학교에 몰려가 온갖 방해와 압박으로 선택을 포기하도록 위협했다.

서울 어느 중학교에서는 전교조 소속 28세 교사가 기간제 교사(26세)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고, 전교조 간부가 여교사를 성폭행하려 했던 사례가 적발되는 등 각종 사고도 빈발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숙명여자고등학교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을 주도한 인물인 교무과장이 전교조 출신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 속에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전교조가 수능 절대평가·학생부 교과 확대를 주장하는 이유 또한 학생들의 내신을 볼모로 잡아 갑질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학생부 교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내신 관리의 엄격함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전교조 출신 교사가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딸들의 성적을 조작해 전교 1등을 만들어 주는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체벌을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특히 전교조가 역점을 둔 사업이다. 필요한 수준의 체벌조차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이 조례의 핵심이다. 복장·두발 자유화,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금지, 학생의 임신·출산에 따른 처벌 금지, 성소수자 차별금지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조례 때문에 학생에게는 어떠한 처벌이나 차별·강제 규제도 할 수 없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교사의 존재는 뒤로 밀렸다. 서이초 교사 사건은 학생이 갑질하고 교사가 초라한 을로 코너에 몰린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가난에 시달리는 제자에게 등록금을 내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아득한 신화가 되었고,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교사에 대한 존경은 학생이 욕하고 폭력까지 휘둘렀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한숨으로 바뀐다. 자신들이 키워 낸 통제 불능 세대가 휘두른 불의의 어퍼컷을 맞고 존폐의 기로에 선 전교조의 처지는 제가 놓은 덫에 자기가 걸린 사냥꾼 꼴이고 도끼로 제 발등을 찍고 쓰러지는 나무꾼의 모습이기도 한다. 전교조의 시대가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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