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의 영화세상] 범죄혐의자들 ‘막말’이대로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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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14 06:31:00

“각목·야구방망이까지는 몸으로 막으시고 과도와 사시미급 연장 이상이면 발포 허가합니다. 나쁜 놈 인권 보호하다 내 사람 피 쏟는 꼴 못 봅니다. 내가 책임집니다.”

강철중 검사는 사건 현장에 출동하는 수사 형사들에게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범인을 놓치지도 말라고 당부한다. 그는 범인의 지위고하를 상관하지 않고 좌고우면하지도 않는다. 검찰 내에서 ‘꼴통’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사건 해결에는 거침이 없다. 영화 ‘공공의 적 2’(2005)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와는 다른 모양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피의자가 검찰을 오히려 조롱하고 비난하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는데도 마땅한 대응을 못 하고 있다. ‘중국집 왕서방 같다’는 말이 생각난다.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고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곧 나온다’는 말만 하고 여전히 꾸물거리고 있을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뭔가 똑 부러지는 결과를 내놓을 것 같던 수사는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더 기다려 보라는 식이다. 겨우 건진 게 박영수 특별검사를 ‘50억 클럽’의 피의자로 구속시킨 것이다. 수사를 하는 건가, 하는 척하는 건가. 아니면 한다고 하는데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건가. 공은 열심히 쫓아다니지만 결정적인 골은 만들어 내지 못하는 조기축구회 경기를 지켜보는 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송영길·문재인·김만배 등 비리로 얼룩진 피의자 또는 혐의를 받는 자들이 검찰을 비난하고 조롱하며 활개를 치는데 수사는 지지부진이다. 어제오늘 시작한 일도 아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씩 수사를 하고 명백한 증거도 차고 넘친다면서도 법을 핑계 삼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피의자 하나를 법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니 지금의 검찰에게 제대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재명 피의자의 경우 대장동 개발사업을 비롯해 성남 FC의 제3자 뇌물·백현동 개발사업·정자동 호텔 특혜 비리·법인카드 불법 사용 등 무수한 혐의에도 오히려 검찰을 조롱하며 비난한다. 증거도 없이 오라 가라 한다며 ‘검찰 독재’니 ‘조작 수사’ ‘민주주의 파괴’ 같은 험악한 말을 하며 마치 자신이 민주투사인 척, 부당한 탄압이라도 받고 있는 것처럼 독재의 희생양 코스프레를 한다. 대북 송금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수원지방검찰청에 출두했지만 예정된 조사를 절반도 마치지 않고 건강을 이유로 끝냈고 진술조서에 날인도 거부한 채 조사실을 빠져나왔다. 조사 날짜를 조율해 맞는 날에 진행을 한 검찰은 닭 쫓던 개 꼴이 되고 말았다.

이재명에 대한 검찰 조사가 며칠 동안 세간의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피의자의 술수에 검찰이 우스운 꼴이 되고 만 것이다. 12일에는 끝내 조사를 마치긴 했지만 교활한 피의자에게 선전의 기회만 주었을 뿐 검찰은 뒤통수만 맞은 모양이 됐다. 단식 쇼까지 벌이며 검찰을 우롱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엄정해야 할 법을 능멸하는 행위다. 저잣거리 비아냥 중에 ‘속인 놈보다 속은 놈이 더 나쁘다’는 말이 있다. 이재명의 재주 부리기는 얄밉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버티기와 덮어씌우기·검찰 욕하기 등을 하고 있는데도 그것을 단죄하지 못하는 검찰이 더 한심하고 무능해 보이는 것이다. 어떻게 하든 구속을 막으려 하고 종국에는 구속 수순으로 가더라도 최대한 늦춰서 국회 본회의 의결을 피하고 공천을 마칠 때까지 버티겠다는 것인가. 고양이 앞의 쥐인가, 고양이를 갖고 노는 쥐인가. 고양이 골탕 먹이기를 취미로 삼는 생쥐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현실 버전이다.

대북 송금의 중요한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관련 사건은 당사자를 재판까지 하고 있는데도 지지부진이다. 피의자를 회유하기 위한 공작이 벌어지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1·2 심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건이 대법원의 무죄판결로 뒤집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권순일 대법관은 우리 사회를 지키는 마지막 방패가 될 것이라고 믿었던 법조계, 그중에서도 권위의 정점에 있다고 믿은 대법관의 일탈을 처참하게 보여 주었다. 그러고도 그는 변호사 개업을 했다.

여러 가지 국기문란 행위를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범법 행위나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살포 사건, 이준석 전 대표의 무고 사건 등에 관한 수사는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소식이 없다. 윤미향 의원의 이적행위, 김만배의 대선 여론조작 혐의 등 새로 불거진 사건은 쉽게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것도 기다리다 지치고 맥이 빠질 지경이다. 쥐같은 악당들이 큰소리치는 세상이 아니라 제 때에 쥐를 잡는 검찰이 활약하는 세상을 기대한다. 재판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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