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의 영화세상] 이재명이 만든 악인의 새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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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12 06:31:00

영화의 역사가 130여 년 정도 되고 그 사이 수많은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 냈지만 이재명을 뛰어 넘은 경우는 없다. 사람의 피를 빠는 드라큘라, 인조인간 괴물이 되어 버린 프랑켄슈타인, 엽기적인 연쇄살인마 렉터 한니발 박사,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다스베이더.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 등은 악인의 상징이지만 그의 상대로는 어림없다.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빼어난 미인을 가리키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은 들어 봤어도 나라를 어지럽히는 도둑을 뜻하는 혼국지도(混國之盜)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그만한 미인은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 어디서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는 도둑은 매일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세상이 변한 건가. 제정 러시아 시절 황후를 유혹하여 호가호위한 괴승 라스푸틴의 이야기는 호사가들의 술안주 수준이고, 홍길동이나 임꺽정이라 하더라도 민심을 울리며 소란을 피워 소영웅 대접을 받기는 했지만 조정을 멈추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악인 열전 세계대회를 연다고 해도 확고한 금메달 후보이고 2등과의 격차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 우세다. 법인카드 불법 사용·선거법위반 혐의·위증 교사혐의·성남 FC 제3자 뇌물 수수 혐의·대장동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혐의·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정자동 관광호텔 건립 특혜·불법 대북 송금 혐의·대선 여론조작 혐의 등 그의 범죄 혐의를 꼽자면 굵직한 것만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이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뗀다는 점이다. 증인이 여럿이고 본인이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결재한 문서도 쏟아져 나오건만 죽어도 모른다고 부인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한 것이라고 우긴다. 자기 측근이라고 하던 사람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고개를 돌리고, 여러 사람이 목숨을 끊었는데도 오불관언이다.

상식적인 경우라면 이 정도로 세간의 의혹을 받는다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난다. 여러 사람이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고 재판을 받고 목숨을 끊을 정도라면 모든 책임을 질 테니 다른 사람은 괴롭히지 말라며 막아서고 나서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그에게선 최소한의 책임지는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승객의 생사는 소관이 아니라는 듯 자신부터 먼저 탈출한 선장과 무엇이 다른가. ‘이재명 같은 놈’이라는 말은 죄를 짓고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변호사이고 공당을 이끌며 국정의 한쪽을 책임지고 있는 정당의 대표다. 평균적인 시민에 비해 높은 식견과 준법성을 가질 거라고 믿었지만 비범한 그 능력은 자신을 변명하고 방탄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자가 곧장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고 당 대표에까지 이르렀다.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마구잡이로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을 밀어붙였고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을 결의했다. 결과적으로 검수완박은 시행령 개정으로 없던 일처럼 되었고 행안부 장관 탄핵은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되어 당사자는 업무에 복귀했다. 이쯤 되면 국민에게 사죄하고 다수의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반성의 태도를 보일 만도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국무총리 해임 결의안도 통과시켰고 사상 처음으로 검사 탄핵안도 보란 듯이 해치웠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새 대법원장 임명을 부결시켰다.

의석수를 앞세워 입법부를 장악하고 사법부를 마비시키며 행정부까지 제 일을 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으니 가히 나라를 어지럽히는 도둑이라 할 만하다. 이 대표는 권력은 잔인하게 써야 한다던 자신의 말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모든 권한과 힘을 오로지 자신의 야심과 방탄을 위해 동원할 뿐 공적 책임이나 국가의 안녕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사이보그의 심장과 뇌를 가진 것인지 보통 사람의 상식이나 윤리 의식으로는 가늠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이용해 세상을 소란스럽게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곧 힘과 영향력을 휘두를 수 있는 중요 인물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방법이라고 믿는 듯하다. 법을 지키며 상식에 따라 사는 사람들과는 달라도 크게 다르다.

그런 그가 더 이상 세상을 능멸하지 못하도록 하는 길은 법에 따라 합당하게 응징하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죄명에 따른 형량을 합치면 50년 이상 받을 것이라고 자인할 정도다. 이재명의 범죄를 단죄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대한민국의 법치가 살아 있는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며 세상의 상식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검찰은 범죄 혐의를 증명해야 하고 재판부는 판결해야 한다. 범죄 혐의자가 큰소리치는 세상에서 살기는 처음이다.

조희문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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