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찬란함을 잊을까… ‘갤러리단정’ 이경주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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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의 책가도와 공예품에서 느껴보는 가을의 향기
절제된 색과 세련된 전통미로 기품 넘치는 한국화 선보여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18 09:34:17

깊어가는 가을, 전통 한옥과 근대 골목의 정취가 그윽한 북촌에서 보기 드문 한국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북촌 ‘갤러리단정’이 14일부터 11월5일까지 이경주 작가의 초대전 ‘가을이 찬란함을 잊을까’를 진행한다.

이경주 작가는 민화에서 영감을 받은 한국화와 인생 희로애락이 담긴 전통 나무 인형 ‘꼭두’ 공예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을 포함, 총 3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가을과 잘 어울리면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는 작품들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고유의 적·청·황백, 흑 다섯 가지 색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채색되어 작품의 기품을 더한다. 한지의 부드러운 질감에 가을 색이 스며드니 계절은 더욱 깊어진다.

소재의 폭도 넓어졌다. 비단·한지·나무 쟁반·기와편 등으로 주요 소재가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모반(사각쟁반) 속에서 꽃이 피고 물고기가 헤엄치며, 두루미는 기와편 위로 날아와 하늘을 우러른다.

민화가 그렇듯 변주된 이미지 속에는 상징이 가득하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하게 여긴 화조도는 건강과 성취·입신양명을 기원하며, 고서와 묵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듯한 문방도는 학문과 덕성을 중시한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

전시된 꼭두 공예품 중에는 해학적인 표정의 인물 형상이 있는가 하면 길한 조짐을 나타내는 용과 봉황의 모습도 있다. 자연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을 오롯이 표현하는 그림들이다.

빛바랜 나무 그릇에 꽃을 피우고 새를 불러들인 이경주 작가. 친숙한 사물과 자연을 연결해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 낸 이경주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이 가을을 풍요로운 생명력으로 빛나게 한다.

한편 ‘갤러리단정’은 11월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2023에든버러아트페어’ 참여 작가로 이경주 작가를 선정했다. 한국화의 품위와 우리 해학이 담긴 꼭두의 미적 가치가 세계 미술 애호가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받을지 그 결과가 기대된다.

◆꼭두란?

석보상절(1447)에는 사람의 형상을 본따 만든 물건을 ‘곡두’라고 기록하고 있다. 꼭두는 다양한 표정과 형상을 지닌 인형으로 일상생활과 길흉화복을 기원하는 행사에서 사랑받았고 18~19세기에는 생의 마지막 길을 안내하는 존재로서 상여 장식에 쓰였다.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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