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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추수의 계절이다.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헌법 제25조에서 ‘국가는 모든 근로자에게 먹고 입고 쓰고 살 수 있는 온갖 조건을 마련하여 준다’고 선전한다. 그런데 북·중 국경에서 들녘 한가운데 세워 놓은 ‘쌀로써 당을 받들자’라는 선전 구호를 보면서 참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쌀이 금보다 귀하다’할 만큼 식량 사정이 절박한 상황에서 정작 주민이 아닌 당을 위해 쌀을 바치라는 북한 정권의 위선을 보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금 겪는 식량난과 대북 제재는 북한 당국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무력도발에 따른 결과다. 북한 당국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채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인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한다. 당국에서 자초한 대북 제재로 주민을 생활고에 시달리게 하면서 이를 극복해 나가자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농사짓는 땅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고 했다. 아마 북한 땅도 정권의 폭압이 얼마나 거짓된 논리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아는 듯하다. 수탈과 폭정으로 생명이 움트지 않아 놋쇠같이 굳어 버린 곳, 북한 주민들의 눈물만이 메마른 땅을 적신다. 풍요로운 추수의 계절 가을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배고픈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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